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내란 사태, 언론의 객관보도 중대한 시험대
언론이 속해 있는 공동체의 한 성원, 주체의식 필요
"대한민국 존망의 위기에서 역사의 죄인 되지 말라"
'윤석열 내란' 사태는 한국의 언론에 이른바 ‘객관 중립 보도’에 대한 중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언론의 보도에서 절대 덕목으로 얘기되는 '객관주의'는 주로 미국 언론의 객관보도에서 이식된 것이지만 한국 언론에서 매우 오도되고 있으며 오염돼 있다. 언론이 상대하고 있는 사안으로부터, 대상으로부터 냉철한 거리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이 객관이 그러나 자신이 그 사안과 대상이 속해 있는, 그리고 기자와 언론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로부터 떨어져 있는 존재라는 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동체의 안전과 생명과 장래로부터는 동떨어진 제3자, 국외인의 입장에 서는 것을 객관이며 중립으로 여기는 태도다.
이는 ‘탈주체적’인 입장에서 이 공동체의 '밖'에 있거나 '위'에 있는 식의 보도로 나타난다. 국외자로 생각하는 이방인 의식, 혹은 사태의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판관쯤으로 생각하는 오만으로도 나타난다.
이런 식의 태도는 한국 언론이 한국사회의 문제와 정면으로 직시해 보지 못하게 한다. 이방인이나 구경꾼, 외부의 판관의 시선에서 공동체의 문제에 대한 절실함과 당사자 의식이 나올 수는 없는 것이다.
객관이 탈주체로 빠져버리는 것, 이 오도된 객관주의를 깨는 것, 그럼으로써 더욱 깊은 객관보도와 중립보도로 나아가는 것이 한국언론에 요구되는 과제다. 특히 지금의 민주주의와 한국사회 존립의 일대 위기 상황에서 언론에 어느 때보다도 더욱 요구되는 과제다.
여당과 야당의 입장을 나란히 실으면서 이를 정치적 공방, '정쟁'으로 모는 식의 보도는 한국 언론의 흔한 풍경이지만, 그와 같은 단순 중계 인용 보도, 정쟁 비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지금의 내란과 민주주의 위기 상황에서 언론은 내란의 방관자가 되는 것을 넘어서 내란과 위기의 조장자가 되는 것이다.
9일 중견 언론단체인 '언론탄압 저지와 언론개혁을 위한 비상시국회의(언시국)'가 “윤석열 내란 사태를 취재, 보도하는 언론인에게 '역사의 죄인'이 아니라 '역사의 증인'이 될 것을 당부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하면서 언론인들에게 요청한 것의 핵심도 거기에 있다.
언시국의 이 성명은 “친위 쿠데타를 통한 내란을 다루면서 객관·중립이라는 허상에 빠지지 말고 범죄의 본질을 파헤치는 데 주력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언시국의 중견 원로 언론인들은 “박정희 유신체제와 전두환·노태우 군사독재 정권 시절 이미 비슷한 일을 겪었던 우리는 지금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차대하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안다”면서 후배 언론인들에게 “역사의 죄인이 아닌 ‘역사의 증인’이 되어 달라”고, “대한민국이 존망의 갈림길에 서 있는 상황에서 피와 땀을 흘려 일궈온 언론자유 쟁취의 역사가 헛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성명은 “진영논리와 자사 이기주의에 휘둘려 사건의 본질을 외면함으로써 여론을 호도하지 말기를” 또 “정파의 관점이 아니라 반드시 시민의 관점,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취재와 보도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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