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는 이미 실행…여러 나라서 도입 시도

AI 등장으로 인간의 근로 시간 단축은 대세

이준석 “생산성 향상 노력 없으면 포퓰리즘”

1인당 연간 근로 OECD 평균보다 130시간 길어

근로 시간 줄여야 할 때…노동생산성도 높여야

현실적인 제약 하나씩 극복하면 주 4일제 가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주 4일 근무제를 화두로 던졌다. 인공지능(AI) 등장으로 단순, 반복 업무는 기계가 담당하고, 사람은 창의성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근로 시간 단축 이슈를 제기했다. 이 후보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내용을 포함한 ‘직장인 정책 발표문’을 올렸다. 근로 시간 단축 외에도 공짜 노동 방지를 위한 포괄임금제 정비, 연차를 제대로 쓸 수 있도록 하는 연차 저축제, 최소휴식 시간제, 휴가 지원제, 교통비 절감을 위한 청년·국민 패스 등 아이디어 차원의 공약도 많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8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 열린 AI 메모리반도체 기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4.28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8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 열린 AI 메모리반도체 기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4.28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재명 “주 4.5일제 도입 기업 확실하게 지원할 것”

이 중 가장 관심을 끈 사안은 주 4일제다. 이 후보는 “우리나라의 평균 노동시간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단축할 것”이라며 주 4.5일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확실한 지원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주 4일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행 방식에는 차이가 있으나 국민의힘도 근로 시간 개편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다만 법정 근로 시간 40시간을 유지하고 유연근무제를 통한 실질적인 4.5일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말하는 4.5일제와는 결이 다르다.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주 4일제 공약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이 주 4일제라는 포퓰리즘의 서막을 열자 국민의힘은 주 4.5일제라는 무원칙한 추종 정책으로 맞대응하고 있다”며 “이 제도를 도입하면 저임금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주장의 근거는 이렇다.

“현행 주 5일제를 주 4일제로 전환하면서 임금 수준을 유지하려면 최소한 25%의 생산성 향상이 필수적이다. 이를 달성하려면 과감한 규제 철폐와 기술 혁신, 자동화, 기계화를 통한 인력 대체 등 적극적인 구조 개혁을 동반해야 한다. 과연 민주당이 노동조합의 강력한 저항 앞에서 이런 근본적 변화를 추진할 의지와 역량이 돼 있나. 결국 준비하지 않은 주 4일제 정책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연결되고, 노동자를 키오스크로 바꾸도록 내몰았던 문재인 정부의 실수가 반복될 가능성 있다.”

 

자료 : 국회도서관. 주 4일제 관련 여론 조사 및 현황
자료 : 국회도서관. 주 4일제 관련 여론 조사 및 현황

주 4일제 시행을 위해 풀어야 할 4가지 과제

일부 사실은 맞지만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지적이다. 국회도서관이 지난 28일 발간한 ‘데이터 플러스’ 7호는 주 4일 근무제를 둘러싼 쟁점을 4가지로 정리했다. 생산성 유지 문제와 임금 삭감, 사회 양극화, 직종별 차이 발생이 그것이다. 이준석 후보가 거론한 문제는 이 중 생산성과 임금에 대한 것이다.

생산성 향상 없이 근로 시간만 단축하면 인건비 상승으로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가 말한 주 4일제 도입은 AI 활용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전제로 한다. 지금의 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건 시간문제다. 생산성 문제가 해결되면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하는 여건을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다. 생산성이나 임금 삭감보다 더 유념해야 할 문제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의 양극화 심화다. 정부가 주 4일제를 독려하면 대기업부터 시행할 확률이 높다. 중소기업은 여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주 4일제 혜택을 누리지 못할 수 있다. 또 주 4일제가 힘든 직종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형평을 맞출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본격 시행에 앞서 다양한 실험이 필요한 이유다.

 

자료 : 국회도서관. 주 4일제 유형
자료 : 국회도서관. 주 4일제 유형

주 4일제는 대세…여러 나라에서 도입 활발

국회도서관의 데이터 플러스 7호는 여러 나라의 주 4일제 현황을 소개한다. 가장 앞선 나라는 벨기에다. 지난 2022년 10월 유럽연합(EU) 국가 최초로 주 4일제를 법제화했다. 다만 주당 근무 시간을 단축한 게 아니라 기존 근무 시간을 4일에 나눠 근무하는 방식이다. 영국은 지난 2월 ‘주 4일제 실행을 위한 근로시간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하는 ‘고용권리법안’ 일부 수정안을 발의했다. 영국의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주당 근무 시간을 32시간으로 줄이고 임금은 동일한 주 4일제를 시범 도입해 현재 시행 중이다.

미국과 일본, 호주도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많았다. 현실 여건상 전면 도입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으나 정책 방향은 근로 시간 단축을 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부분적으로 주 4일제를 도입하고 있다. 주요 대상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다. 기업들도 일하는 시간을 줄이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근무 방식을 모색하는 곳이 많다. 이처럼 주 4일제가 대세라 언젠가는 뉴노멀이 될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띄운 주 4일제 공약을 ‘포퓰리즘’이라며 외면할 일은 아니다.

 

자료 : 국회도서관. 한국 근로시간 변천사
자료 : 국회도서관. 한국 근로시간 변천사

한국은 2023년 기준으로 1인당 근로 시간이 연간 1872시간에 달한다. OECD 회원국 평균보다 130시간 많다. OECD 회원국 중 6번째로 근로 시간이 길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0.9 달러로 선진국보다 낮은 편이다. 더 일하면서 생산성은 낮은 노동의 비효율을 극복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개혁이 필요하다.

AI 등을 활용한 노동생산성 향상과 근로 시간 단축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다. 주 4일제 도입을 목표로 현실적인 제약을 하나씩 풀어나간다면 도달할 수 있는 목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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