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구직자 한 명 당 일자리 수가 0.4개에 불과할 정도로 일자리 구하기가 바늘 귀를 통과하는 낙타만큼이나 어려워졌다. 구직자 1인당 일자리수는 7월 기준으로 1999년 이후로 가장 적었다. 일자리수가 줄어든 건 무엇보다 제조업 경기 부진이 결정적이다. 가뜩이나 제조업이 부진한데 트럼프가 전방위로 펼치는 관세전쟁을 피해 반도체 공장 등을 미국에 지어야 할 판이니, 일자리에는 악재가 켜켜이 쌓이는 형국이다.

구직자 1인당 일자리수가 고작 0.4개

1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고용서비스 통합플랫폼 ‘고용24’를 이용한 7월 신규 구인 인원은 16만 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만 4000명(16.9%) 감소했다. ‘고용24’ 신규 구직 인원은 지난달 41만 1000명으로 2만 1000명(5.5%) 늘었다.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를 뜻하는 구인 배수는 0.40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해 동월(0.51)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1999년 7월(0.39) 이후 7월 기준 최저치다.

천경기 노동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구인배수가 감소한 건 제조업 경기가 많이 부진한 게 주 원인”이라면서 “제조업 분야에서 일자리 숫자가 줄고 있고, 제조업의 구인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보험 상시가입자수 증가 폭도 22년만에 최저

고용보험 상시가입자수 증가 폭도 매우 저조했다. 7월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59만 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만 명(1.2%) 증가에 그쳤다. 코로나 시기를 빼면 증가 폭은 2003년 7월(10만 6000명) 이후 최저다.

업종별로 보면 서비스업 고용보험 상시 가입는 20만 3000명 늘면서 견고한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과 건설업 가입자가 각각 5000명, 1만 9000명 줄었다. 제조업은 생산 및 수출 부진 등 영향이고, 건설업은 업황 저조의 이유가 컸다. 제조업 가입자 수는 384만 6000명으로 자동차, 의약품, 식료품, 화학제품 등에서 증가했으나, 금속가공, 섬유, 기계장비, 고무·플라스틱 등은 줄었다.

고용허가제 외국인 당연 가입 증가분을 제외하면 제조업 분야에서 2만 4000명이 감소했다. 고용허가제 외국인(E9, H2)의 89.8%가 제조업에 집중된 만큼, 제조업에서의 내국인 인력 이탈을 외국인이 채우고 있는 셈이다. 건설업 가입자 수는 75만 명으로 종합건설업을 중심으로 24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서비스업의 경우 가입자 수가 1085만 4000명으로 보건복지를 중심으로 대부분 산업에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남성 가입자는 858만 3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3만 8000명 늘었다. 여성 가입자는 701만 7000명으로 14만 1000명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30대(7만 5000명 증가)·50대(4만 8000명 증가)·60세이상(18만 명 증가)에서는 늘어난 반면, 29세 이하(9만 명 감소)·40대(3만 3000명 감소)에서는 인구감소 영향 등으로 고용보험 가입자가 감소했다.

천 과장은 “일자리 증가를 주도하는 서비스업 분야에서 민생회복 지원 등이 소매 판매에 영향을 미쳐 일자리 증가로 나타난다면, 제조업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구인배수가) 소폭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조업 일자리 주는데 미국에 반도체 공장 지어야 할 판

구인배수가 0.440에 그칠 정도로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진 근본원인은 제조업 부진이다. 제조업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지탱한 기둥이자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공장이다. 그런 제조업의 업황이 부진하다보니 일자리가 휘청거린다.

가뜩이나 제조업 부진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고용시장에 악재가 더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이는 관세전쟁의 피해를 최대한 회피하려고 반도체 공장 등을 미국에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조업 자동화까지 속도를 더하고 있다. 눈 위에 서리가 내리는 형국인데, 이재명 정부가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