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일괄인상 이익, 부작용으로 상쇄돼
트럼프 1.0 때도 비슷한 조치, 미미한 성과
저가 경쟁, 무역장벽 높여 세계경제 타격
대미 철강 알루미늄 주요 수출국 한국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추가관세를 모든 수입품들에 적용하기 위한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추가관세는 트럼프 1기 정권에서 도입된 이래 조 바이든 정권에서도 그것을 이어받았으나, 실제 관세 적용을 면제하는 예외 조치들을 많이 취해 왔는데, 3월 4일부터 일괄 추가관세가 시행되면 일단 그런 예외 조치들이 모두 중지된다.
따라서 이제까지 관세 예외조치를 적용받았던 캐나다, 멕시코, 호주, 유럽연합(EU), 영국, 브라질, 일본 등의 철강 알루미늄 제품의 대미 수출에 대한 관세 부담이 대폭 커질 수밖에 없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는 금속 완제품들에도 적용되며, 장차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추가관세도 검토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자해 행위"
<이코노미스트>는 10일 트럼프 2기 정부(트럼프 2.0)의 이런 일괄 추가관세 조치를 종국적으로 미국과 세계 전체에 큰 손해를 끼칠 “자해 행위”(act of self-harm)라며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일괄 관세가 미국에 대한 외국의 투자를 장려하고, 국내에서의 생산을 늘리는 방법이라고 자국민들을 향해 거듭 주장해 왔다. 관세를 높이면 많은 기업들이 미국에서 새로 공장을 지을 것이고, 고용은 증대될 것이며, 결국 미국 제조업 부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단순명쾌한 낙관론이다.
하지만 미국의 ‘적’들보다 동맹국들이나 비적대국들이 미국에 더 많은 수출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일괄 관세 인상은, 결과적으로 적국들보다 동맹국들에게 더 많은 징벌을 가하게 되는 꼴이 되고, 미국경제에도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다.
한국도 대미 철강 알루미늄 주요 수출국
미국은 소비하는 강철의 25%를 수입하는데, 그 중 5분의 4(수입 강철의 80%)는 캐나다와 멕시코, EU, 브라질 등 협정에 따라 관세를 부과를 면제해 준 나라들에서 수입한다. 지난해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 통계에 따르면, 철강을 미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는 캐나다로, 미국 전체 철강재 수입의 23%인 71억 4천만 달러어치를 미국에 팔았다. 다음은 멕시코 35억 달러(11%), 브라질 29억 9천만 달러(9%), 다음 4위가 한국 29억 달러(9%), 그리고 독일 19억 달러(6%), 일본 17억 4천만 달러(5%) 순이다.
지난해 알루미늄의 대미 수출 역시 캐나다가 관세 없이 94억 2천만 달러, 전체의 54%를 수출했으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9억 2천만 달러(5%), 한국은 7억 8천만 달러(4%), 중국이 7억 7천만 달러(4%)를 기록했다. 미국은 알루미늄 수요의 70%(2023년도엔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했다.
철강의 경우 캐나다와 멕시코, 알류미늄의 경우 캐나다의 수출 비중이 압도적이어서 3월 4일부터 예고대로 예외 없이 일괄 관세가 부과되면 두 나라가 받게 될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 역시 관세 적용 예외조치에서 제외될 경우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되는 나라들에 속한다.
따라서 트럼프의 일괄 관세인상 조치가 겨냥하는 대상은 중국 러시아 같은 적대국이 아니라 주로 동맹국 또는 비적대국들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럽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중국에 집중하라고 불평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트럼프 1.0 때도 비슷한 조치, 미미한 성과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새로운 게 아니다. 그는 트럼프 1.0 때도 그렇게 했다. 그리고 그 성과는 신통찮았다. 그것을 보면 트럼프 2.0의 관세 조치 역시 그 결말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전혀 낙관적이지 못하다.
2018년에 트럼프는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몇 달만에 그는 주요 수출국 업체들 대부분과 협상을 벌여 양보를 얻어내고는 관세 면제 조치를 취했다. 바이든 정부도 일부 관세를 할당제로 바꿔, 수입품의 일정 수량까지는 추가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예외조치를 취했고, 동맹국과 우방국들이 그 대상이 됐다.
그렇게 해서 약간의 효과를 보기는 했다. 미국 내 철강생산 능력이 2018년 이후 6% 정도 증가했다. 하지만 실제 생산량은 별로 증가하지 않았고, 2019년에도 제철소 고용 노동자 수와 생산량은 여전히 낮았다. 지난해 알루미늄 생산은 이번 세기 최저치로 떨어졌다. 관세 부과가 미국 내 철강 알루미늄 생산, 수요에 별다른 변화를 가져다 주지 못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 제강소들은 지금 약 60%의 생산능력(최적치는 80%)에 적응해 있다. 지금 미국은 정련된 고품질의 철강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전문성이 부족하다. 예컨대 트럼프의 관세 부과 이후에도 미국은 포장용 강철, 액체와 연료를 담아 운반하는 이음매 없는 튜브를 포함한 고부가가치 철강제품을 계속 유럽에서 수입했다. 미국에는 알루미늄 제련소가 거의 없고, 새로운 제련소를 지으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다. 새 제련소를 짓는다 해도 완공 뒤 가동할 때까지 계속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관세 인상으로 얻게 될 이익을 상쇄시킬 부작용
그럼에도 일단 일괄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국내 생산업체들은 환호작약할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정책 발표 이후 미국 최대의 알루미늄 및 철강 제조업체인 센추리 알루미늄과 누코어의 주가는 각각 10%와 6% 올랐다. 일본제철이 인수하려 하고 있는 유에스 스틸에도 일단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바이든과 트럼프 두 대통령이 미국 산업발전의 상징인 유에스 스틸이 일본 업체에 팔려 나가는 것을 한사코 막았던 것은 유에스 스틸이 미국 제일주의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상징하는 그 정치적 함의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관세 인상을 통해 유에스 스틸을 되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관세 일괄 인상으로 얻게 될 미국의 이익은, 그 때문에 소비자 가격이 올라가고 알루미늄과 철강 산업이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마이너스 효과로 상쇄될 것이다. 일본의 은행 MUFG(미쓰비시UFJ 파이낸셜그룹)의 분석가들은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 1톤의 가격은 755달러에서 900달러 이상으로 올라가, 지금 미국이 유럽에 비해 많이 누리고 있는 비용의 이점이 사라질 것으로 본다. 게다가 관세 인상으로 미국 내 경쟁업체들이 보호를 받게 되면 그 기업들은 비용을 낮추려는 압박에서 놓여나 인플레를 부추길 것이다.
국제경제 타격
국제적으로도 미국 외의 철강회사들 주가가 떨어지고, 미국 수출길이 막힌 외국의 철강 알루미늄 생산업체들이 일부 제품들을 다른 나라로 돌리게 될 것이며, 이는 미국 외의 나라들 제품 가격을 떨어뜨리게 돼 가격경쟁은 더 심해질 것이다. 각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무역장벽을 높이면 총생산능력 과잉 속에 국제 가격은 계속 저가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무역장벽으로 보호받는 업체들은 점점 더 녹이 슬고 탐욕은 더 커 갈 것이다.
결국 트럼프의 관세 일괄인상은 미국에도 세계에도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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