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의 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를 '정치공방'으로
여야 간의 득실 수싸움, 양비론으로 중계하듯 보도
내란 사태 불확실성 해소하자면서 오히려 가중시켜
국민의힘이 공석인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반대하고 나섰다. 내란 수괴인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소추를 당론으로 반대한 데 이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까지 방해하는 것이지만 다수의 언론들이 이에 대해 비판보다는 정치적 공방, 여야간의 정쟁으로 몰고 가고 있다. 내란 사태에 대해 비판적 보도를 다소 회복하는 듯했던 언론들이 다시 '정쟁' 공방으로 양비론을 펴는 한국언론 특유의 고질병으로 다시 기우는 양상이다.
국힘의 헌재재판관 임명 반대는 국회가 추천한 재판관 임명은 형식적인 인사권 행사이기 때문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할 수 있다는 많은 법률 전문가들의 견해 등을 통해서도 온당치 않다는 점이 드러나 있다. 국민의힘 자신이 이미 재판관 후보자를 추천한 상태다. 6인 체제로 탄핵 ‘심리’는 할 수 있어도 ‘결정’까지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 해소를 위해서도 헌재재판관의 조속한 임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국힘의 재판관 임명 반대에 대해 많은 언론들은 여야간의 정치적 득실 싸움이라며 스포츠 경기 중계 방송 하듯 보도하고 있다.
<'헌법재판관 임명' 대치…'조기 대선·이재명 선고' 수싸움>이라는 연합뉴스의 17일 보도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기사는 "여야가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명 임명 문제를 놓고 팽팽히 대치하고 있다"고 쓰고 있다. 이같은 대치를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여야"가 헌법재판소 내 구도 및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시기 등에 대해 "유불리를 따지며" "물밑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쿠키뉴스는 여야가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명 임명 문제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면서 "여야가 각각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라고 양측 공방으로 처리한다.
<‘尹 탄핵심판’ 헌법재판관 임명 놓고 여야 충돌> <"헌법재판관 임명 불가"..."탄핵 지연 작전"> <여야 ‘헌법재판관 임명’대치…속내는 “탄핵지연” vs “李재판 시간끌기” 수싸움?> <"한 권한대행, 헌법재판관 임명 불가"..."윤 살리기 위한 궤변"> 등 다른 언론들의 기사 제목들도 흡사하다.
한국경제의 헌법재판소 앞 현장 르포 기사인 <헌재 '尹 탄핵 회의' 첫날부터…시민·경찰 충돌>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양측 공방을 넘어서서 탄핵 찬성과 반대가 숫자에서나 기세에서 엇비슷한 것처럼 쓰고 있다. '시민과 경찰 충돌'이라고 해 폭력 시위가 벌어진 것처럼 제목을 달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충돌이라고 하기도 어려운데다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의 행동을 '시민' 전체인 듯 쓰고 있다. 이 기사는 탄핵 여론전이 사어버공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면서 헌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탄핵'과 관련된 글이 폭증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14일 600여 건이었던 자유게시판 게시글은 이날 정오 기준 4만 건을 넘겼으며 탄핵 찬성과 반대 취지의 게시글이 뒤섞여 있다고 했지만 압도적인 탄핵 찬성 여론과 소수의 반대 여론을 똑같이 취급한다.
유력한 매체 중에서 특히 중앙일보는 전형적인 양비론으로 급속히 돌아가고 있다. 18일 사설 <비상시국에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는 여야>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과 직무 범위를 두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다면서 이를 '소모적 정쟁'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비판한다. 더불어민주당이 ‘거부권 행사 불가’로 먼저 어깃장을 놨다면서 그래서 국민의힘이 '헌법재판관 임명 불가’로 맞불을 놓은 것으로 설명한다. 국힘이 상대측의 공격에 대해 방어를 하기라도 한 듯한 논리를 편다.
이 신문은 지난 14일 국회 탄핵 표결을 앞두고는 <탄핵 표결 상식과 민심에 따라야>에서 경제·외교 위기까지 가중시키는 ‘대통령 리스크’ 해소할 때라고 여당을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거취에 대해 머뭇거릴 때가 아닌 이유는 또 있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란 비아냥을 받을 만큼 국가 리더십이 추락하면서 경제·외교가 휘청대는 현실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계엄 선포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묻고 당 쇄신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헌재의 탄핵 심판 국면으로 넘어가면서 다시 여야 양비론으로 돌아온 것이다. 위의 중앙일보 18일자 사설은 “여야가 권한 해석을 둘러싼 다툼으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무엇이 빨리 혼란을 수습해 민생을 보살피는 길인지 깊이 성찰하기 바란다”고 여야를 꾸짖으면서 탄핵안 가결로 겨우 안정을 모색 중인 민생경제와 외교안보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지 말라고 꾸짖는다.
그러나 내란 사태의 종결을 위한 헌재 심판 절차의 조속한 이행으로써 불확실성의 해소가 요청되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이가 누구인지 중앙일보 자신에 대해 먼저 자문해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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