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언론들 '정치적 공격'으로 비판하고 나서

원인과 결과 뒤바꿔놓고 본질 외면하는 주장

사법부 독립은 정당하게 행사될 때만 보호받아

더불어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추진에 대해 국민의힘과 다수의 언론매체에서 이를 사법부를 와해하려는 정략적 시도로 몰아가며 비난하고 있다. 사법부 내부에서조차 대법원에 대해 ‘사법 권력의 대선 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등 국민들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지만 상당수 언론들은 대법원장 탄핵론을 사법부 독립 침해이며 부당한 정치적 공격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법원이 사법부의 위상과 신뢰를 스스로 허물어뜨린 상황에서 원인과 결과를 뒤바꿔놓는 주장이다.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추진에 대한 국민의힘과 언론들의 주장은 '사법부 독립 훼손', '정략적 공세', '입법부의 위헌적 월권'이라는 말들로 요약된다. “판결 불복을 넘는 사법부에 대한 노골적 협박”이라는 말까지 쓰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들은 사태의 본질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거나 호도하고 있다. 정작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한 것은 누구이며, 민주적 헌정질서를 위협한 주체는 과연 어느 쪽인지에 대해 가릴 생각은 없이 선후와 주객을 뒤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사태를 촉발시킨 것은 민주당의 탄핵론이 아니라, 대법원이 보여준 전례 없는 절차 파괴와 국민 참정권을 가벼이 여긴 사법권 남용이라는 것을 외면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탄핵론은 사법부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오히려 사법 권력의 월권에 대한 헌정질서 수호 차원의 ‘방어’에 가깝다는 것을 무시하는 것이다.

 

대법원 탄핵에 대해 비판하는 조선일보 한국일보 중앙일보의 사설(위쪽부터).
대법원 탄핵에 대해 비판하는 조선일보 한국일보 중앙일보의 사설(위쪽부터).

6일자 조선일보의 사설을 비롯해 중앙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등 다수의 언론은 이 같은 배경을 철저히 외면한 채, 민주당의 대응만을 문제 삼고 있다. 민주당이 대법원 판결에 불복하고 있고, 대법원장 탄핵은 사법부의 독립을 해치는 폭거이며, 민주당이 이재명 후보의 ‘방탄’을 위해 사법부를 겁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는 겉으로는 헌법상 3권 분립의 원칙을 수호하려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사법 권력의 무책임하고 부당한 행보를 은폐하고 방조하는 것이다.

서울신문은 민주당이 “금도를 넘었다”며 사법부를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문제는 ‘금도’를 먼저 넘은 것은 대법원 자신이라는 점이다. 대통령선거라는 국민 주권 실현의 결정적 국면에서, 사법부가 국민의 대통령 선출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할 수 있는 '도발'을 한 것에 대해 국회의 탄핵권 발동은 입법부가 헌법상 견제 권한을 행사한 것이었다는 점을 보려 하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이 “사법부도 통제하려 든다”고 했지만, 이는 사법부가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권을 통제하려 한 것에 눈을 감는 주장이다.

중앙일보와 세계일보는 민주당이 헌법 84조의 대통령 불소추 특권을 활용해 ‘대통령 방탄’을 도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는 입법적 논의를 통한 제도적 보완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반(反)입법주의적 발상이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이 재임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조항을 담고 있지만, 그 적용 범위와 해석은 시대와 정치적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이처럼 제도의 문제를 논의할 여지조차 ‘불순한 동기’로 단정 짓고 있다.

한국일보는 <법원, 이재명 사건 처리 ‘과속주행’ 부작용도 고려해야>라는 사설에서 사법부에 '충고'를 건네고 있다. "대선이 코앞인 민감한 시기에 특정 대선 후보 사건만 진행 속도를 달리하면 사법부가 불필요한 오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법원은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일보에는 사법부의 위험한 행태가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문제 정도로 비치는 듯하다.

이들 언론들의 주장이 전제하고 있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이 신성불가침의 성역이라는 인식이다. 그러나 사법부의 독립은 국민에 의해 위임된 사법 권한이 정당하게 행사될 때만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다. 사법부가 그 본분을 망각하고 정치에 개입하거나 특정 정치 세력의 이익을 고려한 판단을 한다면, 그 순간 사법부는 스스로 독립의 근거를 무너뜨리게 된다. 지금의 사태는 바로 그러한 사법부 자신의 자해적 행위가 빚은 결과다.

다수 언론의 강변과 달리 국민의 선거권을 제약할 수 있는 중대한 판결을, 선거를 앞둔 시점에 졸속으로 내린 사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훼손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의 수호를 위한 것이다. 거꾸로 사법부 독립을 무기로 권력화한 사법 권력에 침묵하거나 동조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판결이 불리해지자 이성을 잃은 민주당”이라며 조롱조의 비난을 가하고 “민주당이 집권한다면 무소불위의 완력을 또 행사할 참인가”라고 비판하고 있다. 서울신문은 “사정이 급하더라도 민주당은 흥분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다수 국민은 입법부가 사법부를 함부로 해도 되는 권능 조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지금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제1당을 넘어 과연 집권당의 자격이 있을지 저울질하고 있다. 수권정당의 자질을 먼저 보여 주는 것이 최선이다”고 충고하고 있다.

그러나 3권 분립의 상대편에 대해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권능조직인 듯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기관은 입법부가 아닌 사법부다. 입법부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국민의 참정권을 함부로 해도 된다고 여기는 듯한 무소불위의 사법부에 대해 입법부의 견제권을 행사하는 것이야말로 '수권정당의 자질'을 보여주는 것이랄 수 있다. 먼저 '이성'을 찾아야 할 것은 언론 자신들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