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크리스탈 워터스 등 모범 사례 있지만

생태마을의 원형은 우리 전통 농어촌 마을

율티마을 갯벌에서 자연산 파래를 채취하고 있는 율티리 마을회 대표 김정주 이장
율티마을 갯벌에서 자연산 파래를 채취하고 있는 율티리 마을회 대표 김정주 이장

율티마을은 생태마을인가? 어떤 마을이 생태적이라고 하려면, 단지 눈에 보이는 자연적인 환경이나 조건만 따져서 판단하면 안 된다. 그건 그 마을의 겉만, 껍데기만 보는 셈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 마을의 속을 들여다 봐야 한다. 어쩔 수 없이 건축물, 경관 등 그 마을의 겉만 보더라도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체온을, 감성을 느껴봐야 한다.

생태마을의 구조를 갖추려면 주민들끼리 더불어 사는 과정에서 생산되고 축적되는 사회적 자본이 재료와 바탕이 되어야 한다. , 사회적 자본에서 우러나는 인문적이고 사회적인 에너지와 기운이 마을을 생태적이게 하는 결정적 이유이자 동력이라고 믿는다.

율티마을은 겉으로만 보면 어느 정도 생태마을의 모양을 갖춘 건 틀림없다. 전체 면적 151148가 갯벌인 경남 최대 규모의 갯벌 창포만에 둘러싸여 있어 입지부터가 생태적이다. 게다가 잘피와 갯게, 멸종위기 2급 기수갈고둥이 살 수 있는 뛰어난 자연 서식환경이 보태져 충분히 생태마을로 불릴만 하다. 국내 최초의 물고기도감 우해이어보가 괜히 율티마을에서 탄생한 게 아니다.

자연 말고 인문적, 사회적 측면에서도 생태마을에 걸맞는 마을의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아무리 100억 원이 들어가는 어촌마을공동체사업을 벌인다 해도, 앞으로도 그런 의미와 가치를 갖춘 생태마을 구조로 변신하고 또 진화할 수 있을 지 아직 모른다. 지금은 그냥, 그저 생태마을을 지향할 뿐이다.

 

율티마을 생태공동체를 지탱하는 물적 토대이자 거점, 어민복지회관 및 탄소중립홍보관
율티마을 생태공동체를 지탱하는 물적 토대이자 거점, 어민복지회관 및 탄소중립홍보관

생태마을은 인간이 자연과 조화되는 인간적인 공동체

모름지기 생태마을이라 하려면 마을의 공간구조와 생태계, 건물과 시설이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마을주민들의 생산방식이나 생활양식까지도 친환경적이어야 한다.

생태마을은 인간적 규모이고, 생활요소가 완결적으로 갖추어져, 인간의 활동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건강한 인간성이 개발되며, 무한한 미래로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 인간적 규모란 공동체의 구성원이 서로 쉽게 알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낸다. 대략 500명 정도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지는 마을을 얘기한다. ‘생활요소가 완결적으로 갖추어진 공동체 거주지란 주거, 노동, 생활, 사업활동 등 일상적 생활의 모든 부분이 균형 잡힌 비율로 통합되어 존재하는 상태이다. 인간의 활동이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는 말은 진정으로 '생태적(eco)'인 공동체라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과 다른 생명 사이에는 우열이 있을 수 없으며 한결같이 동등하다는 의미다. 나아가 진정한 인간성, 건강한 인간성을 추구하지 않는 공동체는 성공할 수 없다. 건강한 인간성이란 육체적, 감정적, 심리적, 정신적인 면이 통합되고 조화된 것을 이른다. 마을이 무한한 미래로 지속가능한 공동체가 아니면 외부 사회가 축적해놓은 자본과 반환경적 활동에 의존하게 된다.

호주의 크리스탈 워터스 생태마을(Crystal Waters Permaculture Village)1989년 설촌된 새마을이다. 전문가들의 고도의 설계와 기획으로 조성됐다. 호주 퀸스랜드주의 주도인 브리즈베인에서 북서쪽으로 100km정도 떨어져 있는 세계적인 생태공동체 명소다. 특별히 퍼머컬처(Permaculture)의 원리를 기본으로 미래의 지속가능한 마을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5년 터키에서 열린 '2차 유엔 인간주거회의'에서 '세계 주거상(The World Habitat Award)'을 수상했다.

크리스탈 워터스 생태마을은 애초 체계적이고 정교한 계획으로 조성됐다. 호수와 늪, 나무와 풀, 집과 도로가 모두 생태학적으로, 즉 퍼머컬처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세워졌다. 이 마을의 설계자인 스위스 출신 엔지니어 맥스 린데거는 "주말에 한번 흙 만지는 것으로 인간이 결코 행복해질 수는 없다. 사람은 일주일 내내 땅을 밟고 흙을 만지며 살아야 한다. 땅에 사는 모든 생명체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적이며 순환적이다"라고 주장한다.

83가구가 공동생활하는 마을은 총 면적은 259ha로서 가구별 개인소유지가 14%, 마을회관과 관리사무소, 야영장 등의 공유지가 6%, 나머지 80%는 공동소유이다. 마을 전체적으로 약 250~300명의 사람을 수용할 수 있고, 2개의 추가적인 상업지역은 단기 방문자의 캠핑, 상업적 목적의 마을커뮤니티센터로 계획되었다. 공동체의 주요 의사결정과 운영은 법인(The Body Corporate)이 책임진다.

퍼머컬처 원리에 따른 생태마을의 구조 또는 지구 계획은 시간, 동선, 노력을 줄여 생산성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5단계로 이루어진다. 거주지역을 중심으로 5개 지구가 동심원을 그린다. 1지구는 끊임없는 관찰, 잦은 방문, 작업이 필요한 곳으로 자급용채소밭, 물탱크, 창고 등으로 구성된다. 2 지구는 어는 정도 집약적인 유지가 이루어 지는 곳인 과수원, 방풍림, 양봉장 등이 해당된다. 3 지구는 농장지구이고, 4 지구는 관리가 적고 야생의 성격을 많이 갖는 방목지, 조림지 등이다. 5 지구는 휴양지 등의 야생지역이다.

기능별로 배치되는 마을의 공간구조는, 재배농장(,,과수원, 하우스 등), 생산공간(공장, 선별장, 창고, 저온저장고 등), 주거공간(주택, 직원숙소, 난방 등 생활편의시설 등)서비스공간(방문자센터, 게스트하우스, 교육장, 사무실, 농산물판매장, 식당, 주차장 등), 여가공간(민박, 찜질방, 산책로, 체험장 등)과 주변환경(방풍림, 주변 불량시설 차폐벽, 태양열·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설비 등)으로 구획된다.

 

일본 최고의 전원산거집락경관으로 선정된 일본 ‘이데마치(飯豊町)’ 마을
일본 최고의 전원산거집락경관으로 선정된 일본 ‘이데마치(飯豊町)’ 마을

마을은 친환경적이고 인간적인 생태마을이라야

일본 이데마치(飯豊町)’ 는 일본 최고의 산거마을 경관으로 유명한 명소다. 2018년에는 내각부의 자치단체 SDGs 미래도시로 선정되었다. 야마가타(山形)현의 남서부에 위치한 총면적 32980% 이상이 산림인 산촌마을이다. 1970년부터 2017년까지 주민참가형 농촌계획을 시행해, 농촌계획연구소를 중심으로 지구별 토지이용계획, 경관환경 보전, 환경과 경제의 선순환, 그린투어리즘, 바이오에너지 등 농촌종합계획을 실천한 마을이다.

독일 중서부 라인란트팔트주의 라인스바일러(Leinsweiler) 마을30여년 전 주 정부가 주민자치적인 소득향상 사업 지원을 계기로 포도를 마을의 특화상품으로 개발해 성공한 사례이다. 10여종의 포도를 재배해 95% 이상이 와인을 가공하는 데 쓰이고, 농가마다 각기 고유의 맛과 상표로 출하된다. 특히 주민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조합이 와인 성분을 철저히 분석해,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180여 농가 중 16농가에 불과한 와이너리가 소득을 독과점하지 않고 민박, 식당 등으로 연계해, 상생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호주의 크리스털워터스, 일본의 이데마치, 독일의 라인스바일러 같은 생태마을은 모두 인간적이다. 사람이 생활하기에 적합하고 쾌적하다. 게다가 자연친화적이고 친환경적인 공간이다.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생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터전이다. 오늘날 자본 중심 현대산업사회의 거대한 기능과 복잡다단한 특수성을 인간적 규모에 맞게 재구조화한 공간, 즉 생태마을이라 부를 수 있다.

 

포도와 와인으로 180농가가 상생하는 생산공동체, 독일 ‘라인스바일러(Leinsweiler)마을'
포도와 와인으로 180농가가 상생하는 생산공동체, 독일 ‘라인스바일러(Leinsweiler)마을'

마을은 생태적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생활구조과 열쇠

생태마을을 조성한다고 할 때 무엇보다 우선 고려할 것은 이다. 생태건축이야말로 생태마을을 이루는 필수조건이고 핵심기술이다. 친환경 재료로 건축하고 재활용 에너지 자원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땅과 지역 생태계에 주는 영향이 최소화 돼야 함은 물론이다. 주민들의 건강한 인간성을 개발할 수 있도록 교류를 위한 공동 공간, 휴식을 위한 개인공간이 둘 다 균형있게 보장되는 것도 중요하다.

생태마을을 만든다고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먹고사는 문제야말로 생태마을의 지속가능케 하는 최우선 조건이다. 지속적인 소득창출을 담보하는 경제 시스템이야말로 철저히 기획되어야 한다. 지속적인 소득원 창출을 위해 생태마을 관련사업(Green Bisiness)이나 생태마을 또는 주민간 경제거래 및 교환을 위해 지역화폐(Lets) 등의 대안도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마을공동체의 주요 의사결정기구와 구조는 미리 적법하게 합의해 두어야 한다. 특히 마을 구성원이 공동으로 책임질 부분과 개인적으로 책임질 부분이 명확히 구분되고 규정되어야 한다. 땅과 건물 등 부동산 자산의 소유권 문제는 특히 민감한 사안이다.

일반적으로 생태마을을 구성하는 요소는 자연환경, 주민, 생활공간, 생산공간, 휴양공간, 마을운영조직, 마을공동체 등이다. 자연환경이야말로 생태마을을 생태마을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자연환경은 인간이 새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주민(인간)들의 생활양식이나 태도, 가치관과 환경에 대한 인식 등이다. 생활공간은 마을의 인공적인 요소이지만, 그 자체가 친환경적으로 조성되어야 마땅하다. 또 농업생산활동이 이루어지는 농경지인 생산공간은 마을의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휴양공간은 일과 휴식과 놀이가 하나되는 마을을 가능하게 한다. 마을조직이나 마을공동체는 마을주민들이 자발적이고 동질적으로 마을을 함께 운영해나가는 사회적 조직이다.

생태마을 조성 계획을 세울 때 물질순환이 원활한 마을, 에너지·물·식량 등의 자급자족을 이루는 마을, 자연생태가 잘 유지되는 마을, 환경오염을 유발시키지 않는 마을 등의 기본적인 개발모델을 염두에 둔다. ‘물질순환이 원활한 마을은 물의 재순환, 자원의 재활용, 쓰레기의 재활용 등이 잘 이루어지는 마을을 뜻한다. ‘에너지·물·식량 등의 자급자족을 이루는 마을에서는 생태계가 안정된다는 큰 장점이 있다. '자연생태계가 잘 유지되는 마을에서는 주택이나 도로, 기타 인공시설들이 마을의 자연생태계와 조화되도록 해야 한다.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는 마을은 농업생산활동 과정에서 농약이나 비료, 축산폐수, 각종 폐기물 등에 의한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같은 개발모델은 각각 따로 구현되기보다, 각 모델들의 특장점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통합적 생태마을의 모델을 계획하고 조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우리나라 전통주택이나 마을은 애초부터 다분히 생태마을의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마루와 온돌 등 기후에 적합한 건축, 볏짚, 황토 등 생태적인 건축재료 사용, 남향의 건물배치 등 에너지 손실방지 및 보존, 재래식 화장실, 미나리밭 하천정화 등 물질순환, 풍수지리 등 생태계와 공존하는 자연관 등을 염두에 두고 마을을 만들거나 집을 지었다. 마을의 구조를 배우기 위해 굳이 호주, 독일, 일본 등 먼 나라도 갈 필요도 없다. 우리 전통 농촌마을 속에 이미 모범답안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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