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세에 입사해 34.8세에 임원 승진
일반 직원과 비교하면 18년 이상 빨라
자녀 세대로 갈수록 승진 기간도 줄어
입사와 함께 임원, 사장직에 오르기도
핏줄로 고속 승진…조직 분위기 망쳐
재벌기업 총수 가족들의 고속 승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재벌 가족이 입사해서 임원이 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구체적으로 얼마나 될까? 기업데이터 전문 기업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평균 30.4세에 입사해 34.8세에 ‘별’을 다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벌기업에서 일반 임원 중 상무나 이사로 승진하는 나이는 평균 52.9세(2019년 9월 기준)였다. 재벌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반 직원보다 무려 18.1년이나 일찍 임원이 되는 셈이다.
CEO스코어는 2023년 결산 기준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88곳을 대상으로 총수 일가의 경영 참여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26일 공개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대부분 재벌기업들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총수 일가가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대기업집단은 63곳이며 인원은 총 212명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175명, 여성이 37명이다.
CEO스코어는 이들 기업 총수 일가의 임원 승진 현황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총수 일가가 입사 후 임원에 오르는 기간은 평균 4.4년에 불과했다. 일반 직원은 임원이 되려면 평균 20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 총수 일가가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일반 직원과 비교하면 승진 속도가 너무 빠르다. 능력이 아닌 핏줄만으로 임원 승진 기간이 이 정도로 차이가 나면 조직 분위기가 좋을 수가 없다. 절차적으로도, 분배적으로도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때문이다.
재벌가의 자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임원 승진 기간이 짧아지고 있는 현상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부모 세대보다 자녀 세대가 0.2년 짧은 것으로 조사됐다. 입사 나이도 부모 세대(30.7세)보다 자녀 세대(30.2세)가 더 젊었다. 최근 국내 기업 전반에서 젊은 지도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임원 승진 소요 기간이 단축된 측면도 있으나 그렇다고 해도 재벌가 자녀 세대의 승진 속도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임원이 된 총수 일가도 총 54명이나 됐다. 그룹별로는 영풍과 OCI가 각각 5명으로 가장 많았고, 신세계와 현대해상이 각각 3명으로 뒤를 이었다. 입사와 동시에 바로 사장단에 오른 총수 일가 역시 김주원 DB그룹 부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이지현 OCI드림 대표 등 7명에 달했다. 이에 비해 박장석 SKC 전 상근고문은 임원 승진에 16년이 걸려 대조를 보였다. 사장단 승진에 최장기간이 소요된 인물은 34.9년이 걸린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이다.
사장단 이력이 조사된 167명의 사장 승진 소요 기간은 12.9년이다. 자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더 어린 나이에 입사해서 더 빨리 임원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세대는 평균 30.7세에 입사해 4.5년 만에 임원, 13.2년 만에 사장단으로 승진했다. 자녀 세대는 이보다 어린 평균 30.2세에 입사해 임원 승진까지 4.3년, 사장단 승진까지 12.5년이 걸렸다.
성별 승진 평균 소요 기간은 여성이 남성보다 빨랐다. 여성이 임원까지 1.3년, 사장단까진 1.7년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평균 30.0세에 입사해 임원 승진까지 4.6년, 사장단 승진까지 13.1년이 소요됐다. 여성은 평균 32.6세에 입사해 임원 승진까지 3.3년, 사장단 승진까지 11.4년이 걸렸다.
이번 조사는 그룹 경영에 참여 중이거나 과거에 참여했던 창업주(1세와 1세의 배우자)의 자녀 세대(형제자매 포함), 그들의 배우자(고인과 과거 참여 임원 포함)를 포함했다. 승진 시기 산정 기준은 인사 승진 기사, 포털에 등록된 프로필, 분기 보고서 등에 기재된 직위를 기준으로 했다. 승진 연도만 확인된 경우 승진 연도의 3월 기준으로 일괄 처리했다.
승진 시기는 그룹 경영에 참여한 시점부터 잡았으며, 계열분리 이전 시점부터 추정해 반영했다. 다만 재단과 관장 등의 이력은 제외했다. 나이만 공개된 인물은 한국식 연 나이 기준으로 출생 연도를 추정했다. 임원은 ‘이사대우 이상’, 사장단은 ‘사장, 부회장, 회장’을 범위로 정해 조사했다. 창업주를 1세대로 했으며 이후엔 나이와 관계없이 2세, 3세 등으로 구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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