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등록 D-3…국힘 지도부 "김문수 안 돼"

김문수 "일주일 선거운동 후 단일화하자"

한덕수 "김문수 제안 단일화하지 말자는 것"

권성동, 단식 농성까지 하며 단일화 압박

민주당 "공당에서 대체 경선은 왜 한 거냐"

국민의힘 단일화 협상 과정이 난장판으로 흐르고 있다. 김문수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지도부, 무소속 한덕수 대선후보는 대화를 하면 할수록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단일화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내란 사건 피의자인 한 후보를 대놓고 밀면서 스텝이 꼬였다.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를 정해놓고 단일화를 통해 외부 인사를 최종 후보로 정하려는 꼼수가 제 발등을 찍은 꼴이다. 

한 후보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대선 후보 등록 기간 전인 11일까지 단일화를 끝내려고 필사적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경선을 통해 정한 김문수 대선 후보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일주일 동안 선거운동을 한 뒤 단일화 과정을 거치자는 것이다.

타협없이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유리한 쪽은 김 후보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가 단식 농성까지 하는 등 고강도 압박을 가하고 있어 김 후보가 이를 버틸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 역대 선거 때마다 단일화 과정에서 잡음이 나왔다. 하지만 당에서 선출된 대선 후보를 당이 나서서 끌어내리려고 하는 것은 처음이다. 국민들의 눈살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회동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2025.5.8.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회동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2025.5.8. 연합뉴스

김문수 대선후보와 한덕수 대선후보는 지난 7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현대미술관 두레 식당에서 단일화를 위한 첫 만남을 가졌지만 이견만 확인했다. 이후 김 후보 측은 8일 오후 4시 30분 국회 사랑재 강변서재에서 1대 1 공개 만남을 제안했다. 한 후보 측은 "4시도 좋고, 4시 30분도, 자정도, 꼭두새벽도 좋다"며 "속보를 보고서라도 언제 어디든 간다"고 응했다.

두 후보는 약속한대로 회담을 시작했다. 2차 회동은 1시간 동안 이어가며 공개 격론을 벌였지만, 양측의 입장 차만 확인하고 마쳤다. 한 후보는 후보 등록 마감 전에 단일화를 완료하자고 거듭 촉구했다. 먼저 발언에 나선 한 후보는 "단일화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어떤 단일화 방식도 당에서 정하면 다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보님이 '(단일화를) 일주일 연기하자'고 한 것이 결국은 하기 싫다는 말씀과 같이 느껴진다"고 했다.

한 후보는 "단일화가 잘 되면 즉각 국민의힘에 입당하겠다"며 당에 입당에 경선에 참여하지 못한 이유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미국 관세 대응 등 국정 현안에 대응해야 했던 점을 꼽았다.

김 후보는 '왜 무소속 후보가 당 선출 후보를 압박하느냐'는 취지로 되풀이했다. 그는 "뒤늦게 나타나 국민의힘 경선을 다 거치고 돈을 내고 모든 절차를 다 한 사람에게 '왜 약속을 안 지키냐'며 청구서를 내미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 대선 후보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다. 2025.5.8.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 대선 후보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다. 2025.5.8. 연합뉴스

이에 앞서 김 후보는 이날 오전 8시 30분 여의도 대선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이 '강제 단일화'를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5월 3일 전당대회 이후 하루도 마음 편한 시간이 없었다"며 "승리의 기쁨도 잠시, 내가 직면한 것은 대통령 후보로 당선된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당 지도부의 작업이었고 그 결정적 사실은 어젯밤 늦게 확인됐다"고 폭로했다. 김 후보는 이어 "나는 민주주의를 위해 일생 동안 싸워왔다"며 "정당민주주의는 우리 헌법에서 가장 중요한 민주주의가 아니냐"고 물었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본선 후보 등록도 하지 않겠다는 무소속 후보를 위해 나를 끌어내리는 이유가 뭐냐"고 했다. 그러면서 "한덕수 후보에게도 묻고 싶다"며 "이런 시나리오를 사전에 알고 있었냐. 그래서 우리 당의 치열한 경선이 열리고 있을 때 대행직을 사임하고 무소속 후보로 등록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단일화 회동 전부터 국민의힘이 강제로 단일화를 진행하려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후보는 또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전에 계획한 듯 후보 등록도 하지 않겠다는 무소속 후보를 위한 선대위를 꾸리고 있다"며 "경선 후보들은 들러리였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식의 강압적인 단일화는 아무런 감동도 서사도 없다"며 "시너지와 검증을 위해 일주일간 후보들은 선거운동을 하고 다음 주 수요일에 방송 토론, 목요일과 금요일에 여론조사를 해서 단일화를 하자"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또 "후보의 동의를 받지 않고 당이 일방적으로 정한 토론회는 불참할 것"이라며 "그리고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했다.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8일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2025.5.8. 연합뉴스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8일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2025.5.8. 연합뉴스

그는 국민의힘 지도부에 '강제 후보 단일화를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만약 강제로 단일화를 진행하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국민의힘 당헌 제 74조에 규정된 '당무 우선권'을 발동하겠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당헌 제 74조(후보자의 지위)에는 "대통령 후보자는 선출된 날로부터 대통령 선거일까지 선거 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하여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김 후보가 제안한 대로 오는 14일까지 선거운동과 방송 토론을 하고 오는 15일과 16일에 여론조사와 단일화를 진행하면 많은 문제가 생긴다.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이 오는 11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한 후보가 단일화 후보로 결정돼도 오는 11일 이후면 국민의힘 기호인 2번을 쓸 수 없고 당의 선거자금을 받을 수 없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한 후보는 그들의 단일화 방안을 거부한 김 후보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의 기자회견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러웠다'고 혹평했다. 그는 "단일화하라는 당원들의 명령을 무시한 채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해 회견을 하는 (김 후보의) 모습을 보면서 저분이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해 왔던 민주화 투사인지, 중견 정치인인지 의심이 들었다"고 질타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은 "8일 저녁 예정된 김 후보와 한 후보의 회동도 비열한 시간 끌기 회동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회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한덕수 후보도 이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기자들과 만나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그동안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가 되면 즉각 한덕수 후보와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한 것처럼 그 약속을 지키라고 얘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 보니 김 후보는 아무런 대안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며 "김 후보와 그 팀이 자꾸 사실이 아닌 것들을 말씀하시는 것 같아서 오늘은 회동이 끝나면 제가 여러분 앞에 서서 분명히 사실이 아닌 내용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왜 한덕수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김문수 후보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정말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문수 당 대선 후보를 향해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조속한 단일화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2025.5.8.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문수 당 대선 후보를 향해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조속한 단일화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2025.5.8. 연합뉴스

한편,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 후보를 주저앉히기 위해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후보 등록 마감일이 3일밖에 남지 않아서 '강수'를 둔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나는 오늘(7일)부터 단식에 돌입한다. 더는 물러서지 못하겠다는 절박함 때문"이라며 "(단식에 들어가며) 나라가 무너지는 걸 더는 볼 수 없다는 원로들의 절박한 외침 앞에 말문이 막혔다"고 말했다. 그는 "단일화 없이는 승리가 안 된다. 단일화 없이 자유는 없다.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에게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짓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단식 농성 소식을 들은 더불어민주당은 "비상계엄에도 삼시 세끼 꼬박 챙기더니 김문수 후보 때문에 곡기를 끊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송평수 선대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의 단일화 쇼가 상상 초월의 막장극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강제 단일화라니 국민의힘은 김 후보와 노예계약이라도 한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선출된 지 닷새밖에 안 된 대선후보에게 강제 단일화를 종용하고 단식농성으로 압박할 거면 공당에서 대체 경선은 왜 한 거냐"며 "정당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황당무계한 풍경을 보며 얼마나 더 추태를 보여주려고 이러는지 벌써 남은 26일이 두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송 대변인은 "내란으로 헌정 질서가 무너질 때는 왜 단식하지 않고 고작 자당 대선후보 주저앉히겠다고 곡기를 끊는다는 말이냐"며 "'정치인은 중대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단식의 변도 우습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인의 약속이 금과옥조라면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이냐"며 "승자를 점찍어 놓고 억지 연출을 강행하는 오디션 프로는 빈축을 살 뿐이다. 국민의힘에 정중히 조기 종영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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