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과징금 1400억은 생명 경시의 상징

일자리 양극화와 비인간적 노동 현실 드러내

노동 환경 개선엔 시민사회 꾸준한 감시 필요

생명을 짓밟은 효율성의 비극

온라인 쇼핑 플랫폼 기업인 쿠팡(Coupang)의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얼마나 냉혹하게 인간의 생명을 경시하는지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노동자들은 단순한 생산성의 도구로 전락해 극도의 노동 강도와 비인간적인 작업 환경 속에서 생명을 잃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에 부과한 1400억 원의 과징금(2024년 대기업 1위,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은 단순한 벌금이 아니다. 이는 인간의 생명을 금전으로 대체하려는 자본주의의 냉혹한 논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이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반복된 노동자의 죽음은 기업이 얼마나 생명을 경시하는지 드러낸다.

 

2024년 공정위 부과 대기업 과징금 현황
2024년 공정위 부과 대기업 과징금 현황

교육이 만든 효율성의 노예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는 단순히 저렴한 가격에 혹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그런 소비자를 양산한 교육 시스템에 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은 오직 남들을 이기는 것,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성적이 높으면 좋은 대학에, 업무 성과가 좋으면 좋은 직장에 갈 수 있다는 단순한 논리는 노동자의 인권과 존엄성에 대한 감수성을 말살했다. 쿠팡의 슬로건 '쿠팡 없이 그동안 어떻게 살았을까?'는 역설적으로 노동자를 단순한 비용으로 취급하는 기업의 관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 슬로건의 진정한 위험성는 의존의 메커니즘에 숨겨져 있다. 점진적으로 우리를 생태계에 종속시키면서, 결국 더 높은 비용과 더 심각한 노동 착취의 구조로 우리를 유인한다.

처음에는 저렴한 가격과 편리함으로 소비자를 유혹하지만,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기업은 점차 가격을 인상하고 서비스의 질을 하락시킬 수 있는 구조적 권력을 갖게 된다.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플랫폼은 소비자에게 더 높은 비용을 전가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이러한 의존의 위험은 단순히 경제적 비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의 선택권은 점점 축소되고, 기업은 더욱 강력한 통제력을 행사하게 된다. 결국 소비자와 노동자 모두가 이 구조적 폭력의 피해자가 된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CG) [연합뉴스TV 제공]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CG) [연합뉴스TV 제공] 

구조적 폭력, 그리고 변화의 가능성

'우리가 일자리를 만들어줬으니 고마워해야 한다'는 논리는 노동 현실의 근본적인 모순을 은폐하는 위험한 담론이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반복된 노동자의 죽음은 단순한 개별 사건이 아니라, 일자리의 양극화 문제와 노동 환경의 비인간성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이러한 비인간성은 노동의 본질을 왜곡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하루 12시간을 넘나드는 극단적인 노동 강도는 노동자를 단순한 생산 도구로 전락시키며,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성마저 짓밟는다. 충분한 휴식 시간 없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단순 노동은 신체적 피로를 넘어 정신적 소진을 야기한다.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은 철저히 무시되고, 개인은 기계적 효율성의 부속품으로 취급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노동자는 자신의 인격과 가치를 잃어가며, 생존을 위해 비인간적인 조건을 감내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처한다.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의 구조화 이론에 따르면,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행위주체로서의 잠재력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에게는 효율성을 넘어 윤리, 공감, 인간의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변화는 불가능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이다. 시민사회의 꾸준한 감시와 비판, 부당한 노동 환경에 대한 사회적 담론 형성은 이미 작지만 중요한 변화의 징후를 보여준다. 법제도적 측면에서도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점진적인 개선 움직임이 감지되며, 특히 젊은 세대는 단순한 일자리가 아닌 인간적인 노동 환경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 각자가 작은 실천을 통해 사회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소비자로서 윤리적 소비를 선택하고,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내며, 노동자로서 존엄성을 지키는 연대는 근본적인 사회 변화의 씨앗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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