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가담·동조 의혹 덮고 대선 출마 '정당화'
KBS· YTN· 연합뉴스TV 등 대선 행보 생중계
조중동·매경·한경, 부정이미지 씻어내려 훈수
민언련 "내란세력 복권해주는 저널리즘 세탁"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초등학생도 답을 알 것 같은 이 질문을 굳이 다시 던져본다. 언론은 선거에서 후보를 검증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통령 후보로 나설 만큼의 자격이 있는지, 능력은 되는지, 믿을 수 있는지 등이 우선이다. 후보의 말과 행동, 삶의 궤적과 업적 등이 검증의 자료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언론은 대선 후보 검증이 아니라 ‘세탁’을 하는 곳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덕수와 김문수 후보에 관한 언론 보도 때문이다. 이 두 후보는 조금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모두 대선 후보 부적격자들이다. 과거 그들의 인생 궤적이나 언행을 불러올 것도 없이, 이 두 사람은 윤석열의 12.3 쿠데타와 관련된 인물들이다.
한덕수 후보는 내란수괴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2인자이자 그동안 내란의 편에 선 정황이 뚜렷하고 권한대행 자리에 앉아 내란을 옹호하며 위헌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았던 인물이다. 김문수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부 장관으로 12.3 비상계엄의 공개 지지자다. 극우 전광훈 씨와 손잡았던 그는 12.3 쿠데타에 대해 사과하라는 야당 의원의 요구에 국무위원들 중 유일하게 사과를 거부하고 고개를 숙이지 않아 ‘꼿꼿 김문수’란 별명이 붙었다나 어쨌다나?
이것 ‘한 방’으로 이 두 후보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 이들이 대통령이 되면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한 쿠데타 내란은 종식이 아니라 다시 시작될 것이다. 대통령은커녕 대통령 후보로 나서도 안 될 인물이고, 윤석열 내란 일당들과 함께 이제 정치와 공직 세계에서 사라져야 할 인물들이다.
그런데도 일부 주류 언론들은 마치 이들이 대선후보로 별 문제가 없다는 듯한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KBS, YTN과 연합뉴스TV 등 보도전문채널에서는 이들이 아무 거리낄 것 없이 대선 후보 놀이를 하고 있는 장면이 보도된다. 지역에서 지지자들을 만나는 모습, 표를 구애하는 모습, 공약을 발표하는 모습, 후보 단일화를 거론하는 모습 등을 방송이 생중계하면서 이들이 당당한 대선 후보로 인정받고 있는 듯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일부 주류 신문들도 마찬가지다. 중앙일보는 김문수 후보가 ‘보수의 전사로 각인되어 국힘당 대선 후보가 된 것이며 강경 이미지가 대선 행보의 족쇄가 될 가능성이 크다’(5월5일자 사설 “김문수 탄핵의 강은 어떻게 건널 것인가”)고 했다. 동아일보는 ‘늘 낮은 곳을 바라봤다고 자임하는 김 후보답게 이젠 국민 눈높이에 맞게 계엄의 강,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같은날 사설 “국힘 대선 후보에 김문수...이젠 탄핵의 강 건너라”)며 김문수 ‘내란 동조자’ 를 정당한 대선 후보로 인정하고 응원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3일자 사설(“한, ‘3년 내 개헌 뒤 퇴임’ 친윤 그늘 탈피가 과제”)에서 한덕수 후보에게 “친윤 생존을 위한 카드라는 국민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을 것”이라며 대선 후보로 성공할 수 있는 팁을 노골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조선일보는 예전부터 대선 때마다 ‘보수 후보’에게 선거전략을 안내하는 선거참모 역할을 해왔다.
“한 출마, 국힘 후보 3일 결정...덧셈 아닌 비전으로 단일화”(동아) “한덕수 출마로 시동 건 단일화, 가치연대로 판단 받아야”(매경), “한덕수 전 총리 임기단축 개헌공약, 공론화 계기돼야”(한경) 등 주요 ‘보수 매체’들은 한덕수 권한대행의 사퇴와 대선 출마를 이렇게 기다렸다는 듯 환영하며 격려와 응원을 보냈다.
이를 두고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지난 2일 “언론은 내란 공범 한덕수 ‘정상화’해주는 ‘저널리즘 세탁’을 멈춰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저널리즘 세탁(journalism washing)’은 ‘부정적 이미지나 조작된 메시지가 언론 보도에 의해 정당화·합리화되는 현상’을 말한다(챗지피티). 언론이 한덕수 후보의 내란 가담·위헌 행위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보도를 통해 씻어내 정당한 대통령 후보인 것처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언련은 성명에서 “언론은 한덕수의 비상계엄 사태 방조, 내란 관여 여부, 국정과 선거관리를 내팽개친 무책임한 작태 등은 제대로 짚어주지 않은 채 유력 대선후보로 자리 잡게 해주는 보도에 몰두할 뿐”이라며 “검증 없는 단순중계, 취재 없는 받아쓰기, 형식적 균형보도 등은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유린한 세력을 ‘정상적 정치집단’으로 복권시켜주는 ‘저널리즘 세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마약이나 무기 거래, 뇌물이나 횡령 등으로 부정하게 벌어들인 돈을 합법화하는 것을 ‘돈세탁(money laundering)’이라 부른다. 환경 파괴 기업이 친환경 기업처럼 보이려고 홍보하는 것을 ‘환경세탁(greenwashing)’이라고 부른다. 한덕수·김문수 두 사람의 대선 후보 부적격·무자격이 드러나지 않도록 저널리즘으로 씻어낸다는 의미에서 민언련의 ‘저널리즘 세탁’은 적확한 표현이다.
민언련 대표를 지낸 언론학자 채영길 교수는 언론이 이번 대법원의 이재명 선거법 파기환송을 정당한 사법절차로 포장한 것 역시 ‘저널리즘 세탁’이라고 지적한다. 채 교수는 조선일보가 5월1일자로 쓴 “이 파기환송심 대법처럼 신속 선고해 법적 정의 세워야” 사설에 대해 “언론이 사설을 통해 내란세력의 복귀를 정당화시키고 사법권력의 정치화에 ‘정의’라는 윤리적 명분을 제공하는 것 같다”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그는 “조선일보의 이 사설은 저널리즘을 파괴하면서 마치 민주주의를 위한 저널리즘의 외피를 쓴 ‘저널리즘 워싱’의 사례처럼 보인다”고 했다.
민주주의 대관식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 검증은 언론의 중요한 책무다. 그러나 과거 언론(특히 주류언론)의 후보 검증은 늘 (편향적으로) 부실했다. 이명박이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자는 아닌지, 박근혜가 국정 수행 능력이 모자란 자는 아닌지, 윤석열이 무능력·무개념·무도한 데다 망상증이 있지는 않은지, 언론이 이를 제대로 검증하고 유권자 국민들에게 알렸다면 선거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바로 앞선 20대 대선에서 윤석열의 대통령 부적격·무자격을 언론이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결과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내란사태와 국가적 혼란이다.
주류 언론들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편향적 부실 검증을 넘어 이제 ‘범죄 세탁소’로 전락하고 있는 것 같다. 윤석열 내란범죄에 동조하지 않는다면 언론은 한덕수·김문수 두 후보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이들이 차기 대선 후보로 출마하지 못하도록 말려야 한다. 그러나 언론은 오히려 이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아무 문제 없으니 이재명 후보와 한번 잘 싸워보라는 식이다. 내란은 끝나지 않았고, 주류 언론들은 이제 내란범죄를 씻어주는 ‘세탁 저널리즘’으로 타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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