'VIP 격노' 보직해임 1년 11개월 만에 무죄확정

"순직 해병 사건 및 사건 은폐 진상 규명 전력"

순직해병 특검, 이종섭·임기훈·이시원 등 압색

김계환은 "부하들 거짓말 안했을 것" 진술 진전

채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사건 등 진상규명 속도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박정훈 대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정훈 대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정훈 대령이 돌아왔다. 항명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박 대령이 무죄를 확정받은 데 이어, 윤석열 정권에 의해 보직 해임됐던 해병대 수사단장으로 복귀하게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해병대는 10일 "순직 해병 특검의 항소 취하로 무죄가 확정된 박 대령을 11일부로 해병대 수사단장으로 재보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3년 8월 수사단장에서 보직 해임된 지 1년 11개월 만이다.

박 대령은 2023년 7월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초동 조사를 지휘했다. 그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특정하고 경찰 이첩을 준비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 윤석열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격노한 뒤, 그간 초동 조사 결과에 이견이 없었던 군 수뇌부가 돌연 이첩 보류를 지시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박 대령은 이를 상부에 의한 수사외압이라고 판단, 초동 조사 결과를 바꾸지 않고 경찰에 이첩했지만, 결국 같은 해 8월 보직 해임 되고 10월 항명 혐의로 군 검찰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이후 윤석열과 대통령실 관계자, 해병대 관계자, 경찰 관계자 등이 이첩 보류 당시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수사 외압 파문은 더 커졌다. 또한 핵심 피의자였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출국 금지까지 풀고 호주 대사로 임명돼 국외로 나가는 등 사실상 증거 인멸 및 도주로 여겨질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벌여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러한 가운데, 군사법원은 지난 1월 9일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항명죄 최고 형량인 징역 3년을 구형했던 군 검찰은 이에 불복하고 항소하면서 박 대령은 서울고법에서 또다시 항소심 재판을 받았지만, 전날인 9일 순직 해병 특검이 항소를 취하하면서 무죄가 확정됐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순직해병 특검법안) 제6조 1항에 따르면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공소취소 여부를 포함해 공소유지를 할 지 등을 결정할 수 있다.

 

순직해병 특검팀을 이끄는 이명현 특검은 "박 대령이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채상병 사망사건을 초동 수사하고 해당 사건 기록을 경찰에 이첩한 것은 법령에 따른 적법한 행위"라며 "국방부 검찰단이 박 대령을 항명 혐의로 공소 제기한 것은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어 "1심 법원은 이 사건을 이미 1년 이상 심리해 박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소를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특검으로서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라 판단한다"고 했다.

박 대령이 무죄 확정에 이어 해병대 수사단장에 복귀하면서, 2년 동안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못했던 채해병 순직 사건과 수사 외압의 진상을 밝히는 데에도 한층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무죄 확정 후 이날 기자회견을 예고했던 박 대령 변호인단은 박 대령 직무 복귀 소식에 일정을 취소한 뒤 "무죄 확정을 환영한다. 그동안 박 대령이 뜻을 지키는데 외롭지 않게 언제 어디서든 함께해준 모든 분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표한다"고 입장을 냈다. 이어 "다만 박 대령이 현직 군인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고, 특별검사가 밝혀야 할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 과제 역시 진행 중"이라며 "박 대령과 변호인단 역시 남은 과제의 해결에 앞으로도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순직 해병 특검팀은 이날 특검 출범 이후 첫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이른바 'VIP 격노설' 수사를 위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등의 자택과 국방부, 국가안보실 등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특검법은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 및 대통령실, 국방부의 은폐, 무마, 회유 등 불법 행위를 수사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피의자들이 사용했던 국방부와 국가안보실 등 10여 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방해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이 수사외압 의혹의 단초가 된 'VIP 격노설' 수사를 위해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 도착, 출입 절차를 밟고 있다. 2025.7.10. 연합뉴스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방해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이 수사외압 의혹의 단초가 된 'VIP 격노설' 수사를 위해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 도착, 출입 절차를 밟고 있다. 2025.7.10. 연합뉴스

<경향신문>에 따르면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은 지난 7일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해 당시 해병대 수사단에 소속돼있던 관계자들이 국방부 검찰단을 비롯한 수사기관에서 'VIP 격노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부분에 대해 "부하들이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일부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김 전 사령관이 청문회 등에서 VIP 격노 등에 대해 부인해오다가 진전된 진술을 한 가운데,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과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 등에 대한 강제 수사가 이뤄지고 있고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도 예정된 만큼 수사 외압 사건의 진상도 구체적으로 확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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