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하던 ‘물가안정’ 빼고, 참사 수준 ‘고용’ 추가

‘경제 회복세 이어진다’ 문구도 지난달부터 삭제

12‧3 비상계엄 후 소비심리 얼어 연말 특수 실종

내란이 경제 전반에 준 충격 당장 해소 어려울듯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 평가에서 긍정적인 신호는 빠지고, 부정적인 요소는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자랑해 온 ‘물가 안정세’는 사라지고, 골칫거리가 된 ‘고용 둔화’가 추가됐다. ‘존재’한다던 불확실성은 ‘확대’됐다고 바뀌었다. 경제심리 위축 등 하방위험은 ‘증가 우려’에서 ‘증가’로 현실이 됐다.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종합 평가는 없어졌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024.7.10.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024.7.10. 연합뉴스

17일 기획재정부가 새해 처음으로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에 실린 경제 진단이 한 달 전에 비해 눈에 띄게 비관적으로 변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 자체의 진단마저도 갈수록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12‧3 계엄내란 사태로 우리나라 경제 전체가 받은 충격은 현재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린북 1월호는 최근 경제 상황을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 등으로 고용이 둔화하고 경기 하방압력 증가"라고 했다.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호에서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기업 경제심리 위축 등 하방위험 증가 우려”라고 했던 것과는 차이가 확연하다.

12월호에는 없던 '고용 둔화'가 포함된 게 특히 눈에 띈다. 경제 동향에 고용 문제가 들어간 것은 1년 1개월 만이다. 지난해 높은 고용률 등을 내세워 우리 경제가 순항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고용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지 가늠할 수 있다.

 

연도별, 2024년 월별 취업자 증감 추이
연도별, 2024년 월별 취업자 증감 추이

지난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5만 2000명 감소했다. 취업자 감소는 3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되는 제조업 취업자의 감소 폭(-9만 7000명)이 커졌고 최악의 불황을 겪는 건설업 취업자도 큰 폭의 감소세(-15만 7000명)를 이어갔다. 고용 상황이 질적으로도 크게 악화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업자가 큰 폭(17만 1000명)으로 늘면서 실업률(3.8%)은 0.5%p 상승했고 '쉬었음' 등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세가 계속되면서 고용률(61.4%)은 0.3%p 하락했다. 최근 고용 상황을 ‘고용 참사’라고 부르는 이유다.

경기 하방 압력도 '우려가 있다'에서 '증가하고 있다'로 바뀌었다. 하방 압력이 걱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현실화 됐고 더구나 늘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지난해 11월호의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문장이 12월호에는 빠졌다. '경기 회복' 문구가 정부의 공식 경기 진단에서 살진 것은 14개월 만이다.

고용 상황의 악화는 당연히 내수 부진으로 연결되지만, 최근 상황은 12‧3 계엄내란 사태까지 얽혀 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전달(100.7)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도 11월 62.4에서 지난달 53.7로 급락했다. 할인점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 줄며 3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12‧3 계엄내란 사태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연말 특수가 사라진 점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도 지난달 26만 2000명을 기록하며 전달(37만 3000명)보다 줄었다. 두 달 전인 10월(54만 4000명) 이후 두 달 연속 감소하면서 반토막 밑으로 떨어졌다.

 

소비자물가 추이
소비자물가 추이

정부가 ‘물가 안정세’를 더 이상 내세우지 못하는 것은 환율 급등 등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1.9%)은 1%대를 유지했다고는 해도 전달(1.5%)보다 크게 높아졌다. 지난달 물가 상승은 고환율 탓에 상승세로 전환한 석유류(1.0%)가 견인했다. 최근 고환율 기조는 앞으로 2∼3개월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 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컨트롤타워로 관계기관이 공조해 2025년 경제정책방향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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