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운용에 막대한 에너지 소요

우크라 전쟁 3년간 CO₂ 8.2억톤 발생

라니냐 냉각에도 역대 가장 더운 1월

온실가스 감축에 인류문명 사활 달려

20일부터 나흘간 중국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열리는 'AWE(Appliance & Electronics World Expo) 2025'의 LG 부스. 2025.3.20. [LG전자 제공] 연합뉴스
20일부터 나흘간 중국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열리는 'AWE(Appliance & Electronics World Expo) 2025'의 LG 부스. 2025.3.20. [LG전자 제공] 연합뉴스

에릭 슈미트 전 구글(Google) CEO는 앞으로 5-6 년 안에 모든 분야에서 상위 10%에 드는 '다재다능한 인공지능(polymath AI)'의 출현이 가능하다고 했다. AI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의학, 생물학, 물리학, 법학 등의 전 학문 분야에서 전인적 능력을 가진 ‘디지털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전에 없던 생산성 향상이라는 긍정적 기대를 할 수도 있다. 물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도전적인 기술적·윤리적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첫째, 딥시크(DeepSeek)가 가져온 충격적 교훈에 따라 현재 미국의 AI 기술보다 훨씬 더 에너지 효율적인 AI를 개발해, 그렇지 않아도 임계점에 가까운 지구 생태계가 더 이상 위협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2024년 10월 세계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각각의 하이퍼스케일러들은 100MW 이상의 전력을 소모한다. 인간의 두뇌 활동으로 환산하면 300만 명 이상이 동시에 사고할 때 사용하는 막대한 전력이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35만~40만 대의 전기차에 해당하는 에너지다. 미국, 유럽, 중국의 데이터센터가 사용한 에너지의 합은 전 세계 전기 에너지의 2-4%에 해당하며, 미국 5개 이상의 주에서는 20% 이상의 전기를 데이터센터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보다 강력한 엔비디아의 Blackwell GPU로 인해 이보다 훨씬 많은 전기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부유한 미국의 하이퍼 스케일러들은 AI의 발전이 가져올 긍정적 측면에 관심을 갖고 있다. 반면, 막대한 에너지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과 이로 인한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런 회사들을 거느린 미국은 올해 1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당일에 파리 기후협약을 탈퇴했다. 역사상 지구 온난화에 가장 크게 기여한 미국이 앞으로 온난화 해결에 크게 소극적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AI가 인간에게 친밀감을 형성하여 그릇된 편견에 집착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간 사이에서 대화와 토론으로 발전하는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알파폴드 같은 AI는 범죄에 사용될 수 있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창조할 수 있다. 자연과학자인 필자는 AI가 또다른 문제도 초래한다고 생각한다. polymath AI의 출현에 따라 상대적으로 무능력해지는 인간은 삶에서 어떤 의미를 추구해야 하는가? 스피노자의 말이 떠오른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 나무를 심겠다." 과학자들은 삶의 중요한 의미인 ‘성취감’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보다 넓게는 polymath AI 시대에서 인간에게 성취감을 주는 사과나무는 무엇일까? AI의 개발에 열심인 하이퍼 스케일러들이 이런 철학적 질문을 해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유발 하라리 작가가 20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인공지능(AI)의 의미와 본질을 다룬 신간 '넥서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3.20. 연합뉴스.
유발 하라리 작가가 20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인공지능(AI)의 의미와 본질을 다룬 신간 '넥서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3.20. 연합뉴스.

둘째, 인류가 당면한 보다 중요한 환경 문제다. 지난 1일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El Pais)는 최근 3년 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산화탄소가 8억 2000만 톤 배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내연기관 자동차 1억 2000만 대가 3년동안 방출하는 이산화탄소보다 더 많은 양이다.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IGHGAW (Initiative on GHG Accounting of War)가 이 전쟁이 GHG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다. 여기서 온실가스(GHG : Greenhouse Gas)는 이산화탄소의 양으로 환산된 온난화 기체를 말한다. 이 계산에는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 양쪽 군에서 탱크, 군용차, 전투기의 연료와 화약 사용으로 직접 발생했거나 전쟁이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을 미래의 GHG 효과까지 모두 포함된다. 즉, 파괴된 공공 건물의 추후 재건축에 필요한 콘크리트와 강철, 숲과 에너지 인프라의 파괴, 피난촌 건설 등에 관련된 GHG, 그리고 2022년 파괴된 노르드스트림(Nord Stream) 천연가스관에 의한 메탄 방출 등이다.

한편, 유럽의 기후 연구기관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 : Copernicus Climate Change)'에 따르면 2024년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1.6℃ 올라 역사상 가장 높았다. 그나마 다행한 점은 2015년 파리 기후협정에서 목표로 정한 1.5℃ 제한은 10년 이동 평균이므로, 이미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C3C에 의하면 올해 1월은 라니냐 효과에 의한 냉각에도 불구하고 역사상 가장 따뜻한 1월에 해당했으며, 평균 지표 온도는 13.23℃로 1991~2020년 1월 평균에 비해 0.79℃ 높았다. 북극지방의 바다 얼음은 역대 1월 가운데 가장 적었다. 2월엔 북극과 남극의 바다 얼음은 평년에 비해 각각 8%, 26% 적었다. 이는 얼음이 반사하는 햇빛이 그만큼 줄어 온난화를 더욱 가속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더욱이 2월 남위 60도~북위 60도에 이르는 비극지의 평균 수면 온도도 20.88℃로, 2월 기준으로 2024년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높았다.

 

11일 우크라이나 오데사 근처의 연료 저장소가 러시아 드론 공격으로 불타고 있다. 2025.3.11.(AP 사진/마이클 슈텔켈) 연합뉴스
11일 우크라이나 오데사 근처의 연료 저장소가 러시아 드론 공격으로 불타고 있다. 2025.3.11.(AP 사진/마이클 슈텔켈) 연합뉴스

앞에 기술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 이렇게 날로 심화되는 온난화를 앞으로 얼마나 심화시킬 지 주목된다. 2024년 2월 유럽의회는 태양광, 풍력, 이차전지, 히트 펌프,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Storage : 탄소 포집, 활용, 저장) 등을 이용하여 모든 산업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매우 야심적인 NZIA (net-zero industry act) 규약을 통과시켰다. 불과 1년 후인 2025년 3월 유럽의회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트럼트 행정부의 태도에 대응하여, 유럽 방위를 위해 군사적 측면뿐 아니라 산업 및 기술적 분야에서 시급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안을 압도적 표차로 의결했다. 이는 유럽연합(EU) 소속 국가 정부들에게 기후 문제 해결에 할당하기로 했던 재정의 상당 부분을 방위를 위해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

요약하면, 유발 하라리의 주장처럼 AI가 인간성, 민주주의, 그리고 인류 문명을 파괴하지 않도록 통제하기 위한 전 세계적 기구가 필요하다. 현재 소셜 미디어가 초래하는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의적 기구조차 갖지 못한 현실에서, 이런 주장이 현실성을 갖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시급히 결단해야 한다. 더욱 빠르게 임계점에 가까워지는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는 일이 시급하다. AI 하이퍼 스케일러를 위한 에너지 수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 등으로 직접 방출된 GHG가 지구 온난화를 가속하고, 서방 세계가 군사적 지출을 우선시 해 온난화 관련 재정 지출을 감축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시급성으로 볼 때, 이산화탄소 방출로 부를 이룬 선진국들의 책임있는 자세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 서구 및 중국은 AI 발전에 대한 기존의 로드맵을 상당 부분 보류하고, 지구 온난화라는 전 지구적 문제 해결을 위해 AI의 발전 방향을 수정할 수 있을 것인가? 인류 문명은 어디를 향해 가는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