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내란은 아직 진행중
아직 집과 일상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쿠데타 단죄, 윤 정권 청산 등 숙제 첩첩
국민이 승리했다. 민주주의가 승리했다. 대한민국이 승리했다. 비상계엄 친위 쿠데타로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헌법, 국민을 짓밟은 내란 수괴에 대해 국회가 탄핵소추함으로써 심판했다. 아니 국민이 심판하고 대한민국이 심판했다. 이날 표결을 앞두고 국회 앞으로 몰려든 100만 인파의 위력, 위헌 위법적인 친위 쿠데타에 맞서 평화적인 시위로 주권자의 힘을 보여준 시민들의 승리이며 심판이었다. 1960년 4.19 혁명부터 2017년 박근혜 탄핵까지 온 국민이 만들어 온 민주주의의 역사에 광장과 국회가 만나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새역사를 썼다.
그러나 이것은 끝이 아니다. 끝이더라도 새로운 시작이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은 대통령 윤석열의 직무를 박탈했지만 내란 행위의 일부 중단일 뿐이다.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의 정상화, 정상화를 넘어선 미래로의 발전으로서의 도정에서 겨우 새로운 출발점에 섰을 뿐이다.
그 도정의 첫 관문은 헌법재판소가 말 그대로 ‘헌법적인’ 판단을 하느냐다. 또 탄핵소추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통령직은 유지되는 내란수괴 윤석열을 체포·구속하고, 더불어 그 공범들과 그 동조자들에게 합당한 죄를 물어야만 한다.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란의 주범에 대한 최소한의 단죄만을 했을 뿐이다. 이제 윤석열과 더불어 내란에 동조하고 내란의 조건을 만들어낸 내란 세력을 철저히 가려내고 처벌해야 한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파탄과 경제와 민생 붕괴, 전쟁 위기를 막아내야 한다. 그럴 때라야 대한민국은 비로소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거리를 뒤덮은 국민의 분노 앞에 국회는 분노한 민심을 받들었지만 가까스로 이뤄낸 가결이었다. 그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의 현실, 위기 상황, 그리고 과제를 요약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쿠데타는 이번의 심야에 군인들이 국회에 들이닥치는 쿠데타의 발발 이전부터 준비돼 왔다. 쿠데타는 실은 윤석열 정권의 지난 2년 반 동안 내내 벌어져 왔다. 예컨대 지난 2년 반 동안 자행된 정권의 언론탄압과 방송장악은 내란 사전 정지 작업이었던 것이다.
권력을 가진 이에 의해 민주주의가 유예된 현실이 보여준 사실은 민주주의를 당연하게 여길수록 체제를 파괴할 기회는 더욱 많아진다는 것이었다.
윤석열과 함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무너뜨려 왔던 여당 국민의힘은 지난 7일 첫 탄핵안 표결 때 가결을 요구하는 백만 시민을 앞에 두고 투표를 아예 거부했다. 당론 이탈 방지의 이름으로 국민과 헌법, 민주주의로부터 ‘이탈’했다. 여기에 탄핵을 거부한 국민의힘 대표와 쿠데타 동조자 국무총리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 없는 국정 운영을 선언했다. 이 상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내란과 친위 쿠데타 시도는 여전히 진행 중인 것이다.
‘국민’이라는 말이 국민을 배반하고 이탈하는 이들에 의해 함부로 사용되는 현실은 국민들이 스스로 ‘국민됨’을, 주권자의 힘과 책무를 스스로에게 재발견하게 하고 있다. ‘국민의 힘’이 분출됐을 때 그 힘의 가장 첫 번째 희생자는 ‘국민의힘’ 자신이었다는 것을 보여줬다.
‘12·3 내란의 밤’에 국회의장은 국회의사당의 높은 담을 넘었다. 그 밤에 그 담을 직접 넘은 것은 국회의장의 몸이었지만 그의 몸은 곧 국민들의 몸이었다. 국민들이 그 두려움과 불안과 분노가 교차하는 밤에 담을 함께 넘은 것이었다.
4ㆍ19혁명이 낳은 시인 신동문은 <아! 신화같이 다비데群들>에서 독재에 항거해 거리에 나온 이들을 이렇게 노래했다.
‘떼지어 나온 젊은 대열/ 아! 새로운 신화 같은 젊은 다비데군들/무차별 총구 앞에 신화같이 육박하는 다비데군들 쓰러지고 쌓이면서 한발씩 다가가는 신화같이 용맹한 다비데군들/ 전진하는 다비데군들’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다비데가 돼 용맹하게 전진했고, 그래서 대한민국의 후퇴를 막아냈다.
하나의 승리를 이뤄낸 오늘, 그러나 우리 앞에는 아직도 넘어야 할 담이 여러 개 기다리고 있다.
시민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쓰러지지 않았다. 민주주의는 비틀거리면서 걸어가는 것이다. 비틀거리면서도 넘어지지 않는 것.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비틀거리면서 나아가고, 또 담을 넘어야 하는 것이다.
‘서울의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민들은 아직 집에 돌아갈 때가 아니다. 일상으로 돌아갈 때가 아닌 것이다. 일상을 지키기 위해 일상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윤석열 정권의 총체적 청산과 함께 새로운 민주공화국으로의 문을 열 때까지 시민들은 아직 잠 들 때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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