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최대재벌 화교계 CP그룹 찌야와논 회장 구상
“트럼프 등장으로 자유무역체제의 전제 무너졌다”
세계 GDP 40% 차지하는 아시아 독자적 자유무역
중국, 동남아 등과의 관계 강화에 나선 일본
CPTPP에도 가입하지 않은 한국
“아시아 독자적인 무역체제 구축은 좋은 아이디어다. 미국이 참가하지 않아도 우리는 성장기반을 확립할 수 있다. 일본이나 중국, ASEAN(동남아국가연합)이 하나가 돼 무역 틀을 짜면, 유럽연합(EU)과도 대등하게 관세 등 다양한 과제들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 세계의 경제질서 재편으로 이어질 시도가 될 것이다. (...) 한국과 대만 등을 포함해서 첨단기술 등으로 서로 협력하는 경제권을 만들어도 좋을 것이다.”
트럼프 등장으로 자유무역체제의 전제 무너져
미국없는 아시아 독자적인 자유뮤역체제. 태국 및 동남아시아 최대급의 재벌 짜런 폭판(CP)그룹의 다닌 찌야와논(86) 회장은 미국이 주도한 자유무역체제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아시아지역은 자유무역체제를 부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정권 등장으로 미국없는 아시아 자유무역체제를 만들 수밖에 없게 됐다며,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 GDP의 40% 차지하는 아시아
찌야와논 회장은 5일 <일본경제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권의 고관세정책으로 자유무역체제가 재편될 위기에 몰리고 있지만, 자유무역체제 자체가 끝난 것은 아니라며 “트럼프 정권은 흐름에 역행하고 있으나 상황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세계가 전례없을 정도로 정보로 연결돼 있고, 국경을 넘는 경제활동이 번성하고 있으며, 트럼프의 고관세 정책이 발표된 뒤에도 아시아지역 무역도 잘 돌아가고 있다며 “트럼프는 아시아까지 통제할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가 된 아시아지역 경제성장의 기반을 제공한 것은 미국이 주도한 자유무역체제였으나 그것을 부정하는 “트럼프 정권의 등장으로 그 전제가 무너졌다.”
동남아 최대급 재벌 화교계 CP그룹
축산 등의 농업, 식품을 핵심사업 분야로 삼고 있는 CP그룹은 사업 다각화로 소매업과 통신업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해외에도 진출해 그룹 시가총액 630억 달러(약 83조 원), 오너 일족의 자산 357억 달러(약 48조 6200억 원)에 이르는 부를 쌓은 태국 최대의 재벌이다.
찌야와논 회장은 ‘화교’다. 그의 부모는 중국 광둥성 차오저우 출신으로, 젊은 나이에 태국으로 건너가 창업했고, 찌야와논 회장은 1969년에 그것을 물려받아 CP그룹으로 키웠다.
태국은 화교 인구가 10% 남짓이지만 제조업의 90%, 상업의 80%, 철강업과 운수업의 70%, 방적업의 60%를 화교 자본이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만이 아니라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화교는 막강한 경제력을 구축했다. 중국 국무원에 따르면 세계 168개국에 8700여만 명의 화교가 살고 있으며, 그들 중 90% 이상이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세계 화상(華商)이 보유한 현금성 유동자산만 2조~3조35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돼, GDP 2조 달러 안팎인 한국 등 웬만한 중견국가보다 규모가 큰 경제집단이라는 얘기도 듣는다.
CPTPP에 가입하지 않은 한국
그런 화교자본의 일각에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내세운 보호무역주의 트럼프 정권 등장 이후 ‘미국 없는 아시아 자유무역체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미 이 지역에는 일본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베트남 등 12개 국이 참여한 CPTPP(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ASEAN과 한중일 등이 참여하는 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등의 자유무역협정이 존재한다. 원래 미국이 주도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가 트럼프 정권 때 미국 스스로 탈퇴한 뒤 일본이 주도하는 CPTPP로 바뀌었으나 한국은 가입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정권은 환태평양 자유무역체제가 미국의 제조업 등에 불리하다고 보고 TPP에서 탈퇴했다. 한국은 중국이 가입한 RCEP에는 가입했으나 CPTPP에는 아직 가입하지 않고 있다.
찌야와논 회장은 태국 역시 아직 가입하지 않은 CPTPP에 당장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격화되는 미중 무역분쟁의 높은 파고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 또한 CPTPP 가입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지나치게 미국 눈치보는 일본"
찌야와논 회장은 일본이 지나치게 미국에 의존하면서 미국 눈치를 본다고 비판했는데, 한국은 일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과 한국을 끌어들여 미국없는 아시아 독자적인 자유무역체제를 만들자는 찌야와논 회장의 구상을 미중 분쟁에서 중국편을 드는 이른바 ‘친중’파 화교계의 ‘음모’쯤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겠지만, 최근 일본이 중국과의 접촉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가고 있는 움직임을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지나치게 편협할 뿐만 아니라 국익 관점에서도 위험하다.
비야디(BYD) 전기자동차 등 중국 제품의 동남아 수출확대에 대한 우려에 태국 서민들에겐 나쁠 것 없다며 가볍게 언급하고 지나가는 등 과도한 중국의존과 영향력 확대에 따른 부정적 효과엔 무관심한 듯한 찌야와논 회장 발언에 대한 위화감이 없지 않으나, 인터뷰의 초점이 트럼프 집권 이후 도드라진 ‘미국없는 자유무역체제’ 대안 모색에 맞춰져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중국, 동남아 등과의 관계 강화에 나선 일본
트럼프 정권의 고관세 정책으로 주력산업인 자동차산업 등이 위기에 봉착한 일본은 중국과의 관계 재조정, 동남아시아 등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와의 관계 강화를 통한 대안 모색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되 미국에 ‘올인’하는 도박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대규모 경제 및 외교 사절단을 꾸준히 중국에 보내 온 일본은 트럼프 2기 정권 출범 이후의 정세변동 속에서 올해 안에 시진핑 주석의 방일을 성사시키려 하고 있다.
가을에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를 한반도 주변 주요 4국과 남북한 정상이 모두 참가하는 경제 및 외교안보 논의의 대형 무대로 기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닛케이>의 다닌 찌야와논 CP그룹 회장과의 인터뷰 기사를 아래에 옮겨 싣는다.
미국없는 자유무역권의 심화를
자유무역체제는 미국 트럼프 정권의 고관세 정책으로 재편될 위기에 몰리고 있다. 동남아시아 최대급 재벌을 이끌고 있는 태국의 짜런 폭판(CP)그룹의 다닌 찌야와논 회장은 미국 없는 아시아 자유무역체제를 심화시키자고 제안했다. 세계경제 질서의 행방에 대해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화교 경영자 다닌 회장의 얘기를 들었다.
세계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한 아시아 지역. 그 기반이 된 것은 미국 주도로 확립된 자유무역체제였다. 그런데 트럼프 정권 등장으로 그 전제가 무너졌다.
트럼프 정권, 흐름에 역행
- 자유무역체제는 종언을 고하고 있는 것인가.
= 제2차 세계대전 뒤에 확립된 자유무역체제가 끝났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세계는 전례없을 정도로 정보로 연결돼 있고, 국경을 넘는 경제활동이 번성하고 있다. 트럼프 정권은 흐름에 역행하고 있으나, 상황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미국의 보호주의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고관세정책이 발표된 뒤에도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은 무역이 충분히 잘 돌아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까지 콘트롤(통제)할 수 없다.
- 자유무역의 은혜를 입어 온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나 일본, 중국 등의 나라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아시아 독자적인 무역체제 구축은 좋은 아이디어다. 미국이 참가하지 않아도 우리는 성장기반을 확립할 수 있다. 일본이나 중국, ASEAN이 하나가 되어 무역 틀을 짜면, 유럽연합(EU)과도 대등하게 관세 등 다양한 과제들을 논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세계의 경제질서 재편성으로 이어질 시도가 될 것이다.
ASEAN 지역을 살펴보기 바란다. 평화를 전제로 해서 관세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경을 의식하지 않는 경제활동의 한 사례이자, 세계가 이제부터 향해 가야 할 하나의 방향이다.
한국 대만과도 협력을
-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은 미국이 이탈하고 중국이 가맹 신청을 했다. 아시아 독자적인 무역체제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 CP그룹이 본사를 두고 있는 태국은 가맹 신청을 하지 않았다.
= 태국은 당장이라도 가맹해야 한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는 모든 나라가 서로 보완성을 갖고 있어서 협력하면 사람들이 풍요로워질 것으로 믿고 있다. 한국과 대만 등을 포함해서 첨단기술 등으로 서로 협력하는 경제권을 만들어도 좋을 것이다.
- 일본과 중국은 안전보장을 둘러싸고 마찰도 있다. 두 나라가 과연 협력할 수 있을까.
= 정치와 경제는 분리해서 생각해아지, 같은 논리로 따져서는 안 된다. 일본은 미국의 동맹국이고 정치적으로는 추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자유로운 발상으로 생각해야 한다. 일본은 미국에 의존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미국으로부터 관세를 부과당한 일본제품은 중국을 대체시장으로 삼는 등의 유연한 대응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산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것이 유리한 물품은 중국에서, 일본에서 생산하는 것이 유리한 물품은 일본에서 생산하는 식으로 좀 더 구분해서 대처하면 얼마든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미국은 3억 명 정도의 규모를 지닌 시장이다. 일본이 미국시장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고 한계도 있을 것이다. 미국으로의 생산회귀(리쇼어링)로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자에게 불리해지고, 시장도 축소될 것이다.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미국에는 제로에서 이노베이션(혁신)을 만들어내는 힘이 있었다. 세계의 90% 정도의 기술혁신이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에 모인 우수한 인재들이 개발한 제품을 세계에 팔고, 그 매출을 토대로 다음 이노베이션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정권하에서 창조적인 인재는 퇴출당할 처지가 됐고, 미국은 그런 구조를 스스로 접었다.
CP그룹은 축산 등의 농업, 식품을 중핵으로 하는 재벌이다. 1970년대부터 일본에 닭고기를 수출하는 등 ‘일본의 식탁을 바꾼 기업’으로 불리며 일본과의 관계가 깊어졌다.
- 트럼프 정권은 일본에게 강경자세를 취한다. 그 미국의 고관세정책은 일본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 실은 일본에 유리한 국면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번과 같은 미국의 관세정책은 일본에게 처음이 아니며, 독자적으로 협상을 진행한 적도 있다. (1980년대부터 90년대의 미일 무역협상에서) 미국은 예전에 일본의 첨단기술을 경계했다.
이번에 창끝이 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은) 중국이다. 일본에는 첨단기술을 이끌어갈 기반이 있고, 중국에 뒤지지 않는 기술력이 있다. 미국의 창끝이 (일본을) 향하고 있지 않는 사이에 첨단기술을 높일 수 있다.
-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시아 자유무역권을 발전시켜 가는데 민간기업은 어떻게 제휴할 수 있다고 보나.
= 거듭 얘기하지만, 정치적인 문제와 분리해서 민간기업은 경제활동에 전념해야 한다. 그런 토대 위에서 큰 제휴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첨단기술은 민간기업의 활동이 활발한 영역이다. 한국과 대만까지 포함해서 새로운 비즈니스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CP그룹은 지난 4월 일본 이토추상사와 상호출자 해소를 발표했다. 그 한편으로 2015년에 발표한 양사의 중국 국유기업 중국중신집단(CITIC)에 대한 출자는 유지했다. 아시아의 민간기업간 제휴라는 의미에서 이들 3사의 기업연합을 어떻게 발전시킬 생각인가.
= CP그룹은 일본의 첨단기술에서 잠재력(포텐셜)을 느끼고 있고, 거기에 투자하려 하고 있다. 앞으로는 자동화로 비즈니스의 스피드를 높여 생산성을 몇 배로 높일 필요가 있다. 일본의 로봇산업은 장래가 유망한 분야다.
예컨대 CITIC가 일본에서 투자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이토추뿐만 아니라 일본의 다른 기업들과도 제휴할 생각을 갖고 있다. CP그룹만이 아니라 다른 민간기업(자본)도 일본에 들어갈 것이다.
- 최근 태국에 원자력발전(원전)을 도입하자는 지론을 피력했는데, 일본기업과의 제휴 가능성은?
= 충분히 있다. 태국은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에 비해 도입이 늦어지고 있지만, 클린(친환경) 전력은 필수불가결하다. 원전은 안정적인 전원이고, 다음 차세대 산업발전의 기반이다. (미국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로봇 수가 세계 인구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는데, 그 전력은 원자력기술로 보완해야 한다. 일본에는 뛰어난 원자력기술이 있다. 일본정부는 원전을 앞으로도 유지해야 한다.
- 동남아시아는 자동차 대기업 비야디(BYD) 등 중국기업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 걱정하는 소리도 있다.
= 태국에는 전기자동차(EV) 등의 중국제품이 싼 값에 대량으로 들어오고 있다. 태국 중소기업들에겐 일부 악영향이 있겠지만, 많은 국민들에겐 좋은 일이다. 세계가 연결돼 있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값싼 제품을 소비자들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농업 쪽에서 고베규(고배산 소고기), 흑돼지, 샤인머스캣, 망고 등 고품질 상품도 갖고 있다. 다만 생산량이 적다. 생산량을 늘리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 상사라는 독자적인 기업체도 있다.
주의해야 할 것은, 동남아시아에서는 이제까지와 같이 품질이 좋으면 비싼 값에 팔린다는 생각은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부터는 품질도 좋고 가격도 싸야 한다. 일본은 생산성은 높이고 가격을 내리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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