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령대 여성, 이스라엘군 표적"
산부인과 의료시설 체계적 파괴
임신·출산 필수 의약품 반입 저지
성폭력도 만연…빈도·심각성 증가
관련자 처벌, 불법 점령 종식 요구
이스라엘 당국이 가자지구에서 의도적인 출생 저지, 몸을 파괴하는 생활조건 강요 등을 통해 하나의 집단으로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생식'(reproduction·종족 번식) 역량을 전략적으로 파괴하고 있다는 유엔 보고서가 나왔다.
특히 이스라엘군은 이를 위해 임신·출산·산후조리 등을 위한 산부인과 의료시설들을 체계적으로 파괴했을 뿐 아니라, 전략적으로 민간인 여성과 소녀들을 직접 공격해 상대적으로 훨씬 더 많은 희생자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유엔, 가자 참상 담은 보고서 발표
"팔 민족 생식 역량 전략적 파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안을 다루는 유엔인권이사회(UNHRC) 독립 조사위원회(위원장 나비 필레이)는 13일 2023년 10·7 사태 이후 이스라엘이 가자 등 팔 점령지 전역에서 벌인 각종 범죄를 조사한 '인간의 인내 한계를 넘어서'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앞서 위원회는 11일부터 이틀간 제네바 유엔사무소에서 공청회를 열고 팔레스타인 피해자와 의료진의 증언을 들었다.
위원회 발표문에 따르면, 필레이 위원장은 "전쟁의 한 방법으로 굶기기와 함께 산부인과 병동과 가자의 주요 인공수정 병원에 대한 직접적 공격을 포함해 생식 관련 의료시설들을 표적으로 삼은 건 모든 측면의 생식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일례로 인공수정 병원인 가자의 알바스마IVF센터는 2023년 12월 이스라엘군의 포격을 받고 배아 약 4천 개를 잃었다.
필레이는 "이런 침해 행위는 여성과 소녀에게 직접적인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피해뿐 아니라 하나의 집단으로서 팔레스타인인의 정신 건강과 생식, 가임 전망에 되돌릴 수 없는 장기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라고 우려했다.
임신·출산 필수 의약품 반입 저지
"모든 연령 여성, 이스라엘군 표적"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를 봉쇄하는 동시에 임신, 출산, 산모와 신생아 조리에 필수적인 의약품·장비 제공을 포함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저지했다. 또한 산부인과 진료를 받지 못한 여성과 소녀들은 임신과 출산 관련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그리고 이스라엘군이 전략적으로 주거용 건물들을 타격하고 인구 밀집 지역들에 대용량 폭탄들을 투하한 결과, 여성 사망자 수가 전례 없는 규모가 됐고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임부를 포함한 모든 연령대의 여성이 이스라엘군의 표적인 된 사례들도 이번 보고서에 기록했다.
위원회는 "이런 행동들은 여성과 소녀의 생식 권리와 자율성, 생명과 건강권, 가족 형성, 인간의 존엄성, 육체적·정신적 온전함, 고문 등 잔혹하고 비인간적이고 치욕적 대우로부터의 자유, 자결권, 차별금지 원칙 등을 침해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이런 행위는 국제형사재판소(ICC) 설립의 법적 근거로 1998년 채택된 로마규정(Rome Statute)과 전쟁범죄를 규율하는 1949년의 제네바협약(Geneva Convention)에 따르면, '집단학살 행위'(genocidal act)에 해당한다고 위원회는 밝혔다.
"이스라엘, 성폭력 체계적으로 활용"
대상 가리지 않고 빈도·심각성 증가
이스라엘군의 잔혹 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인의 자결권을 약화하려는 더 큰 그림에 따라, 성폭력과 성추행과 같은 젠더(성) 기반의 폭력을 체계적으로 휘둘러왔다는 게 위원회의 판단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성적이고 젠더 기반 폭력은 팔 인민을 지배, 파괴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전쟁 전략에 따른 것으로서 팔 점령지 전역의 여성과 남성, 소녀와 소년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저질러지고 그 빈도와 심각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요르단강 서안에선 유대인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사회에 공포를 주입하고 내쫓기 위해 성폭력을 저지르고 있다.
공공장소서 강제로 발가벗기기도
"이스라엘 보안군 작전 규정 일부"
구체적 형태를 보면, △ 공공장소에서 강제로 옷을 벗기거나 완전히 발가벗기기 △ 성폭행뿐 아니라 강간 위협을 포함한 성추행이 있다. 이것들은 이스라엘 보안군의 작전 규정(SOP)의 일부이며, 이스라엘 최상부 리더십의 명시적 명령이나 암시적 격려로 행동으로 옮겨진다.
필레이 위원장은 "위원회가 수집한 증거는 성적이고 젠더 기반 폭력의 개탄스러운 증가를 보여준다"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공포에 떨게 하고 그들의 자결권을 약화하는 억압체제를 영속화하기 위해서라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련자 처벌, 불법 점령 종식 요구
네타냐후 "근거 없는 거짓 비난"
보고서는 이스라엘 정부를 상대로 관련 범죄자 처벌 등 19개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위원회는 "이런 범죄들은 근본 원인을 건드려 처리해야 한다"면서 △ 가능한 신속한 불법 점령 종식 △ 즉각적인 유대인 정착촌 해체와 정착민 소개 △ 팔레스타인인의 귀향, 재산·토지 반환 보장 △ 재산 반환 불가한 팔 주민에 대한 배상 △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억압적인 구조와 제도화된 차별 시스템 해체 등을 촉구했다.
이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에서 "유엔 인권이사회로 알려진 반이스라엘 서커스는 그간 테러를 지원하는 반유대주의적이고 부패한, 무의미한 기구"라면서 "유엔은 홀로코스트 이래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최악의 학살인 하마스의 반인륜 전쟁범죄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근거 없는 혐의를 포함한 거짓 비난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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