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2+2 통상협의' 24일 밤 9시 개최

한 대행, 트럼프 압박에 "맞서지 않겠다"

야권 "협상 시작도 전에 미리 조아리나"

미국 관세 압박,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4월 20일까지 대미 수출 14.3% 급감

한-미 경제협력과 무역균형 논의를 위한 장관급 협의(2+2 통상협의) 일정이 확정됐다. 회의는 양국에 대한 균형적인 명칭이 붙었지만,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를 한국이 수용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의 수뇌들이 최근 잇달아 보이고 있는 ‘숭미적‘ 언행이 이러한 우려의 근원지다. 이에 대한 야권의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실제 이런 미국에 종속적인 정부의 태도로 인해 이달 수출, 특히 대 미국 수출이 급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분별한 관세 부과가 우리니라 수출이 줄어든 결정적인 요인이다. 한미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사실상 0%에 가까웠던 특혜관세가 무력화됐지만, 정부는 이를 사실상 방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수입액도 줄기는 했지만 수출액을 웃돌아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4.21.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4.21.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1일 제5차 경제안보전략TF 회의에서 "24일 저녁 9시, 미국시간으로 오전 8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한미 2+2 통상 협의'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한 대행은 "미국이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와 협의를 시작하게 된 것은 우리와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협의 개최 자체를 미국에 감사한다는 태도가 묻어난다. 이어 "정부는 국익 최우선의 원칙 하에 미국과 차분하고 진지하게 협의해 양국이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관세 압박에) 맞서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변명 차원에서 한 언급으로 해석된다.

한 대행은 FT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에 진 ‘역사적 채무(historic debt)‘를 강조하면서 "오늘 한국의 산업역량, 금융 발전, 문화, 성장과 부는 미국의 도움 덕분"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원조와 기술이전 등의 덕분으로 외국인 투자가 활성화됐음을 내비쳤다. 이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이 줄기차게 문제 삼아온 ‘비관세 장벽‘을 이번 협의 과정에서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번 2+2 협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무역균형, 조선, 액화천연가스(LNG) 3대 분야가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한 대행은 "한미 상호 간 호혜적인 합의점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공언하면서도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 기업이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금 협정도 재논의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2025.4.21. 연합뉴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2025.4.21. 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 등에서 드러난 한 대행의 언행은 국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협상을 앞둔 관료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상대에게 빚을 졌다거나 일부 산업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등으로 저자세를 보이는 일은 협상 이외에 다른 성취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행은 "대통령과 권한대행의 업무에는 차이가 없고, 대행의 권한은 헌법과 법률에서 나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권한대행의 직무범위는 현상유지적인 것에 국한된다는 게 학계의 통설이다. 법제처의 헌법 주석서의 해석도 마찬가지다.

한덕수 대행의 법률과 상식에 벗어난 언행에 대한 야당 등 정치권의 비판이 빗발쳤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범위 이탈과 지나친 대미 종속적 자세에 대해 비난하면서 정부의 중요 의사결정은 40일 후면 탄생할 차기 정부에 맡기라고 요구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한덕수 대행 체제는 ‘시한부 임시 정부‘이니 중요 협상은 차기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관세, LNG, 방위비까지 본인의 대선 출마에 마중물로 쓰려는 속셈을 당장 버리라"로 촉구했다. 김태년 민주당 경제안보특별위원장은 ‘한덕수, 나라를 팔아먹을 생각인가‘ 제하의 보도자료를 내어, 한 대행의 최근 행각을 ‘자진 항복‘에 가까운 굴욕 외교라고 맹비난했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 대응을 위한 통상안보TF 1차 회의'에서 김현종 단장(전 국가안보실 2차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5.4.21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 대응을 위한 통상안보TF 1차 회의'에서 김현종 단장(전 국가안보실 2차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5.4.21

조국혁신당 의원단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협상은 한낱 권한대행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당장 손을 떼라"로 요구했다. 혁신당 의원들은 한 대행을 멋대로 관인을 찍어 을사늑약을 체결한 친일파에 비유하면서 이는 명백한 주권 도용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과 정부 수뇌들의 대미 종속적 대응으로 인해 4월 수출이 급감했다. 관세청이 집계한 이달 1~20일까지 수출액을 33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억 7000만 달러나 감소했다. 조업일수가 같았음에도 5.2%나 줄었다. 특히 미국으로의 수출은 14.3% 급감했다. 미국의 전방위적 관세 부과로 우리 수출기업들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품목별로 보면 주요 10개 품목 가운데 반도체(10.7%)를 제외한 나머지 9개 품목은 모두 감소했다. 특히 미국이 주요 시장인 승용차(-6.5%), 석유제품(-22.0%) 등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수출액 증감률 추이
수출액 증감률 추이

1∼20일 수입액은 340억 달러로 11.8%(45억 7000만 달러) 줄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장비(9.8%), 정밀기기(2.9%) 등에서 늘었고 원유(-29.5%), 반도체(-2.0%) 등은 줄었다.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수입액은 27.9%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일본(3.2%), 베트남(6.3%) 등으로부터 수입이 증가했고 중국(-7.6%), 미국(-10.1%), EU(-17.3%) 등은 감소했다.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는 1억 달러 적자를 보이고 있다.

 

4월 1~20일 수출입 실적. 자료 : 관세청
4월 1~20일 수출입 실적. 자료 : 관세청
주요 국가별 수출입 통계. 자료 : 관세청
주요 국가별 수출입 통계. 자료 : 관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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