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충격 발생시 유동성 위기 확산 가능성"
2008년 41조 달러서 2024년 98조 달러로 급증
외환 스와프 최대 이용자는 비은행 금융기관들
‘숨은 부채=잠재적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정권, 중동정세도 불안요소
2024년 말까지 세계 전체의 ‘보이지 않는 부채’(숨은 부채) 규모가 98조 달러(약 13경 3280조 원)에 달해, 충격이 발생할 경우 유동성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고 국제결제은행(BIS)이 경고했다고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이 2일 보도했다.
‘숨은 부채’는 금융파생상품을 활용한 달러 조달법의 하나로,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회사와 투자펀드로 확산되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숨은 부채는 주로 ‘외환 스와프’(foreign exchange swap)라 불리는 금융파생상품을 활용해 조달하는 미국 달러를 가리킨다. 각국이 자국 통화와 교환해서 조달하는 수법인데, 일정 기간 뒤에 달러로 갚아야(상환) 한다. 많은 경우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 상품들인데, 대차대조표에 기입하지 않기 때문에 BIS는 이를 ‘숨은 부채’라 부른다.
<닛케이>는 일본 3대 메가뱅크(미쓰비시UFJ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즈호은행)도 외환 스와프를 통한 달러의 안정 조달에 과제를 안고 있다고 썼다.
2008년 41조 달러에서 2024년에 98조 달러로
세계의 결제시장을 감시하는 BIS가 이를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은 엄청난 규모 때문이다. 그 잔고는 ‘리먼 쇼크’(월스트리트발 세계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말에 41조 달러(약 5경 5760조 원)였으나 2023년 말에는 91조 달러(약 12경 3760조 원), 그리고 2024년 말에는 98조 달러로 팽창했다. 2023년 말에는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41조 달러가 미국이 아닌 곳에 본사를 둔 은행들의 잔고로 추산됐다.
외환 스와프 최대 이용자는 비은행 금융기관들
게다가 BIS에 따르면, 외환 스와프의 최대 이용자는 비은행들로, 투자 펀드 등은 은행처럼 규제의 손길이 미치기 어렵고, 은행에 비해 정보 공개도 불충분하다.
이에따라 금융감독 당국에겐 포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일단 충격을 받은 금융기관은 반제(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달러를 확보하거나 달러 베이스로 자산을 매각할 필요에 쫓겨 재무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통계가 없어 정밀하고 치밀한 실태 파악이 불가능하다. 어떤 나라나 지역에서 어느 정도의 달러 부족이 발생할지 예상하기 어렵다. 불투명한 상태에서 중앙은행이 정책 대응에 쫓길 우려가 있다.
‘숨은 부채=잠재적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행과 BIS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레이타쿠대 나카지마 마사시 교수는 숨은 부채의 팽창에 대해 “잠재적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의 영향은 그만큼 커진다. 경영기반이 약한 지역 금융기관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쓰비시UFJ 파이낸셜 그룹(FG)과 미쓰이스미토모 FG, 미즈호 FG 등 일본 3대 메가 뱅크는 모두 2025년 3월 말에 외화 대출금을 외화예금으로 충당하지 못했다. 안정적 조달의 기준인 예대율은 각기 109%, 131%, 127%로 모두 오버론(대출 초과) 상태였다.
부족분은 사채 발행이나 결제까지의 기간이 긴 스와프 등으로 조달하고 있다. 조달액은 2025년 3월 말 시점에서 미쓰비시UFJ FG는 820억 달러(약 111조 5200억 원), 미쓰이스미토모 FG는 1460억 달러(약 198조 5600억 원), 미즈호 FG는 937억 달러(약 127조 3200억 원)에 달했다. 충격이 발생했을 때 대출 급증이나 예금 유출로 달러가 부족하게 될 리스크를 안고 있다.
트럼프 정권, 중동정세도 불안요소
코로나 19 바이러스 감염증이 퍼져가던 2020년,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일제히 달러 확보에 나서 시장에서 달러 부족현상이 확산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일본은행과 유럽 중앙은행(ECB) 등의 중앙은행들을 경유해 달러 공급을 확충해 사태 수습에 나선 경위가 있다,.
그런데 FRB에 의한 ‘유사 달러 공급’이 앞으로도 계속될지 시장에서는 우려하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제2차 트럼프 정권(트럼프 2.0)이 기축통화인 달러를 세계에 공급하는 코스트(비용)와 관련해 각국도 상응한 부담을 져야 한다고 요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BNP파리바 증권의 고노 류타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FRB가 주요국 중앙은행에 달러를 공급할지 매우 불확실해졌다”고 지적했다.
긴장이 이어지고 있는 중동정세도 불안요소다. 닛세이 기초연구소의 우에노 다카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가능성은 낮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원유가격 상승이 장기화하면 세계적으로 경기가 악화되고 신용 수축이 야기될 것이다. 자금을 조달할 데가 없어지면 유동성이 핍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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