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550만명…코로나·외환위기 때보다 줄어

자영업자 수 연간 기준 감소는 4년 만에 처음

소비는 줄고 비용은 오른 외식업 가장 큰 타격

"코로나에도 버텼지만 줄폐업…올해도 막막"

정부는 겨울 핑계대지만 작년 1월보다도 감소

비상계엄으로 비롯된 국정 혼란의 영향으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자영업이 한계상황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한 내수 부진이 가속화 하면서 최근 2개월에만 자영업자 수가 20만 명 넘게 줄었다. 1월 자영업자 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코로나19 사태 때보다 줄어들었다.

 

서울 서대문구 인근 폐업한 상점. 2024.9.1.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인근 폐업한 상점. 2024.9.1. 연합뉴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자영업자 수는 55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3년 1월 이후 2년 새 가장 적은 숫자다. IMF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7년(590만 명)과 1998년(561만 명)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600만명)과 2009년(574만명)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자영업자 수는 2009년부터 500만명 대로 줄어들었지만, 줄곧 560만∼570만명 수준을 유지하다 2020년 코로나 사태로 550만명대로 떨어졌다. 이후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에 퍼진 팬데믹에서 지역 풍토병 수준인 엔데믹으로 전환되기 직전인 2023년 1월에는 549만 명까지 떨어졌다. 이후 다시 증가세로 회복하던 자영업자 수가 다시 급감한 셈이다. 1월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11월 570만여 명과 비교하면 20만명 이상 감소했다.

 

자영업자 수 추이
자영업자 수 추이

자영업 가운데 가운데 특히 식당이나 술집 등 외식업이 내수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외식업계는 조속한 경기 부양책이 나오지 않으면 올해 상황은 버티지 못할 지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내놓은 외식산업경기동향에 지난해 4분기 외식업계 체감 경기지수는 71.52로 전 분기(76.04)보다 4.52p 하락했다. 이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한 업체가 증가한 업체보다 많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는 외식업체 3000곳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분기별 지수는 지난 2022년 3분기 89.84까지 올랐으나 이후 대체로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지난 2023년 3분기부터 70대로 내려왔다. 작년 4분기에는 외식업계 체감 경기가 더 악화해, 코로나19 유행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시행됐던 2021년 4분기(70.34), 2022년 1분기(70.84) 수준으로 떨어졌다.

앞으로의 외식산업 경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물가도 상승해 내수 부진이 더 심화하면서 외식경기 회복이 어렵다고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 1분기 외식산업 경기를 전망한 지수는 79.39로, 지난해 4분기 전망 지수(83.65)보다 4.26p 낮아졌다.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 추이. 자료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 추이. 자료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정부는 1월 자영업자 감소가 겨울에 농사를 쉬는 농림어업인이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계절적 요인을 제외하고 볼 수 있는 전년 동월 대비로도 감소했다. 지난해 1월보다 2만 8000명 줄었다. 자영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것은 지난 2021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겨울철에는 농사 휴지기 영향으로 농림어업인이 쉬기 때문에 자영업자 감소 규모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동기와 비교해 1월 자영업자 수가 2021년 이후 처음으로 줄어든 것은 도소매 업계의 지속적인 불황과 함께 숙박, 음식점업 자영업자의 증가세가 둔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결국 내수 불황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자영업자 감소는 내수 부진 등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거리두기 등 조치가 해제된 지 오래지만 외식 등 외부 소비를 줄이는 소비 행태는 그대로 굳어있다"며 "여기에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장사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작년 말 자영업자 급감한 것은 '코로나만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며 희망을 갖던 자영업자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줄폐업한 영향"이라며 "아직 버티고 있는 이들이 많아 자영업자 수는 올해에도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대출 만기 연장이나 이자 상환 유예 조치 등 각종 지원 정책이 끝나고, 내수 침체가 계속 이어지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수행한 자영업자 5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원자재·재료비(22.2%), 인건비(21.2%), 임차료(18.7%), 대출 상환 원리금(14.2%) 순으로 부담이 크다고 응답했다. 아울러 조사 대상자들의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13.3% 감소했다. 순이익이 감소했다는 응답 비율은 72.0%, 증가했다는 응답은 28.0%였다. 올해도 순이익과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 비율은 각각 62.2%, 61.2%로 나타났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