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들이 뽑은 대선 후보 교체하려는 해괴한 행태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보수 정치사에서 2025년은 기록될 만한 해다. 단순히 대통령 선거 때문만이 아니다. 더 심각한 이유는 바로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대미문의 ‘공식 후보 흔들기’ 때문이다. 경선을 통해 당당히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에게 당 지도부가 단일화를 강요하고, 급기야 후보 교체까지 시도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더 놀라운 점은, 이 모든 과정이 ‘정권 재창출’이라는 미명 아래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단일화에 대한 김문수의 버티기나 한덕수의 재촉하기는 정권 재창출이 아니라 대선 패배를 전제로 이후 당내 권력 구도를 위한 주도권 다툼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실상은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핵심인 정당 민주주의의 원칙과 절차적 정당성이 무참히 훼손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정치적 갈등을 넘어 ‘제도 파괴적 충돌’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경선 끝나자마자 시작된 압박 “김문수를 바꿔라”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 공식 후보로 선출된 직후부터, 지도부와 중진 인사들 사이에선 노골적인 불만이 터져 나왔다. “본선 경쟁력이 없다” “중도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이어졌고, 한덕수 전 총리와의 후보 단일화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본격화됐다. 김문수 후보가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고 무대의 계단을 내려오는 순간부터 그는 후보 자리를 위협받았다. 여의도연구원장인 윤희숙 전 의원은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후보 교체를 추진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문수 캠프는 격앙된 논평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경선 결과를 부정하는 모든 시도는 정당민주주의에 대한 명백한 테러다. 당헌 제74조는 후보가 당무 전반에 대한 우선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현재 지도부의 행동은 명백한 당헌 위반이자 절차적 쿠데타다.” – 김문수 캠프 대변인 논평 (2025.5.2)
김문수 측은 단일화 압박을 ‘정치적 강압’이자 ‘불법적인 후보 흔들기’로 규정하며,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실제로 캠프 측은 “가처분 신청을 포함한 모든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자신을 흔드는 세력에 대해 “공천을 받지 못한 친윤 실세들이 패배의 책임을 면피하려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당법과 당헌, 법은 누구 편인가
김문수 캠프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분명하다. 정당법 제1조는 “정당의 민주적인 조직과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할 것을 명시하고 있으며, 당헌 제74조는 대통령 후보 선출 즉시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적으로 가진다”고 규정한다. 이는 김문수가 후보가 된 순간부터, 당의 모든 결정권과 선거 전략 주도권을 갖게 되었음을 뜻한다.
윤희숙 원장이 주장한 전국위원회를 통한 후보 교체 시나리오는, 그 자체로 법적 모순을 내포한다. 정당법 제25조는 정당의 주요 의사결정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며, 경선 결과를 당내 절차 없이 뒤집는 것은 위법 소지가 크다. 실제로 2022년 이준석 전 대표가 당 지도부에 의해 ‘비상상황’으로 규정되어 해임되었을 때, 법원은 징계 자체를 무효화하지는 않았지만, 징계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여 징계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킨 바 있다. 김문수 측은 이 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후보 교체는 단순한 전술 문제가 아니라, 법치의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사법부에 호소할 태세다.
“이건 후보 단일화 아니라 ‘정치적 사보타주’”
단일화 논리는 언제나 대의를 앞세운다. ‘정권 재창출’ ‘중도층 흡수’ ‘연대와 통합’ 같은 말들이 포장지처럼 등장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은 실제로는 정당 민주주의의 절차를 무시하는 면피성 수사에 불과하다.
정당법 제12조는 정당의 모든 중요한 결정이 당원의 의사를 반영해야 함을 강조하며, 최고위원회·전국위원회·전당대회 등 모든 기구는 공정한 절차 하에 열려야 한다고 규정한다. 지금처럼 후보가 당무 우선권을 갖고 있음에도, 지도부가 독단적으로 회의를 소집하거나 압박을 가하는 것은 위법 행위다. 김문수 캠프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후보가 된 순간, 후보는 당의 얼굴이자 리더다. 후보를 들이밀었다가 여론이 불리하니 바꾸겠다는 건 무책임함 그 자체다. 이건 단일화가 아니라 ‘정치적 사보타주’다.”
당내 친윤 지도부들이 김 후보의 강력한 반발에 놀라긴 놀랐나 보다. 지도부가 영남권을 방문하고 있는 김 후보를 급히 만나러 내려가다가 그가 서울로 올라오는 바람에 놓치고 말았다. 김문수가 누구인가. 왕년에 보안사에 끌려가서 갖은 고문을 받고도 동지의 위치를 불지 않았다는 일화를 떠올리면 된다. 버티는 옹고집 하나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니 당 지도부가 김문수를 잘못 본 거다. 이 정도의 정치 폭력은 김문수에게는 안 통한다. 친윤의 단일화 구상은 이제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다.
김문수가 당을 폭파하지 말라는 법 없다
이 혼란의 근본 원인은 정당의 지도력 부재다. 지도부는 후보를 뽑고도 책임지지 않으며, 상황이 불리해지면 교체를 운운한다. 국민의힘이 김문수 후보를 선택한 것은 그가 공천 과정에서 ‘윤심’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보로 뽑아놓고, 본선이 코앞에 다가오자 “이건 아니었다”며 무책임하게 밀어낸다면, 그 정당의 선택을 국민은 신뢰할 수 있을까?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혼란은 부정적으로 반영된다. 보수층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차라리 끝까지 가자”는 김문수 지지가 오히려 결집하는 흐름이 감지된다. 초조해진 한덕수 측이 계속 김문수 캠프의 문을 두드리지만 김문수 측은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믿으며 시간만 죽이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주류 친윤들이 김문수 끌어내리기를 계속한다면 김문수의 성정상 당을 폭파하는 극단적 결정을 하지 말란 법이 있나?
정말 궁금하다. 5월 11일부터 시작되는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에서 기호 2번에는 누구의 사진이 실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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