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뉴스, 어떻게 바꿔야 하나] ①
게임 중계하듯 내란 보도하는 네이버-다음 뉴스
양질 전문적 기사의 다양한 공급 막혀 있는 탓
언론사 자의적 선별-제한하는 구조 개선해야
특정 단체 가입 의무화해 소규모 매체 차별 안돼
사실상의 언론 기능을 수행하며 여론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의 포털 뉴스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들 포털을 통해 기사가 검색되는 언론사의 선정 기준을 정하는 입점 정책에 대해 활발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시민언론 민들레는 바람직한 언론매체 포털 입점 기준에 대한 제언과 논의의 마당을 개설한다. [편집자 주]
온라인 게임에서 ‘던전(dungeon)’은 플레이어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전하고 경쟁하는 공간이다. 괴물들이 득실대고 예상치 못한 함정이 곳곳에 도사린 이곳에서, 이용자는 적을 처치하고 최종 보스를 물리쳐야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그런데 게임공간이 아닌 포털 뉴스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된다.
뉴스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고 새로고침을 누를 때마다 자극적인 기사 제목이 쏟아진다. 특히 네이버 뉴스는 ‘무한 스크롤’ 방식으로 기사를 배열해 이용자에게 끝없는 뉴스 소비를 유도한다. 어떤 뉴스를 읽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이용자는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지하 던전에 갇힌 듯한 기분을 느낀다. 검색 결과로 노출된 기사 제목을 클릭해야만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서, 제목만으로 원하는 정보를 찾기란 쉽지 않다. 결국 이용자는 자극적인 기사 제목 사이에서 길을 잃고, 논란과 갈등이 증폭되는 환경에 노출된다.
그러다보니 복잡한 포털 뉴스 공간에서 여론 지형을 바꾸려는 의도가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특정 기사를 게임 ‘공략’하듯이 다루는 광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가령 온라인에서 ‘좌표찍기’를 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성향에 맞는 기사에 우르르 몰려가 댓글 작성과 ‘좋아요’ 이모티콘을 누르도록 유인한다. 반대로 자신들의 성향에 맞지 않는 기사에는 작성자인 기자를 위협할 수준의 악성 댓글을 작성해 공격한다. 던전에서 팀플레이로 괴물을 공략하는 것처럼 포털 뉴스 배열과 노출, 편집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여론을 왜곡하기 너무 쉬워 어이없을 정도다.
포털 뉴스 통해 여론 지형 바꾸기
게임에서의 도전은 승리를 위한 목표가 명확하지만, 뉴스 읽기와 경험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고 더 나은 세상을 함께 공유하기 위한 정보 습득을 목표로 하는 행위이다. 그러나 포털 뉴스 사이트는 점점 대결과 적대적 대립을 강조하는 정보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 기사와 댓글 창에서는 논리적이고 건전한 토론보다 대립과 공격이 난무하며, 서로를 이기려는 경쟁적인 분위기가 판을 친다. 뉴스 기사는 감정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작성되기 일쑤고, 댓글 게시판은 더 이상 상식적인 토론의 장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특히 최근 포털 뉴스에서 내란 사태를 다루는 방식은 심각하다. 내란이 종결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많은 언론이 윤석열과 그 측근의 변명과 선동을 성급하게 기사화해 포털에 쏟아낸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여론조사 결과나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정쟁(政爭) 성격의 기사 제목이 실시간 게임 중계처럼 포털을 가득 메운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내란범과 그 동조 세력의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다수의 언론 보도가 포털 추천 뉴스로 클러스터링(묶음 배치)된다는 점이다. 알고리즘이 뉴스 배열을 한다지만, 특정 기사들이 지나치게 많은 양으로 묶여 노출되면 내란 사태의 심각성과 본질은 희석될 수밖에 없다. 이용자는 "내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걸까?", "이 사안을 내가 잘못 판단하고 있는 건가?"라는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명백한 범죄와 악을 두고 중립적인 척하는 보도나 이를 편드는 보도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에 유익할 리 없다.
내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오로지 콘텐츠 제휴사라는 이유로 기사 품질 관리를 전혀 하지 않고 방치하는 포털 뉴스의 무책임도 한몫 한다. 알고리즘의 폐해의 결과로 기사 배치와 언론 보도 행태가 심각한데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전무하다.
포털도 언론사도 트래픽 수익을 위해 클릭 수를 늘리려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 언론이 스스로 내란 동조 세력을 자처하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포털 뉴스 서비스 구조의 맹점
문제의 본질은 포털 뉴스의 구조적 특성에 있다. 포털은 뉴스 소비자에게 능동적인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는다. 알고리즘에 의해 정렬된 기사 목록, 조회 수 등에 따라 기사 랭킹을 단순하게 숫자로 평가하는 현재의 포털 뉴스 배열 방식은 특정 이슈를 과장하고 여론의 다양성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포털 뉴스의 인터페이스 또한 문제이다. 포털은 뉴스 소비자가 특정 이슈나 사안의 보도량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게임 속 던전에서 얼마나 많은 괴물이 등장할지 모르는 구조와 유사하다. 끝없이 쏟아지는 기사를 스크롤하다 보면, 이용자는 중요한 정보 단서를 찾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제목을 클릭하고 또 클릭하게 된다.
네이버 뉴스 검색 창에 ‘윤석열 지지율’ 기사를 검색하면 ‘무한 스크롤’ 형태로 검색 결과를 제시해준다. 몇 건의 기사가 있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없기 때문에 뉴스 이용자는 기사의 흐름 속에서 헤어나오기 어렵다. (2025년 2월 9일 검색 결과)
뉴스가 하도 쏟아지다 보니 네이버 뉴스는 알고리즘을 활용한 ‘클러스터링’, ‘댓글 많은 뉴스’, ‘많이 본 뉴스’ 등의 랭킹 시스템을 통해 이용자에게 특정 ‘경로’를 제안하고 있다. 다음 뉴스는 2023년 검색창에 검색하면 검색제휴사 기사들이 보이지 않도록 기본 설정값을 변경했다. 그러나 이러한 뉴스 배열 원칙은 불투명하여, 특정 기사가 과도하게 노출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포털 뉴스 이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뉴스를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포털 알고리즘이 정한 기사 배열에 따라 뉴스 소비를 강요당하는 셈이다. 이는 여론의 대표성을 왜곡하고, 다양성을 제한하며, 특정 이슈와 편향된 뉴스만 부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이러한 구조가 고착되면서 포털에서는 ‘뉴스 품질’보다 ‘보도량’이 우선시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일부 언론사 기자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기사를 생산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하루 10건이 넘는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도 있는데, 이들은 정치·경제·산업·연예 등 모든 영역을 가리지 않고 기사 작성을 한다.
나아가 서로 다른 언론사가 품앗이 하듯 중복 기사를 생산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대동소이한 낚시성 제목의 기사를 거의 실시간으로 여러 언론사가 한꺼번에 업로드하면 마치 중요 보도인양 포털에 클러스터링 된다. 이는 트래픽 증가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한국 포털에서만 목격할 수 있는 새로운 ‘어뷰징(abusing)’ 기사 생산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뉴스 소비 환경이 지속되는 한, 보도량은 계속 증가할 것이고 그에 비례해 기사 품질은 더욱 저하될 수밖에 없다. 뉴스 배포의 균형이 무너지면 특정 이슈에 대한 ‘양적 편향’이 발생해 마치 중요한 의제 행세를 할 가능성도 커진다.
포털 뉴스, 이용자 선택지 늘려야
포털은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를 통해 입점할 언론사를 제한적으로 선별해 왔다. 지난해 12월, 카카오는 제평위 가동 중단 1년 5개월 만에 포털 다음 뉴스의 언론사 신규 입점 신청을 받았으나, ‘한국기자협회 또는 방송기자연합회 소속’이라는 필수 전제 조건을 달아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한국기자협회에 가입하려면 20명 이상의 기자가 근무해야 하고, 신규 회원사는 1천만 원의 가입비를 지불해야 한다. 이는 규모가 작은 독립 언론이나 전문지가 포털에 입점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다. 이에 대해 뉴스타파함께센터의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KINN)’는 “여론의 다양성과 국민의 알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차별적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포털 뉴스가 어뷰징 기사, 중복 기사 남발, 특정 언론사 및 기자 쏠림 현상 같은 근본적인 문제는 방치하면서, 언론사 선별 기준을 자의적으로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포털은 다양한 양질의 기사와 전문적인 기사를 이용자가 편리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을 차단하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최첨단 기술력을 보유한 테크 기업으로서, LLM(대형 언어 모델) 등을 활용해 의도적인 어뷰징 기사나 악성 댓글을 걸러낼 능력을 갖추고 있다. 기존 제휴사들이 포털의 구조를 악용해 언론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을 버젓이 하고 있는데도 근본적인 문제는 방치한 채 특정 언론사를 선별해 뉴스 환경을 통제하려고 하고 있다. 포털 뉴스의 불균형 심화는 결국 뉴스 소비 구조를 더욱 왜곡하고 민주적 공론장을 더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들만의 ‘던전’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포털은 이용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뉴스를 배포하는 ‘던전’이 될 게 아니라, 뉴스를 투명하게 제공하여 이용자 스스로 뉴스를 선택해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길 바란다.
최근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개편하거나 새로운 위원회를 만든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 것이다. 포털이 언론사를 선별하고 제한하는 구조 자체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옥상옥에 불과하다. 포털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서비스 구조와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서비스 의무가 있다. 규모가 작다고 차별하고 배제해서는 안된다.
포털 뉴스 환경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려면, 경쟁을 하더라도 모든 언론사에 동등하게 개방되는 기본값이 주어진 상태가 되어야 한다. 포털이 제평위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도구와 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활용에 선뜻 용기내지 못하는 까닭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포털뉴스는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 과거의 나쁜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누더기처럼 덧붙이고 또 덧붙여 봤자다. 포털 뉴스는 세계를 보는 창이 아닌, 그들만의 기괴한 지하 던전이 될 수도 있다.
포털 뉴스는 뉴스 소비자의 자율성과 다양성, 진실을 획득할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구조를 지속한다면, 포털 뉴스는 더 이상 정보 제공의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사회적 갈등만 심화시키는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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