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7조 중 1.8조…이재용 3465억으로 1위

SK·현대차 지배주주 배당 증가율 두 자릿수

기업가치 제고 정책 맞춰 배당금 늘렸으나

총수 일가 쏠림으로 주주 환원 효과는 미미

이사회 독립성 강화할 제도 개편이 더 중요

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주주 환원 정책의 하나로 배당금을 10% 이상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를 강조하자 이에 부응하는 차원으로 배당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배당금을 늘린 것만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늘어난 배당금의 상당액이 극소수 지배주주 몫으로 돌아가는 쏠림 현상으로 소득 불평등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주 환원을 명분으로 배당금을 늘리는 정책이 총수 일가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배당금 총액의 약 4.5%를 재벌 총수 일가 30명이 가져갔다. 국세청의 최근 5년 배당 소득 자료에서도 전체 배당금의 절반을 주식 부자 상위 0.1%가 챙기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식 부자 상위 1%로 범위를 넓히면 이들이 받는 배당금 비중은 70% 이상으로 늘어난다. 배당을 확대하는 주주 환원 정책만으로는 기업가치 제고에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업 배당금 총액의 4.5% 챙긴 재벌가 30명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지난 14일까지 현금과 현물배당을 발표한 560개 기업의 배당금 현황 보고서를 18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2024년 배당금 총액은 40조 7090억 원에 달했다. 2023년 36조 8631억 원보다 10.4% 증가한 규모다. 리더스인덱스는 작년 2월에도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현금과 현물배당을 발표한 76개 기업의 배당 규모를 조사했다. 그 결과 2022년 대비 2023년 배당금 증가율이 9.3%로 낮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10%를 넘어선 것이다.

배당금은 주식 수에 비례하기 때문에 지분이 많은 지배주주에게 더 많이 돌아가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주주 환원을 명분으로 배당금을 늘리다 보면 총수 일가가 어부지리로 이익을 볼 수 있다. 기업가치 제고 효과보다 소득 불평등을 심화하는 역효과가 더 클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과다 배당금보다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과 집중투표제 도입 등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을 병행해야 진정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

 

자료 : 리더스인덱스. 개인 배당 상위 30명.
자료 : 리더스인덱스. 개인 배당 상위 30명.

배당금 부동의 1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가장 많은 배당금을 받은 재벌 총수는 이재용 회장이다. 2023년보다 228억 원 늘어난 3465억 원을 배당받았다. 2위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으로 전년 대비 약 131억 원 많은 1892억 원을 받았다. 3위는 정 명예회장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1747억 원을 받았는데 전년 대비 183억 원 늘어난 액수다. 계열사들의 배당금이 늘면서 12% 가까이 증가했다. 4위에서 6위는 삼성가 세 모녀가 차지했다.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배당금은 1483억 원, 모친 홍라희 전 리움 관장은 1467억 원, 차녀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도 1145억 원을 배당받았다. 이들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일부 지분을 매각하면서 배당금이 전년보다 각각 6~16%가량 줄었다.

이들 다음으로 배당금이 많은 재벌 총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그는 2023년에는 650억 원을 배당받았으나 작년에는 40% 증가한 910억 원을 받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김남호 DB그룹 회장이 각각 개인 배당금 상위 8~10위에 올랐다. 10위권 밖에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2023년보다 각각 53.9%와 40% 늘어난 배당금을 받았다. 반면 실적이 좋지 않았던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41억 원이 감소한 285억 원을 배당받았다.

 

자료 : 리더스인덱스. 배당금 총액 상위 30개 기업.
자료 : 리더스인덱스. 배당금 총액 상위 30개 기업.

실적 좋았던 SK하이닉스 배당금 가장 많이 늘어

배당금을 1조 원 이상 지급한 기업은 총 7곳이었다. 삼성전자가 가장 많은 9조 8107억 원, 현대자동차가 3조1478억 원, 기아 2조 5590억 원, SK하이닉스 1조 5195억 원, KB금융 1조 2003억 원, 신한지주 1조 880억 원, 하나금융지주 1조 159억 원 순이다. 배당금이 전년 대비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은 SK하이닉스다. 2023년보다 84.1%가 증가한 8254억 원을 배당했다. 리더스인덱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23조 4673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기아는 배당금이 전년 대비 3647억 원 늘어 증가율 순위로 2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도 2023년 2조 9986억 원에 이어 2년 연속 배당금을 5.0% 늘렸다. HD한국조선해양과 SK이노베이션,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중공업 등은 2023년에는 배당이 없었으나 작년에 배당을 새롭게 의결했다. 전체 560개 기업 중 285개 기업(51%)이 전년 대비 배당금을 늘렸으며, 94개 기업(16.7%)은 지난해와 같은 규모를 유지했다. 지난해부터 배당을 의결한 기업도 54개 사에 달했다.

조사 대상 기업의 배당 빈도를 보면 16개 기업은 매 분기(연 4회) 진행했고, 59개 기업은 2회 이상 4회 미만이었다. 나머지 485개에 이르는 대다수 기업은 연 1회만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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