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교육, 주민 가운데 '마을사업가' 육성 기대

사람답게, 더불어, 먹고사는 ‘생활기술직업학교’를

 

율티어촌체험·휴양마을 사업모델을 제안하는 윤미숙 前 경남도 섬·어촌정책보좌관
율티어촌체험·휴양마을 사업모델을 제안하는 윤미숙 前 경남도 섬·어촌정책보좌관

율티마을에는 대학이 있다. ‘율티마을대학’이라 부른다. 물론 형식적으로는 교육부에서 인가받은 정규 대학은 아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2년제 전문대학 쯤은 되지 않을까. 학습효과와 성취도만으로 성과지표를 따지면 말이다.

이 특별한 마을대학은 일단 내년 말까지 존립할 예정이다. 일종의 한시적인 가설대학인 셈이다. 율티마을에서 한창 벌이고 있는 해수부의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이 그때까지 추진되기 때문이다.

이 대학을 하는 가장 큰 취지이자 목적은 명쾌하다. '대체 이 마을사업은 무엇이고, 과연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를 함께 고민하고 공부하고 연구하자는 것이다.

 

소득사업을 위한 ‘먹고사는 생활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편리하고 안전한 생활’을 위한 디지털사용자교육
소득사업을 위한 ‘먹고사는 생활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편리하고 안전한 생활’을 위한 디지털사용자교육

‘마을공동체사업’이 무엇인지부터 이해해야

모름지기 마을공동체사업의 궁극의 책임자는 결국 마을주민이다. 대다수 주민들이 이 사업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점점 이해도와 공감역량을 높여가야 한다. 마을주민들이 한 곳에 모여, 고민과 공부와 연구를 늘, 함께 하면서. 그러지 못하면, 그 마을사업의 결과는 뻔하다. 반드시 실패한다. 마을사업에 관여한 지난 20여년 동안의 경험칙이다. 예외는 기억나지 않는다.

특히 지금 율티마을에서 벌이고 있는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은 다소 낯설다. 앵커조직, 링커그룹 등 개념과 용어부터 생소하다. 사업지침을 읽어보면 머리로는 이해가 되나 가슴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전혀 새로운 ‘사회혁신적인’ 설계모델과 운영방식을 갖춘 이 사업은 이른바 전문가도 어렵고 불편한 상태다. 당연히, 어촌마을 주민들로서 이 사업을 잘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율티마을 주민들의 어제, 오늘의 삶을 복기해, 함께 살아가는 마을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해보려는 평생학습, ‘주민자서전 쓰기’ 교실
율티마을 주민들의 어제, 오늘의 삶을 복기해, 함께 살아가는 마을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해보려는 평생학습, ‘주민자서전 쓰기’ 교실

마을의 생활현장과 사업현실부터 파악해야

겉보기에는 이 사업이 그동안의 마을공동체사업이 안고 있던 시행착오와 한계를 극복해, 대체하려는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사업모델인듯하다. 문제는 그 사업모델의 설계자가 오늘날의 어촌마을의 생활현장과 사업현실은 그리 이상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아름답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안타깝게도 들리는 얘기로는, 전국적으로 이 사업을 유치한 어촌마을의 사업현장마다 또다른 시행착오로 지연 및 표류 사태가 다발하고 있다. 역시 선의나 정의만으로 성과와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율티마을에서는 이런 시행착오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싶었다. 그래서 ‘마을대학’이라는 시스템이 절실했던 것이다.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이라는 어촌마을공동체사업을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에서 시작하기 위해서.

율티마을 주민들이 마을사업을 확실히 책임지고 추진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컨텐츠, 프로그램, 커리큘럼을 충분히 학습하고 정확히 체득하기 위해서. 그 과정이나 방식, 그리고 표현이, 흔히 쓰는 주민역량강화든, 여전히 그 개념과 지향이 실체적으로 체감되지 않는 ‘사회혁신프로그램’이든 말이다.

 

'하동군마을이장학교'에서 마을공동체사업에 임하는 이장의 자세와 역량을 전하는 ‘하동이장학개론’을 강의하는 매계마을 강훈채 前 이장
'하동군마을이장학교'에서 마을공동체사업에 임하는 이장의 자세와 역량을 전하는 ‘하동이장학개론’을 강의하는 매계마을 강훈채 前 이장

마을사업가 키우고, 마을기업 꾸리는 공부부터

‘율티마을대학’은 지난 3월에 개교 및 개강, 2025년 1학기 과정은 오는 8월에 종강할 예정이다. 격주 목요일마다 11회차 강의는 오로지 ‘소득사업 실무교육 및 운영자문’에 집중하고 있다. 마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인 소득사업을 능히 책임지고 기획, 관리, 마케팅할 수 있는 이른바 ‘마을사업가’가 마을주민 가운데 많이 육성, 배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율티 탄소중립 갯벌체험장을 중심으로 ‘어촌체험·휴양마을사업’, ‘마을공유가게(카페)’를 기반으로 한 ‘마을공유가게 직판사업’ 등 율티마을 어촌마을공동체사업의 양대 소득사업을 주민 스스로 운영하려면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공부하려는 학습목적이다.

세부적으로는 먼저, 국내외 농어촌마을 공동체 사례부터 살펴보았다. 다른 마을들은 먼저 시작한 마을들은 어떤 시행착오와 얼마나 되는 성취감을 맛보았는지 간접적이나마 체험했다. 이어 어촌체험·휴양마을의 유망 모델을 따로 개발하고 있다. 다른 마을들의 사례에서 배우고 깨우쳐서, 자칫 다른 마을을 어설프게 흉내내거나 따라가는 게 아닌, 율티마을 고유의, 차별화된 사업모델이 필요하다.

실제적으로는, 어촌체험·휴양마을 프로그램, 운영 매뉴얼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 4월 30일자로 어촌체험·휴양마을사업자 지정도 받았다. 이제 연습이나 시연이 아닌 본격적인 사업화 단계로 접어들 준비가 필요하다.

어촌체험·휴양마을 사업과 효과적으로 서로 연계할 수 있도록 마을공유가게 직판사업도 실전에 임하듯 공부하고 있다. 역시 먼저 시작한 마을공동체 연계 마을공유가게 창업 및 운영 사례부터 살펴볼 예정이다.

이렇게 1학기 과정을 통해 양성된 마을기획자, 마을관리자, 마을마케터 등 ‘마을사업가’들이 모이면 마을기업으로서 ‘율티체험휴양협동조합’을 관리하고 운영할 전열이 갖춰지는 셈이다.,

그래서, 올 하반기 2학기 과정은 ‘마을기업 운영 실무’ 실습에 커리큘럼을 특화, 집중할 계획이다.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은 2027년이 사업원년이지만, 율티마을의 어촌마을공동체사업은 사실상 곧 개업하는 셈이다.

 

학교가 사라진 마을마다 ‘마을학교’가 다시 문을 열기를.
학교가 사라진 마을마다 ‘마을학교’가 다시 문을 열기를.

사람답게, 더불어, 먹고 사는 ‘생활기술’이라야

본질적으로, 궁극적으로 율티마을이 ‘마을교육공동체’를 이루기를 바란다. 비록 마을에 학교라는 시설이나 제도는 없지만, 마을 자체가 학교의 역할과 기능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아이를 기르는 학교 대신, 마을공동체사업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마을사업가’를 키우는 마을학교가 필요하다. 마을이 학교가 되고 주민이 스스로 교사가 되는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이 마을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더불어 살고, 함께 일하는 협력과 나눔의 공동체 문화를 배우고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려면 마을교육공동체는 꼭 필요하다.

마을 재생과 활성화의 관점에서 보아도, 농어촌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학생교육에서 벗어나 지역주민을 위한, 또는 지역주민이 주체가 된 교육과 학습의 장으로 학교가 발전할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마을・지역공동체 재생과 활성화를 위해 학교는 지역의 협동이 강조되는 이른바 ‘지역사회학교’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가령, 교양·취미교육, 정보화교육, 문해교육, 생활체육 등 지역 주민들의 수요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다목적 강당, 정보실, 도서관 등 학교 시설을 기반으로 한 ‘지역사회교육센터’를 만들어 학생과 주민들의 교육 및 교류 공간으로 개방하고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무엇보다, 마을교육공동체에서는 ‘지역에서 나도 먹고살고, 남과 이웃도 먹여 살릴 수 있는 직업적 생활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마을학교에서 학교협동조합도 만들고, 사회적 경제 교과서도 서로 가르치고, ‘먹고사는 생활기술’도 몸으로 익혀야 한다.

그렇게 마을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훈련하다보면, 마을에서 함께, 나도 먹고 살고 마을도 먹여 살리는 길이 저절로 보이는 그날이 올 것이다. ‘마을에서, 사람답게, 함께 먹고사는 큰 길’이 뚜렷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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