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범죄 보도, 긴박감· 심층· 특종 없이 밋밋

'발표' 보도 위주… 적극 취재‧보도 의지 있나

여‧야 '정쟁'으로 호도…2차 내란 합리화 의도?

탄핵 찬성 vs 반대 집회도 반반씩…기계적 중립?

윤석열 사태 축소…내란에 동조하는 것인가

연합뉴스는 잘 알려진대로 국가기간뉴스통신사다. 챗지피티(ChatGPT)에 따르면 국가기간뉴스통신사란 ‘국가를 대표하거나 국가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뉴스통신사’를 의미한다. 연합뉴스는 정부나 국내 주요 기업들에게 구독료를 받고 뉴스를 공급한다. 국가를 대표해 해외에 한국 뉴스를 알리는, 국가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언론이다.

또 연합뉴스는 ‘언론의 언론’이라고도 한다. 전국의 수많은 언론사에게 뉴스를 공급하는 뉴스 도매상이다. 많은 지역 언론사와 인터넷 매체들이 연합뉴스가 공급하는 뉴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연합뉴스로부터 제공받은 기사를 토씨만 조금 바꿔 그대로 전재하는 매체가 전국에 수두룩하다. 

이렇게 국가를 대표하기도 하고 수많은 다른 언론의 지면에 큰 영향을 주는 연합뉴스가 작금의 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과연 그 이름에 맞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내란과 이후 벌어지고 있는 2차 내란 관련 보도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부실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혹시 연합뉴스가 내란을 은근히 지지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이번 윤석열 내란 사태로 온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전 세계 유력 언론들이 긴급속보를 내며 내란 사태수습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내란 이후 2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2차 내란이 진행 중이고 그 사이 경제와 민생, 외교안보는 위기로 치닫고 있다. 국민들은 분노와 불안으로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기간통신사라는 연합뉴스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불안하고 답답한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만한 기사가 다른 언론에 비해 특별히 많지도 않고, 연합뉴스만의 ‘특종’ 보도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단편적 뉴스가 대부분이고 이 사태의 핵심과 본질,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심층적인 기사도 눈에 띄지 않는다.

다른 종합일간신문들이 지면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윤석열 내란-탄핵과 관련한 다양하고 수많은 기사·칼럼을 쏟아내고 이를 눈에 띄게 배치한 것과 비교해도 연합뉴스 홈페이지는 밋밋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3일 밤 1시 기준 다른 주요 매체들이 트랙터 농민+시민들의 남태령 집회 뉴스(조선일보, 경향신문), 무속인·군 불명예 전역사·교회 집사 등 민간인들의 계엄모의(중앙일보), 윤석열의 서류거부로 인한 탄핵심판 차질(동아일보), 노상원 ‘사조직’의 정보사 장악(한겨레 단독)을 인터넷판에 톱으로 게재하고 있다. 그러나 연합뉴스는 경찰이 윤석열 개인 통화내역과 최상목 부총리에게 내린 ‘하달문건’을 확보했다는 경찰 발표 기사를 톱으로 올렸다.

KBS는 이날 9시 메인 뉴스에 ‘12월3일 밤 체포조 위해 수사관 81명을 대기시켰다’는 단독 보도를 냈고, MBC도 ‘윤석열이 신원식 국방장관을 갑자기 교체한 이유가 이번 계엄 사태에서 핵심 역할을 한, 문상호 정보사령관을 경질하려 했기 때문’이란 내용의 단독 보도를 터뜨렸다.

여러 방송, 신문, 인터넷 매체들이 내란 사태 관련해 연일 ‘단독’과 ‘특종’을 내고 있지만 다른 매체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기자를 거느린 연합뉴스가 오히려 이렇다 할 ‘단독’ ‘특종’ 보도가 없다. 정당과 정부 발표 기사 외에 적극적인 취재 기사, 기획성 기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가기간통신이면서 ‘언론의 언론’인 연합뉴스가 이 중차대한 국가적 사안을 적극적으로 다룰 특별 취재팀이라도 가동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2차 내란이 지속되면서 경제와 외교안보 위기에 대한 우려가 크다. 그러나 연합뉴스에는 이와 관련된 상세하고 깊이있는 기사가 없다. 주가 급락, 환율 급등 같은 단발적 기사와 정부가 “24시간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비상경제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한미동맹 바탕으로 빈틈없는 대비 태세를 유지하겠다”는 발표 받아쓰기 기사 뿐이다. 

 

연합뉴스TV의 '단독' 보도에는 윤석열을 변호하기로 한 김홍일 씨가 "지금 할 얘기가 없다"고 한 내용 뿐이다. 연합뉴스TV 유튜브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TV의 '단독' 보도에는 윤석열을 변호하기로 한 김홍일 씨가 "지금 할 얘기가 없다"고 한 내용 뿐이다. 연합뉴스TV 유튜브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배치된 영상뉴스(23일 오전3시 현재)는 아예 내란 사태와 관련 없는 ‘러-우 전쟁’, ‘군 정찰위성’, ‘독일 정부의 군비확장’ 관련 뉴스였다. 연합뉴스 자회사인 연합뉴스TV가 17일 ‘단독’ 보도한 뉴스는 “윤 대통령 변호 김홍일 ‘지금 할 얘기 없다’”였다. 이 ‘단독’ 보도의 내용은 오로지 김홍일 변호사가 “할 말이 없다”는 말 뿐이다. 아무 내용이 없는 인터뷰가 ‘단독’인가? 김홍일 변호사를 만난 것이 ‘단독’인지 “할 말 없다”는 말을 혼자 듣고 보도한 것이 ‘단독’인지 모르겠다.

연합뉴스의 윤석열 내란 사태 관련 보도의 더 큰 문제는 관점과 논조에 있다. 연합뉴스에는 주로 여당과 야당의 주장을 나란히 나열해 작성한 기사가 많다. 또 여당의 발표, 야당의 발표 내용을 각각 ‘받아쓰기’해 쓴 기사도 자주 등장한다. 예컨대 “특검법 정면 충돌...野 ‘모레까지 공포하라’ 與 ‘국정마비 속셈’”(12월22일) 같은 제목의 기사다.

연합뉴스의 이런 기사들을 보면 마치 현재의 내란-탄핵 정국이 ‘정쟁’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비쳐진다. 그러나 지금 야당 민주당이 여당과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정쟁’ 차원인가? 연합뉴스는 윤석열 내란 범죄에 책임이 있을 뿐 아니라 2차 내란을 벌이고 있는 정부와 국힘당의 주장을 민주당과 똑같은 비중으로 받아쓰기 하면서 윤 정부와 국힘의 내란 방조·동조 혐의를 감추고 2차 내란을 합리화하고 있는 것 같다. 

 

특검법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충돌했다'면서 양쪽의 입장을 나란히 보도한 연합뉴스 12월22일자 기사. 
특검법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충돌했다'면서 양쪽의 입장을 나란히 보도한 연합뉴스 12월22일자 기사. 

21일 보도한 “응원봉과 태극기 두쪽 난 광화문...‘파면하라’ vs ‘탄핵반대’” 제목의 기사는 비난받아 마땅한 기사다. 연합뉴스는 이날 경복궁~광화문~종로 일대에서 열린 ‘탄핵 촉구’와 ‘탄핵 반대’ 주장의 두 개 집회를 나란히 보도했다. 몰지각하고 위험한 보도다. 윤석열 군사쿠데타 내란으로 이 나라의 헌정 체제와 국가경제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는데도 윤석열 내란범죄를 옹호하는 극우 세력들의 주장을 그대로 옮김으로써 마치 이것이 정당한 주장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 두 집회를 같은 분량의 기사와 사진으로 나란히 보도함으로써 윤석열 내란범에 대한 처벌과 탄핵이 ‘논쟁거리’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혹시 윤석열의 내란사태를 ‘논쟁해 볼만 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아닌가? 반사회적이고 몰상식한 전광훈 집단처럼, 혹시라도 윤석열의 비상계엄 내란이 '통치행위'로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있는 것 아닌가?

한국 언론은 실제로는 보수·수구·우익·기득권에 편향되어 있으면서 이를 감추기 위해 ‘중립’을 표방해왔다. 중립적인 척 하다 보니 툭하면 보도에 ‘기계적 중립’을 적용해 현실을 호도하면서 편향성을 감춰왔다. 연합뉴스의 이런 기사가 바로 그 사례다.

윤석열 내란수괴에 대한 처벌·탄핵을 외치는 국민들과 내란을 옹호하는 집단의 중간에 서는 것이 ‘중립’인가? 그렇다면 일제강점기 친일파와 독립군의 중간에 서는 것도 중립인가? 전두환 반란세력과 광주 시민의 주장을 나란히 전하는 것이 중립인가? 강도강간범과 피해자의 입장을 반반씩 보도하는 것도 중립인가?

심지어 연합뉴스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 12월4일 기사에서 군 관계자를 인용하고 기자의 추정을 섞어 ‘계엄군이 실탄을 소지하지 않았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다. 다른 매체에 따르면 12월3일 밤 국회에서 실탄이 장전된 것으로 보이는 탄창과 실탄상자로 보이는 물건이 발견됐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성명을 내고 “허위 내용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의 주관적 추정을 보도해 내란 혐의자의 책임을 축소한 것 아닌가”라고 연합뉴스를 비난했다.

 

연합뉴스가 12월21일 보도한 기사를 재편집한 것. 이 기사에는 탄핵찬성 집회와 탄핵반대 집회 기사와 사진이 반반씩 담겨져 있다. 
연합뉴스가 12월21일 보도한 기사를 재편집한 것. 이 기사에는 탄핵찬성 집회와 탄핵반대 집회 기사와 사진이 반반씩 담겨져 있다. 

연합뉴스가 윤석열 내란 수괴의 범죄혐의와 책임을 축소하려 한다는 의심의 근거는 또 있다. 최근 연말을 맞아 보도한 ‘2024년 10대 국내뉴스’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국회 본청에는 계엄군이 진입했다. 국회의 발 빠른 결의로 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그 여파는 컸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수사기관의 수사를 동시에 받는 처지가 됐다.”

이 글은 ‘팩트’로 구성돼 있지만 비상계엄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표현하지 않고 있다. “그 여파는 컸고 (여파가) 지금도 진행 중”인 것이 아니라 “윤석열 내란수괴의 버티기와 국힘당의 내란 공조로 2차 내란이 진행 중”이라고 해야한다. 또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라 “내란 수괴 윤석열”로 써야한다. 연합뉴스는 윤석열을 아직도 ‘내란 수괴’로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것인가? 윤석열 비상계엄 내란을 ‘통치행위’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또 ‘10대 뉴스’의 1번 기사(“윤 대통령 ‘계엄 후폭풍’ 끝에 직무정지...탄핵심판에 ‘내란’ 피의자”)에서는 “연이은 정부 관료 탄핵과 입법·예산안 강행 처리 등 거대 야당의 독재·폭거에 맞서 국가 정상화 수단으로 계엄이 필요하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주장이었다”라며 윤석열 수괴의 주장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윤석열 비상계엄을 막은 시민과 국회의 빛나는 노력, 2차 내란에 맞서 광장과 길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시민들의 싸움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는 국가기간통신사로 과거 정정부로부터 매년 약 300억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받아왔다. 정권에 비판적인 논조로 기사를 쓰면 앞으로 이 돈을 받지 못할까봐 걱정인가? 그러나 연합뉴스는 윤석열 내란범죄 정권이 이제 종말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부 지원금 300억원을 받을 수 있을지를 걱정하기 전에 그 돈은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국민의 편이 아니라 내란 범죄자를 옹호하는 보도라면 ‘국가기간통신사’란 이름도 떼고 300억 받을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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