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변화에 적응하기보다는 길을 잃고 있어
뉴스 다양성 부족, 의견의 균형 이뤄내지 못해
보수-극단적 입장에 비해 중도-진보적 견해 소수
소수 입점 '백화점'이 아닌 '재래시장'에 가까워야
낮은 문턱의 '규율된 자율시장'이 바람직한 개선
뉴스를 소비하는 풍경은 지난 십여 년간 큰 변화를 맞이했다. 한동안 뉴스 소비를 주도했던 종이신문 열독률은 9%대로 떨어졌지만, 인터넷을 통해 신문을 읽는 사람은 늘어났다. 여기서 더 나아가 뉴스포털에서 기사를 소비하는 사람과 유튜브나 카카오스토리, 틱톡, 페이스북과 같은 온라인동영상플랫폼과 사회적관계망(SNS)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행태로 진화하고 있다. 세대간 차이도 크게 발생하고 있다. 젊은 세대일수록 뉴스포털과 메신저 서비스, 온라인동영상플랫폼, SNS를 더 선호한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뉴스이용과 소비가 연계되는 세대일수록 온라인 공간에서 뉴스 소비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뉴스포털은 정보가 뉴스이용자에게 도달하는 중요한 관문의 하나이다.
뉴스포털은 뉴스를 생산하는 미디어와 이용자를 연결한다. 관문은 서로 다른 지점을 연결하는 통로이지만, 관문을 운영하는 방식에 따라 다른 특징이 있다. 대표적으로 뉴스포털이 '길목'을 지키는 관문이다. 1998년 야후코리아를 통해 등장한 뉴스포털은 25년 넘게 길목을 지키며 지나갈 수 있는 사람을 심사하는 감독관의 노릇을 했다. 뉴스포털 초창기에는 지나갈 사람도 적고, 심사할 사람도 심사를 받을 사람도 적었다. 그러나 관문을 통과하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필연적으로 뉴스 흐름이 지체되는 병목이 발생했다. 병목과 더불어 뉴스포털에서 발생하는 수익 배분을 둘러싼 갈등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이름 지어진 여론편중 현상은 가속했다. 때로는 불투명한 입점심사제도로 차별적 통행증이 발급된다는 의심도 터져 나왔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 등 뉴스포털을 운영하는 주요한 플랫폼사업자는 공동으로 운영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 도입을 제안했으나, 최종적으로 제평위는 네이버와 카카오만 참여하는 형태로 2015년 출범하여 2023년에 운영을 중단했다. 제평위는 뉴스를 생산하는 미디어 사업자에게 일종의 길목을 지키는 큰 관문이었다. 제평위는 뉴스포털에서 기사 제목으로 낚시질하듯 뉴스 이용자 시선을 끌어들이는 ‘뉴스 어뷰징’을 감소시키고, 기사 위장 광고를 퇴출하는 등 시장 정화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동시에 민간기업 사이에 체결되는 약관 거래를 사회적 질서처럼 운영하면서 오히려 갈등이 더 첨예하게 불거졌고, 인터넷 공간에서 여론 편중 현상이 강화하면서 뉴스포털에 대한 불신이 커졌지만, 뉴스포털이 제평위 뒤에 숨는 ‘위험의 외주화’로 문제만 더 키웠다는 부정적 평가도 받는다. 특히 다양한 뉴스가 경쟁해야 하는 뉴스포털이 대다수 사업자에게 병목으로 작동하면서, 시장은 소수 언론사가 주도하는 과점으로 질서가 왜곡되었다는 비판도 받는다.
가장 대표적 문제가 뉴스포털에서 이용자가 접할 수 있는 뉴스의 다양성 부족이다. 제평위는 2021년 전국을 8개 권역으로 나눠서 지역 매체 특별심사를 해 지역에 기반을 둔 콘텐츠제휴사를 늘렸지만, 권역별로 여론 형성에 영향을 주는 언론사가 모두 입점하지는 못했다. 제주에서부터 광주전남, 부산·경남, 대구·경북, 충청, 경인 지역에 이르기까지 지역 여론 형성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언론사의 상당수가 빠져 있는 상황이다. 사실 뉴스포털은 특별히 포털 이용자를 늘려주거나, 광고 수익을 올리는 사업자는 아니다. 그러나 여론 형성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뉴스제공자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양한 의견의 균형도 유지되지 않고 있다. 뉴스포털에서 보수적이거나 극단적인 의견은 넘쳐나지만, 중도나 진보적 의견은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다양한 주제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새로운 영역이 확장되었다. 하지만 뉴스포털이 필요로 하는 영역에 한정돼 있다. 예컨대 기후변화나 탄소 중립 에너지, 국제분쟁과 난민, 인권 같은 영역에서는 뉴스포털이 무용지물이다. 물론 뉴스통신사 기사나 외신을 번역한 기사들은 있지만, 아프리카 가나 해안에 쓰레기더미로 쌓여 있는 한국산 중고의류만큼이나 가치 없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독자적인 시각이나 분석, 현장취재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검증하지 않은 소문의 집약이 대부분이다.
뉴스포털이 길목을 지키는 감독관으로 병목현상을 발생시키지 않는 대안은 자유로운 '통관'이다. 누구나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면 뉴스포털에 진입하여 뉴스이용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다. 정부 기관과 정치권이 ‘뉴스포털에서의 여론 왜곡’ 현상을 해결할 적극적인 정책조정 대안으로 자주 거론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국회에서 입법되는 상당수의 포털개혁에 대한 입법은 병목 없는 자유로운 시장을 지향한다.
이러한 시장은 언론사가 개별적으로 직접 투자를 통해 뉴스를 유통하고, 독자를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을 때 이상적이다. 흔히 말하는 ‘아웃링크’는 뉴스포털에 접속한 이용자가 눈길이 머무는 기사를 발견하여 제목을 눌렀을 때, 기사를 뉴스포털에서 소비하지 않고 곧바로 해당 언론사로 이동하여 기사를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 장치이다. 현재 구글이 채택한 방식이다. 언뜻 보면 가장 합리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시장은 ‘난장’이다. 뉴스포털은 뉴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자격인 인터넷 언론사 등록증만 있으면, 누구나 진입할 수 있도록 문턱을 없애지만, 기사 제목으로 시선을 낚시질하는 부정행위(‘뉴스 어뷰징’)와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교묘하게 혐오와 차별을 엮어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기사 제목을 막지 못한다. 사실상 뉴스포털에서 비윤리적인 호객 행위가 뉴스포털이 규정한 내부윤리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하지 않는다면, 진입한 뉴스제공자의 부정행위는 묵인한다. 헌법이 혐오와 차별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구체적인 처벌규정이 형법에 미비한 우리나라에서 정치적 선동과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혐오와 차별은 난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상품으로 작동한다.
난장은 뉴스포털이 단순히 연결만 할 때, 병목은 없애지만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 않는 통제 불능 상태를 유발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무의미한 뉴스가 양산되거나 혐오가 늘어난다. 뉴스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제공자에게 전가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해외사업자에 대한 규율에 소극적인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규칙도 제정하지 않고 있다.
뉴스포털이 병목을 유발하지 않고, 난장도 막으려면 적절한 울타리가 필요하다. 이때 뉴스포털의 울타리는 백화점이 아닌 재래시장에 가까워야 한다. 백화점은 소수의 제휴사만 입점하여 과점적으로 이용자에게 상품을 제공하는 시장이다. 기존의 제평위의 병목을 유발하는 방식이 여기에 가깝다. 하지만 재래시장은 적절하게 쳐진 울타리로 뉴스공급자와 뉴스이용자에게 시장의 문턱을 낮춘다. 물론 뉴스제공자에게는 여전히 매장의 위치와 크기가 차별적으로 제공되는 장벽으로 작동하지만, 뉴스이용자에게는 다양한 상품을 적은 기회비용으로 손쉽게 접근하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말 카카오가 도입한 새로운 뉴스포털 제휴기준은 재래시장에 가깝다. 아직 개편이 완료된 것이 아니라 단정할 수 없지만, 뉴스포털 진입 기준이 낮은 시장으로 개편이 진행 중이다. 카카오는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관문을 뉴스를 생산할 수 있는 사업자라면 누구나 진입하도록 문턱을 낮췄지만, 시장 정중앙에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업자가 주목받을 수 있도록 위치와 크기를 따로 정하고 있다. 일명 콘텐츠제휴라고 할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 기획기사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정중앙에 입점할 자격은 여전히 높다. 백화점을 유지하면서, 재래시장을 낮춘 상태이다. 이를 통해 기존의 제평위 방식과 달리 다양한 견해와 좋은 기획기사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준다.
사실 더 큰 변화는 카카오 스스로 뉴스를 제공하는 미디어와 약관에 따른 계약관계를 결정하고, 책임을 진다는 점이다. 명확히 모든 입·퇴출 과정이 카카오가 책임지고 주도한다. 갈등이나 외부비난이 발생해도 입·퇴출 심사에서 자문한 외부에 책임을 떠넘기지 않는다. 그러나, 카카오의 문턱 낮추기도 한계는 명확하다. 소규모 언론사나 미디어비평을 하는 인터넷 전문언론은 달라진 입점 요건인 한국기자협회 가입 조건을 충족할 수 없기에 입점 심사를 위한 서류 접수조차 할 수 없다. 관문에서 병목현상은 여전히 존재한다.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에서 독립하여 사회 비평을 했던 전설적인 독립비평잡지 <횃불(Die Fackel)>은 작가이자 언론인인 칼 크라우스(Karl Kraus, 1874~1936)가 1899년 창간하여 나치 정권이 오스트리아를 점령하기 두 해 전인 1936년까지 발행했다. 문화연구자인 크라우스는 창간사에서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무엇을 가져다주는지보다는, 환경이 우리를 어떻게 죽이고 있는지를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환경은 정치일 수도 있고, 경제나 문화일 수도 있다. 크라우스가 더 대단한 건, 대부분의 잡지를 혼자 발행했다는 사실이다. 초창기에는 그와 함께 집필한 작가와 문화연구자, 언론인이 많았으나, 하나둘 세상을 떠나거나 나치 탄압을 피해 유럽을 떠났다. 만일 크라우스가 2025년 한국에서 <횃불>을 인터넷 언론으로 창간한다면 카카오 입점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 관문을 통과할 형식적 기준을 채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의 카카오 입점심사 기준은 사회적 갈등과 위험을 한국기자협회에 떠넘긴 상황이다. 보완적 기준이 필요한 상황이다.
네이버는 아직도 자사 뉴스포털에서 발생하는 병목을 어떠한 방식으로 개편할지 밝히지 않고 있다. 네이버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선택은 ‘위험의 외주화’를 유지하기 위해 입·퇴출 심사를 다시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 위탁하는 것이다. 물론 ‘제평위2.0’ 혁신안이 제시한 것처럼, 운영위원회와 평가위원회를 통합하고 운영은 제평위2.0에서 맡고, 입·퇴출 심사는 100여 명의 전문가심사단을 구성하여 무작위로 심사를 위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여전히 뉴스포털은 병목을 유발하는 관문임에도 포털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전문가심사단을 만들더라도, 결국 약관체결을 통해 계약과 집행 결정은 뉴스포털이 주도해야 한다. 전문가심사단의 의견은 단지 자문일 뿐이다. 최종 결정을 뉴스포털이 내린다는 명시적 방안이 필요하다. 또 뉴스포털에서 주목 경쟁을 하는 뉴스제공자의 불공정행위와 뉴스혐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자율규제 방안도 필요하다. 지금처럼 뉴스 내용에 대한 책임은 뉴스제공자에게 있다는 책임 회피는 입·퇴출 심사의 위험을 제평위에 떠넘기는 것만큼이나 무책임할 수 있다. 명확한 기사윤리 심의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도 어렵다면 신문윤리위원회나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언론중재위원회 같은 기구에서 제재에 해당하는 결정을 받은 경우, 누적 점수를 환산하여 퇴출 심사에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난장을 유지하는 구글도 자체적인 제작윤리 기준은 명시한다.
정보 소비가 더는 뉴스포털에 한정되거나 과점적이지도 않은 상황이다. 가상공간은 이제 다양한 경로와 사업자가 경쟁한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20~30대는 모바일이든 PC든 뉴스포털보다는 SNS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소비한다. 뉴스제공사업자가 유튜브에 올리는 정보를 이용하기도 하고, 누군가 떠도는 정보를 요약하여 올린 요약본을 소비하기도 한다. 온라인에서 동영상을 공유하는 서비스가 주저리주저리 길다고 생각하면 틱톡이나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짧은 영상으로 옮겨간다. 어차피 새로운 세대의 문법은 기성세대와 다르다. 그도 귀찮으면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가서 그림을 대충 훑어본다. 이들에게 형식에 맞춘 뉴스에 대한 갈증이나 소비 욕구는 거의 없다. 반면 40대가 넘어가면 자기가 소비하고 싶은 뉴스와 수단에 집착한다. 본인이 갖는 확증을 지지하는 뉴스는 배척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뉴스포털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보다는, 그 어딘가에서 길을 잃고 있다.
여전히 뉴스이용에 대한 수요는 있다. 뉴스포털이 제공하는 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정보를 이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정보는 이용한다. 다만 정보를 수용하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확증편향이 강화되고, 사회적 갈등이 첨예할수록 뉴스포털은 신뢰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대다수 국가에서 가상공간에서 뉴스유통은 구글과 같은 난장이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뉴스가 유통되는 재래시장이 존재한다. 다만 이 시장을 제평위 시절처럼 철 지난 단품만 제공하는 뉴스백화점 방식으로는 이용자의 상당수가 정보를 다 소화하지도 않고 버리는 시장의 퇴보 현상이 지속할 것이다.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난장이나 소수만이 주목 경쟁을 하는 과점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뉴스포털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뉴스포털이 제평위 입퇴출 방식으로 뉴스 흐름의 병목을 유발하던 문제를 해소하고 뉴스생산자와 뉴스소비자를 연결하는 신뢰할 수 있는 중개자로 작동해야 한다. 난장이 아닌 재래시장처럼 다양한 사업자가 경쟁할 수 있는 ‘규율된 자유시장’의 형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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