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 정보 독점은 현대판 정보권력 집중 현상
알고리즘이 만드는 필터 버블, 편향된 세계관 만들어
디지털 주권 회복 위한 규제해야…개인적 실천도 중요
정보 독점의 역사에서 빅테크까지
현대인들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우리가 남기는 모든 디지털 흔적은 기업들의 서버에 고스란히 저장된다. 채팅 기록, 검색 기록, 영상 시청 기록까지 모든 활동이 데이터로 변환된다.
역사적으로 정보 독점은 권력과 직결되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서기관(書記官)들이 특권층을 형성했다. 조선시대에도 임금은 비밀스러운 국정 정보를 담은 '승정원일기'를 통해 정보를 독점했다. 이 기록은 오직 특정 관리들만 접근할 수 있었고, 따라서 일반 백성들은 국정 운영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오늘날 구글, 메타,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새로운 형태의 정보 독점자가 되었다. 이들은 우리의 개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막대한 이익을 창출한다. 검색어 하나, 클릭 한 번이 모두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어 소비자 프로필을 만든다.
알고리즘의 선택 편향
빅테크 기업들의 알고리즘은 우리의 취향을 분석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이는 편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을 형성한다. 필터 버블이란 인터넷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과거 행동을 기반으로 정보를 걸러내어, 사용자가 자신의 기존 관점과 일치하는 정보만 보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로 인해 다양한 관점과 의견에 노출될 기회가 줄어들고, 편향된 세계관이 강화된다.
2011년 미국 작가이며 인터넷 활동가인 일리 파리저(Eli Pariser)는 저서 '필터 버블 : 인터넷이 당신에게 숨기고 있는 것'에서 알고리즘이 만드는 정보 거품을 경고했다. 그는 같은 검색어를 입력해도 서로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했다. 예를 들어, 보수적 성향의 사용자와 진보적 성향의 사용자가 같은 정치 이슈를 검색했을 때 전혀 다른 뉴스 기사가 상위에 노출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더 심각한 사례는 2018년 페이스북-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이다. 이는 약 8700만 명의 페이스북 사용자 데이터가 정치 컨설팅 회사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의해 불법적으로 수집되어 미국 대선 등에 활용된 사건이다. 단순한 성격 테스트 앱을 이용한 사용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개인정보가 수집되었고, 이는 맞춤형 정치 광고에 활용되었다.
디지털 주권 회복을 위한 실천 방안
개인 차원에서 디지털 주권을 회복하는 방법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정기적으로 인터넷 브라우저의 캐시 데이터와 쿠키를 삭제하는 게 필요하다. 매일 컴퓨터 사용을 종료한 후 삭제하면 도움이 된다(사진 설명 참조). 유튜브의 경우 '설정' 메뉴에서 '시청 기록 일시중지' 기능을 활용하면 알고리즘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프라이버시 중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구글 대신 덕덕고(DuckDuckGo)와 같은 검색 엔진을 사용하면 검색 기록이 저장되지 않는다. 시그널(Signal) 메시징 앱은 종단간 암호화(end-to-end encryption)를 제공하여 대화 내용이 제3자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한다. 종단간 암호화란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의 메시지가 전송 과정에서 어느 누구도(서비스 제공자조차도) 해독할 수 없도록 하는 기술이다. 시그널은 이 기술을 통해 사용자들의 대화 내용을 완벽하게 보호하며, 정부나 기업의 감시로부터 자유로운 통신을 가능하게 한다.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도 효과적이다.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을 일주일간 제한했을 때 참가자들의 불안감이 감소하고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주말이나 특정 시간대에 SNS 접속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알고리즘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정보 독점은 과거 권력자들의 정보 통제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차이점이 있다면 현대의 정보 독점은 더 정교하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개인의 실천과 함께 사회적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유럽연합의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은 기업이 수집한 개인정보에 대한 '잊혀질 권리'를 보장하는 좋은 사례다. 시민들이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에 대한 맹목적 수용이나 거부가 아닌,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균형 잡힌 접근이다. 디지털 시대의 정보 주권은 개인의 의식적인 선택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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