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옹호·동조한 언론 보도 여과없이 전달

선동·받아쓰기 기사 노출해 극우 주장 확산

극우매체 가짜뉴스 아직도 포털에 그대로

댓글 좌표찍기·뉴스 묶음배치로 여론 조작도

국가위기 상황 공론장 역할 방안 마련해야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우리는 다시 한번 주류언론들의 무책임과 위험성을 목도했다. 이 나라 헌법질서와 민주주의가 일순간에 파괴됐는데도 공론장의 지배자인 거대 주류언론들은 내란범죄를 적극 비판하고 이 혼란을 수습하기는커녕 마치 내란범죄자들의 구명운동을 벌이듯 그들을 대변하거나 옹호하고 나섰다. 극우 세력이 혐오와 증오에 가득찬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폭동을 일으키는데도 방조·동조하는 기사를 써댔다. 이런 언론에 우리의 공론장을 맡길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그런데 공론장의 위기는 꼭 언론만의 책임일까? 언론이 생산하는 뉴스를 국민 상당수는 네이버·다음 같은 포털을 통해 소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다. 그렇다면 뉴스 소비자가 나쁜 기사를 소비하게 된 데에는 포털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있는 정도가 아니라 크다고 해야 한다. 발암 물질이 든 상품을 생산한 자도 나쁘지만 이것을 소비자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판매하는 홈쇼핑에도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한다.  

 

포털 네이버와 다음의 로고.
포털 네이버와 다음의 로고.

내란 사태 이후 양대 포털인 네이버·다음의 가장 큰 문제는 주류 언론들의 무책임한 내란 옹호·방조·선동 뉴스를 경고도 차단도 하지 않고 뉴스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확산시킨 것이다. 윤석열 친위 군사쿠데타 직후부터 네이버·다음에는 내란 범죄자들의 망상, 허언, 궤변이 담긴 수많은 따옴표 기사들이 실시간으로 노출됐다. 마치 구속된 내란범들이 풀려나고 윤석열 내란수괴가 업무에 복귀하길 바라는 것처럼 뉴스 포털은 쉬지 않고 수많은 내란 옹호 기사들을 뉴스 화면에 걸어놓았다. 

포털은 심지어 윤석열의 내란을 정당화하기 위해 꾸며낸 황당한 가짜뉴스까지 그대로 실었다. 나는 듣도보도 못한 한 극우 인터넷 매체가 망상증과 허언증에 빠진 극우 폭도의 거짓 주장(중국인 간첩 99명을 선관위 연수원에서 체포해 미군이 압송중이라는)을 보도한 기사를 포털을 통해 보고 충격을 받았다. 기사라고 할 수도 없는 이런 글을 전 국민이 보는 뉴스 포털에 올려놓다니!

이 기사는 윤석열 내란수괴와 그 지지자들이 12.3 비상계엄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로도 활용되었다. 선관위와 미군이 ‘거짓정보’라고 해명하면서 완전히 허위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악의적이고도 황당무계한 이 가짜뉴스 기사는 포털에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네이비 '선거연수원 체포' 검색 결과 화면 갈무리(3월8일 오전 8시 현재)
네이비 '선거연수원 체포' 검색 결과 화면 갈무리(3월8일 오전 8시 현재)
다음 '스카이데일리 선거연수원 체포 중국인' 검색 결과 화면 갈무리. (3월7일 오후 6시 현재)
다음 '스카이데일리 선거연수원 체포 중국인' 검색 결과 화면 갈무리. (3월7일 오후 6시 현재)

법원을 침탈해 폭력과 방화, 난동을 부리고 헌재를 공격하겠다는 전광훈 등 극우세력들의 온갖 혐오 발언, 거짓 주장, 선동과 협박을 받아쓴 수많은 기사들도 포털에 버젓이 노출됐다. 포털은 제휴 언론사가 보내온 기사라면 혐오를 주장하고 명백히 거짓인 기사라도 공개해도 괜찮은가?

윤석열 지지율이 급등했다는 여론조사 기사도 마찬가지다. 극우성향 매체와 여론조사기관의 합작품인 이 기사는 상식적인 국민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기사이지만 극우 내란 지지자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클릭수를 올리기에 충분히 자극적인 이런 내란 옹호 기사들을 양대 포털은 마치 시장에서 호객 행위를 하듯 메인 화면에 진열해 놓았다. 극우 내란 지지자들은 반가운 마음에,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시민들은 불안한 마음에 포털에 뜬 이 기사를 클릭했을 테고, 포털은 클릭 장사에 성공해 돈을 벌었을 것이다.   

네이버와 다음이 기사를 배열하는 특이한 방식은 오래전부터 문제로 지적받아 왔다. 독자의 입맛에  맞는 뉴스가 계속 노출되도록 하는 ‘알고리즘’ 방식 뉴스 배열은 뉴스 소비자로 하여금 확증편향을 강화해 여론을 오판하게 하고 선동에 휩쓸리도록 부추긴다. 포털은 이번에도 내란범죄자들의 주장과 극우세력들의 선동·거짓 뉴스가 알고리즘을 타고 국민들에게 더 빨리, 더 강력하게 확산되도록 했다. 

포털의 ‘뉴스 클러스터링(묶음배치)’은 연관된 여러 기사들을 같이 묶어 화면에 배치하는 것이다. 관련된 많은 뉴스를 한꺼번에 묶어 배열하면 뉴스 소비의 편리성은 높아지겠지만 이용자가 뉴스의 중요성과 신뢰성을 과장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것 또한 포털이 여론을 왜곡하고 조작하는 뉴스 배열 방식이다. 네이버와 다음은 여러 언론들이 마구 보도한 내란 옹호 기사, 자극적 기사, 선동적 기사들도 ‘클러스터링’해 판매했다. 

포털이 운영하는 댓글은 극우 댓글부대의 ‘좌표찍기’에 악용됐다. 댓글부대는 윤석열을 비판하는 기사에 몰려가 혐오·증오·욕설과 기자에 대한 협박성 댓글을 단다. 반대로 내란을 옹호하는 기사에는 ‘좋아요’를 누르고 지지 의견을 남긴다. 이런 댓글은 여론시장을 난장판으로 만들 뿐 아니라, 내란에 동조하는 여론이 더 많은 것처럼 왜곡시키는 효과를 불러온다. 댓글 문제 역시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내란이라는 심각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포털은 이를 나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일 국회 과방위에서는 네이버 고위 관계자가 출석해 야당 의원으로부터 이런 무책임한 대응을 지적받았다. 네이버 관계자는 “좌표 찍은 기사를 언론사에 통보하는 기능을 5월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한가하기 짝이 없는 조처이고 무책임한 대응이다.  그동안 내란 옹호 뉴스를 확산해 사실상 내란 지지자와 극우세력이 활개를 치도록 좌판을 깔아준 것에 대해 아무런 반성도 없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네이버·다음 양대 포털은 그저 클릭수 증가에 목을 맸을 뿐, 공론장을 오염시키고 공동체를 파괴하는 혐오·거짓·선동의 기사 확산을 통제할 아무런 고민과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 5일 국회 과방위에 출석한 이정규 네이버 서비스운영통합지원총괄 전무가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미디어오늘 인터넷 기사 갈무리.
지난 5일 국회 과방위에 출석한 이정규 네이버 서비스운영통합지원총괄 전무가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미디어오늘 인터넷 기사 갈무리.

포털 제휴 언론사들의 무책임한 내란 동조·옹호 보도는 언론계와 시민사회에서 요즘 뭇매를 맞고 있다. 군사독재 시절 쿠데타 세력과 싸웠던 원로 언론인들은 최근 성명까지 내고 “내란에 동조하는 언론은 언론이 아니다”라고 주류언론을 맹비난했다. 언론학자들도 주류 언론들의 내란 동조·옹호는 저널리즘의 역할과 윤리를 짓밟는 것이라고 했다. 포털은 뉴스 생산자가 아니라 뉴스를 전달하는 플랫폼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무 책임도 질 필요가 없다고 할 것인가? 헌법질서와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져도 클릭 장사로 돈만 벌면 된다는 것인가?

네이버·다음 양대 포털은 내란을 선동하는 극우 가짜뉴스 매체의 기사를 차단하지도, 해당 매체를 퇴출시키지도 않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양대 포털은 그동안 선정적 기사, 받아쓰기 기사, 어뷰징 기사 같은 저품질 기사를 마구 유통시키고, 알고리즘 방식 기사 배열과 댓글 좌표찍기 방치로 정치편향·확증편향을 강화해 지탄을 받아왔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제휴 매체 입점과 퇴출마저 아예 중단한 상태다. 여론 시장이 오염되고, 공론장이 위기를 맞고 있는데도 그저 손놓고 있었던 것 아닌가. 

포털은 뉴스가 거래되는 시장이고 여론이 형성되는 저수지와 같다. 국민들은 포털 같은 시장에서 언론이 생산한 뉴스를 소비하고 여론을 만들어 간다. 뉴스 시장 운영자인 포털은 국민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할 발암물질, 불량식품, 독극물 같은 뉴스가 시장에 유통되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내란이라는 국가위기 상황에서는 이 책임이 더 중요하다.  극우집단의 혐오ㆍ폭력ㆍ가짜뉴스가 유통되지 못하도록 해야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다.  내란이 빨리 종식되고 건강한 공론장이 만들어지도록 네이버와 다음 양대 포털은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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