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권력 제우스에 저항한 프로메테우스 연상
인간에 생명의 불 준 보람에 극도의 형벌 견뎌
박 대령 외롭잖게 해 준 헤라클래스들에 경의
함께 듣자! 승리의 의지 담은 아리아 "빈체로"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을 사랑한 프로메테우스는 절대 권력의 신 제우스의 명을 어기고 인간에게 불을 선물로 주었다. 제우스는 격노했다. 신의 질서를 어기고 항명했다는 이유로 프로메테우스는 코카서스의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먹히는 형벌을 받았다. 간은 계속 재생되어 고통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는 생명의 불을 얻은 인간들을 떠올리며 고통을 견뎠다. 헤라클래스가 독수리를 처치하여 풀려난 이후, 그의 의지는 시간 속에서 빛나는 불멸의 상징이 되었다.
최근 부당한 명령에 맞서 의연하게 싸운 이가 있다. 해병대 채 해병 순직 사건 수사 과정에서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대통령이 '격노했다'며 수사 결과를 되돌리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부당한 지시라며 따를 수 없다고 맞섰다. 그는 집단항명의 수괴가 되었고 항명죄로 기소돼 군사법정에 서야 했다.
부당한 권력은 불의에 저항한 그를 프로메테우스에게처럼 혹독하게 대했다. 우리는 깜도 안되는 한 줌 권력이 국민에게 총을 겨누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국민은 부당한 권력에 저항했고 권력자를 바꾸었다.
그사이 군사법원은 수사의 독립성과 법에 따른 절차적 정의는 권력자의 격노보다 우위임을 확인했다. 1심 무죄선고에 이어 채상병 특검의 항소취소로 박 대령의 무죄가 확정돼 끝내 승리했다. 박 대령이 고통스럽지만 외롭지 않도록 그 곁을 지킨 수많은 헤라클래스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박 대령의 저항으로 사악한 정권은 뿌리부터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가 부당한 명령에 저항했기에 내란 상황에서도 많은 군인이 그를 떠올리며 행동하여 결과적으로 위기를 넘겼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박 대령의 무죄와 복직에 만족할 수는 없다. 패가망신을 각오하고 나선 그에게 특진 등 각별하고 영예로운 보상과 포상이 있기를 기대한다.
푸치니의 <투란도트> 중 ‘아무도 잠들지 말라’ 함께 듣고 싶다. 어둠 속에서도 진실을 찾겠다는 집념과 승리를 향한 강렬한 의지가 담긴 이 아리아는 박정훈 대령이 맞서 지킨 진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정의의 빛을 함께 느끼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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