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생활하느라 돈 빌려 와이너리 인수

순차입금 12조…시가총액의 7배 비정상

정 회장 취임 후 이마트 주가 9% 급락

미등기 이사로 책임 회피…보수만 챙겨

유통업 본업과 관계없는 사외이사 즐비

정 회장 등기이사 취임해 책임 경영해야

기업 의사결정 시스템 개선과 일반 주주의 권익 향상을 위해 결정된 한국거버넌스포럼(포럼)이 15일 논평을 통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경영 실패와 무책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등기이사로 취임하지 않은 상태로 경영 실패에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막강한 권한만 휘두르는 재벌 3세의 전형적인 행태를 조목조목 지적한 것이다. 정 회장에 대한 포럼의 비판은 3, 4세로 경영권이 승계된 한국 재벌기업들의 공통된 문제라는 측면에서도 새겨들을 만하다.

 

취재진 질문 답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영종도=연합뉴스)
취재진 질문 답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영종도=연합뉴스)

정 회장 취임 후 9개월간 차입금 1조 급증

정 회장은 지난 10일 모친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10%를 2140억 원에 매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 가격은 주당 7만 6800원으로 전일 종가 6만 4000원보다 20% 높게 책정했다. 지배주주 간 거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높은 가격으로 책정된다고 해도 일반 주주가 팔 수 있는 가격이 아니라 의미가 없다. 이번 거래가 3월 중순 마무리되면 정 회장의 이마트 지분율은 19%에서 29%로 증가한다.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이 이마트 최대 주주로서 성과주의에 입각한 책임경영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것이고, 기업 가치 제고에 대한 책임 의식과 자신감을 시장에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유 지분이 늘어난 만큼 정 회장이 책임경영을 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행태와 이마트 실적을 보면 포럼이 왜 정 회장을 비판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8일 정 회장이 취임한 이후 이마트의 기업 가치는 떨어지고 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포럼에 따르면 이마트 주가는 정 회장 취임 후 9% 하락했고, 순차입금은 9개월 새 1조 원 증가해 12조 원을 돌파했다. 총차입금 14조 2000억 원에서 현금과 현금성 자산 2조 1000억 원을 빼면 순차입금은 무려 12조 1000억 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포럼은 “빚이 많은 기업은 금융부채 상환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주가 상승이 가능하지 않다”며 “시가총액 대비 순차입금이 7배인 재무 상태는 비정상적이며 지속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장은 이마트 재무 상태와 현금흐름을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마트 지분 현황. 연합뉴스
이마트 지분 현황. 연합뉴스

방만 경영으로 이마트 주가 5년간 46% 폭락

포럼은 또 정 회장의 방만 경영과 차입에 의존한 수많은 인수합병(M&A) 실패, 온라인쇼핑 등 미래 사업 전략 부재로 이마트의 일반 주주들은 많은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고 비판했다. 지난 5년간 이마트 주가는 46%, 10년간 70% 폭락했다. 포럼은 “계열사 대표이사 교체와 인력 구조조정, 비용 절감으로 지금의 재무 상태를 해결하기 어렵고 이마트의 경영 정상화도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의사결정 시스템) 개선과 신속한 부채 청산을 주문했다.

포럼은 정 회장이 이마트 지분을 늘린 만큼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주주 승인을 받아 사내이사로 취임할 것을 촉구했다. 정 회장은 등기이사는 아니어서 경영 실패와 차입금 누적 등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고 보수는 많이 받아왔는데 앞으로 책임 경영에 나서라는 것이다.

정 회장 등 총수 일가의 급여와 상여금 지급이 적절한지 재검토할 필요도 있다. 특히 반기보고서에 명기된 정 회장에 대한 7억 원 상여금 지급이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 포럼은 정 회장의 부친인 정재은 명예회장과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이 실제로 상근하지 않는다면 각각 9억 원 보수를 지급한 것이 적절한지도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9억 원의 보수는 이마트 한채양 대표이사 보수 6억보다 50%나 많은 금액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제공] 연합뉴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제공] 연합뉴스

본업과 무관한 사업 인수로 수조 원 차입

이마트는 지난 수년간 수조 원의 차입금으로 많은 M&A를 성사시켰다. 미국 와이너리 등 본업과 무관한 사업을 인수한 적도 많았고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같이 성급하게 나쁜 조건으로 고가에 인수한 사례도 있다. 와이너리는 정 회장 개인 취미나 기호에 따른 인수로 회사 자금이 아닌 개인 돈으로 해야 했다. 이에 포럼은 “본업과 무관한 관계사들을 모두 정리해 차입금을 갚고 본업에 집중해야 재기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외이사의 구성에도 문제가 있다. 현재 4명의 사외이사는 컨슈머, 전략, 금융, 거버넌스 등 이마트 사업과 무관한 권력기관(국세청, 감사원, 검찰, 김앤장) 출신이다. 이에 대해 포럼은 “권위주의 시대에 어울리는 이런 이사회 구성은 신세계그룹 모든 관계사에서 목격된다”며 “컨슈머와 리테일, 정보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주주를 위해 일하는 독립이사를 선임하라”고 요구했다.

정 회장에 대한 포럼의 지적은 신세계뿐 아니라 한국의 다른 재벌기업 3, 4세 경영인들에게도 해당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의 이재용 회장도 비슷한 비판을 받는다.

창업 세대인 1, 2세대와 달리 3, 4세대는 경영 능력을 검증받지 않고 총수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복잡한 금융 기법으로 계열사를 붙이고 떼고 하는 방식으로 실속 없이 덩치만 키우고, 일감 몰아주기 등 내부 거래를 통해 사익편취를 감행하는 불법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포럼 지적대로 이로 인한 손실은 일반 주주들이 보게 된다.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3, 4세가 경영권을 승계하지 못하도록 재벌기업의 거버넌스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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