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해 해상풍력발전을 토대로 한 ‘신북해경제’
프랑스-독일 위주의 유럽 중심지 북해로 이동
북해 해상풍력발전 유럽의 5배, 세계의 3배로
값싼 전기와 송전기술로 정보통신산업도 번성
북해의 해상풍력발전, 유럽 중심을 북쪽으로
청정 재생에너지 해상풍력의 생산 및 활용 증대와 함께 유럽의 정치·경제가 프랑스-독일 중심에서 북해로 이동한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일 영국과 덴마크·노르웨이 사이의 바다 북해(North Sea)가 풍력을 활용한 새로운 성장산업지대로 변모하면서 유럽의 경제, 나아가 정치도 장차 북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기사를 2023년 새해 첫날에 실었다. 이른바 신북해경제(new North Sea economy)인데, 벨기에와 영국,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6개국이 에워싸고 있는 바다 북해가 그 중심무대다.
이 신북해경제의 동력원이자 핵심 요소가 전기다. 그리고 그 전기는 거친 북해의 날씨, 특히 거센 바람=풍력에서 얻는다. 석유석탄이나 원자력 등의 화석연료가 아닌 청정한 북해의 거센 바람을 첨단기술을 활용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기로 바꿔, 무공해의 에너지를 유럽의 가정과 산업에 공급함으로써 유럽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화를 달성한다.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에너지 의존에서도 탈피한다. 북해의 풍력전기는 이 지역을 전기집약적인 정보산업의 중심지, 무공해의 탄소 포집 및 저장 산업의 중심지로도 거듭나게 만들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길로 가고 있는 유럽의 신북해경제 구상이 실현 가능한 것으로 본다. 그럴 경우 유럽의 정치·경제 중심이 ‘프랑스-독일 엔진’ 쪽에서 ‘신북해경제 엔진’ 쪽으로 북진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 기사는 막연한 전망이 아니라 매우 구체적인 움직임들을 보여 준다. 북해 연안 각국, 그리고 미국의 기업들까지 북해의 거대한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가 불러일으키고 있는 변화에 편승 또는 동참하고 있는 모습들을 구체적인 수치들, 그리고 기업과 관계자들 실명을 거론하면서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를 보면 유럽이 앞서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실감할 수 있다. 한국이 현실에 안주한 일본을 마침내 뛰어넘으려 하고 있다는 최근의 여러 보도들에서도 거론되듯 기존 판을 바꾸려는 과감한 도전과 끊임없는 새로운 기술 발전 추구가 한 나라의 경제와 정치 지형을 바꾸고 운명을 바꾼다. 새로운 도전이 세상을 바꾼다. 물론 그 도전은 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가는 방향으로의 선택이 전제돼야 한다.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보면, 우리나라가 제대로 방향을 잡고 나아가고 있는지 다시 되묻게 될 것이다. 이하 이 잡지의 기사를 재구성해 요약 정리한다.
에펠탑에 견줄 만한 덩치의 해상풍력발전기
덴마크가 자리잡은 윌란 반도(유틀란트 반도) 허리 왼쪽에 있는 인구 약 7만 2000명의 항구도시 에스비에르(Esbjerg)에서는 지금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제작되고 있다. 날개는 빅벤만큼 길고 회전자와 타워(기둥)은 학교건물만큼 크며, 발전기와 회전축은 너무 무거워 20분마다 날개가 한 바퀴 돌아야 자체 무게를 이길 수 있다. 축구 경기장 150개 너비의 터에 산재한 이 풍력발전기 부품들을 조립하면 에펠탑에 견줄만한 거대한 덩치가 된다. 이를 북해 어딘가에 설치한다.
유럽의 4000만 가정에 공급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북해 연안 풍력발전기의 3분의 2가 이 에스비에르에서 조립됐다. 이 항구도시의 운영자는 2026년까지 해상풍력발전 용량을 지금의 약 3배로 키울 계획이다. 예전엔 주로 화석연료 산업에 종사했던 이 지역 엔지니어링 회사들이 지금은 풍력발전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세계최대의 정보통신기술회사 가운데 하나인 마크 저커버그의 메타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소셜네트워크용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에스비에르 인근의 농지 212헥타르를 구입했다. 바다에서는 노르웨이로 가는 국제 정보 트래픽의 30%를 전송할 케이블들이 부설되고 있다. 전략적 사고에다 약간의 운도 있어서 에스비에르는 신북해경제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됐다. 신북해경제는 털털거리는 프랑스-독일 엔진의 대안을 창출함으로써 장차 유럽의 정치·경제적 균형을 바꿀 수 있다.
북해의 무한자원 거센 바람
벨기에, 영국,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가 에워싸고 있는 북해는 원래부터 중요한 경제권역이었다. 수많은 중요한 항로들이 이 해역을 지난다. 강력한 조수가 끌어들인 육지 영양분들로 물고기들이 번성한 중요한 어로지역이었다. 20세기에는 해저에서 석유와 가스가 발견됐다. 1990년대 한창일 때는 영국과 노르웨이가 북해바다에서 퍼올린 석유는 하루 600만 배럴로, 지금 아랍에미리트연합 하루 산유량의 절반이나 됐다. 스코틀랜드의 유전 브렌트는 국제 석유가격 기준치에 그 이름이 붙었다. 지금은 산유량도 줄고 기후위기 때문에 수요도 줄었다. 따라서 북해는 수익성이 있는 새로운 용도를 찾아야 했다.
최대 최고의 후보는 북해가 갖고 있는 무한한 자원, 곧 거친 날씨였다. 북해의 평균 풍속은 초속 10미터로, 이 해역은 세계에서 바람이 가장 거세게 부는 곳 중의 하나다. 그리고 북해 바닥은 대부분 거칠지 않아 풍력발전기를 바닥에 고착시키는 데에 유리하다. 게다가 깊이도 대체로 90미터를 넘지 않아 풍력발전기를 해안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할 수 있다. 해안에서 멀어질수록 바람이 더 고르고 안정적으로 분다. 영국 연안 풍력발전소들의 지분 40%를 보유한 투자회사 매쿼리 그룹의 에드워드 노섬은 자사 풍력발전기들이 용량의 60% 수준까지 가동된다며, 이는 일반적으로 30~40%에 지나지 않는 다른 지역 발전기들에 비해 훨씬 높다고 했다.
2050년까지 풍력발전 유럽의 5배, 세계전체의 3배로
2022년에 북해 연안국들은 총 25기가와트(GW. 1GW는 100만 킬로와트)의 전기를 경매를 통해 팔았다. 가장 바쁜 해였다. 앞으로 3년간 약 30GW가 입찰에 붙여질 예정이다. 2020년대 말까지 매년 4GW 이하에서부터 10GW 이상의 새로운 전기판매가 이뤄질 것이다. 지난해 5월 에스비에르에서 열린 유럽위원회와 북해 연안 4개국 회의에서는 2050년까지 150GW의 풍력발전 설비를 짓기로 합의했다. 이는 지금 유럽이 생산하는 풍력발전량의 5배, 세계 총 풍력발전량의 3배다. 지난해 9월 유럽위원회와 또 다른 5개국은 그 수치를 260GW로 끌어올렸는데, 이는 오늘날 가장 큰 풍력발전기 2만 4000기가 생산하는 양과 같다.
‘무어의 법칙’ 적용되는 기하급수적 기술발전
이런 야심찬 계획은 계산능력의 기하급수적인 증대를 표시할 때 쓰는 ‘무어의 법칙’을 풍력에 적용할 수 있게 된 기술의 기하급수적 발전 덕에 가능해졌다. 30년 전에 등장한 세계 최초의 해상 풍력발전단지인 덴마크의 빈데비(Vindeby)는 11기의 터빈(풍력발전기)으로 총 5MW(메가와트. 1메가와트는 1000킬로와트)의 전기를 생산했다. 오늘날에는 풍력발전기 한 대가 14M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며, 풍력발전단지 한 곳이 이런 발전기 100기 이상을 보유할 수 있다. 해상에서 생산된 풍력발전 전기를 교류에서 직류로 바꿔 먼 거리를 전력량 손실 없이 보낼 수 있는 더 강력한 케이블과 변압기들 덕에 더 많은 전기를 더 먼 곳에서 생산할 수 있다.
원전 1기 발전량을 능가하는 해상풍력발전단지
따라서 지금 건설되고 있는 여러 풍력발전단지들은 보통 핵(원자력)발전소 1기가 생산하는 1GW 발전용량을 능가하는 용량을 지니고 있다. 영국 동쪽 해안에서 130~200킬로미터 지점에 있는 퇴(堆. 주변보다 얕은 바다)인 도거뱅크 풍력발전단지는 올 여름부터 가동될 예정인데, 2026년에 3.6GW까지 발전량을 늘릴 예정이다. 규모의 경제 덕에 발전비용이 낮아져 해상풍력발전이 다른 발전보다 경쟁력을 갖게 됐다. 영국은 지난해 7월에 도거뱅크 풍력단지를 비롯한 5개 풍력발전단지들과 시간당 37유로(44달러)에 전기공급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지난해 12월 영국 전기도매가격의 6분의 1도 되지 않는 가격이다.
관건은 기술과 비용 절감
예측불허의 바닷바람이 풍력발전 전력망에 안겨 주는 불리함을 극복하게 해 주는 것은 기술과 비용 절감이다.
한 가지 방법은 해상 풍력발전단지와 육지를 잇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 해상풍력발전소와 육지를 단선으로 연결하고 있는데 이는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를 발전단지들끼리 교차연결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효율성이 높아진다. 노르웨이가 입찰한 3GW의 절반은 더 많은 나라들과 연결될 예정이다. 영국 전력공사의 필 샌디는 장차 지상의 전력망과 비슷한 복합적인 전력망이 해저에도 깔릴 것으로 내다본다.
풍력전기로 수소와 암모니아 생산
또 한 가지 방법은 풍력전기로 물분자를 분해해 수소와 암모니아 같은 청정연료(green fuels)들을 생산하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유럽위원회와 중공업 회사 대표들이 유럽연합(EU)의 전기분해장치 제조역량을 2025년까지 10배로 키우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2030년까지 청정연료 1000만 톤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유럽위원회는 그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30억 유로(32억 달러)를 출연해 ‘수소 은행’을 설립하자는 제안도 내 놨다.
민간투자회사 코펜하겐 인프라 파트너스(CIP)는 지난해 8월 30억 유로를 수소 자산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유럽에선 10여 개의 프로젝트들이 발표됐다. 3개 대형 프로젝트의 청정연료 발전량은 20GW에 이르며, 그런 벤처기업들에 기술을 제공하는 덴마크 기업 톱소는 총 주문량이 86GW에 이른다고 밝혔다.
해상풍력발전단지들의 ‘에너지 군도’
결국 북해의 해상풍력발전 시스템은 풍력발전단지 수리소, 전기를 모아 수소를 대량 생산해 배와 파이프라인으로 육지에 보내는 업체들이 들어선 ‘에너지 군도’(archipelago of energy islands)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리서치(조사) 업체 신테프에 따르면 그런 계획들이 10여 개나 추진되고 있다. 덴마크 해안에서 100킬로미터 떨어진 해상에 건설될 인공섬인 북해에너지 섬이 올해에 입찰에 들어간다. 10개의 풍력발전단지들이 에워싸고 있는 그 섬은 주변국들과 전력망으로 연결된 전력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 덴마크의 세계최대 해상풍력발전 업체 오르스테드와 이 지역의 1500억 달러 연금기금 ATP가 합작한 투자회사는 육지에서 부품을 만들어 해상에서 조립하는 모듈 설계를 구상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자문을 하고 있는 엔지니어링 기업 아루프의 브렌던 브래들리는 “우리는 그것이 100년 뒤에도 작동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쟁업체인 CIP의 토머스 달스가드는 해상의 청정연료 생산은 전력망에 걸리는 압력을 낮춰 줄 뿐만 아니라 돈도 절약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수소 파이프라인은 비용이 대용량 송전선로들의 5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
풍력발전 덕에 가능해진 탄소 포집·밀폐산업
신북해경제에는 전기, 수소 등의 에너지만 있는 게 아니다. 이산화탄소를 다량 내뿜는 시멘트와 화학기업들의 탈탄소 전환도 해상풍력발전 덕에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폐기된 가스전 구덩이(우물)에 넣어 밀폐하는 것인데, 이 방법은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환경론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비용이 많이 들고 화석연료 사용을 연장시키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런데 풍력발전으로 비용이 줄고 정치적 저항도 줄어들고 있다.
파이프라인을 통해 폐기된 가스전으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보내 밀폐하는 프로젝트 하나를 네덜란드 당국이 이미 허가했다. 예정대로 이 프로젝트가 실현될 경우 15년간 매년 250만 톤의 이산화탄소-네덜란드의 탄소 배출량의 약 2%-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노르웨이의 에너지기업 에퀴노르와 협력사들이 이미 이산화탄소를 투입할 구덩이의 굴착을 완료했다. 글로벌 관련 기관인 싱크탱크 굴로렌 투란에 따르면 유럽에는 지금 70개 이상의 다양한 관련 시설들이 존재한다.
북유럽에 유망한 정보산업
마지막으로 주목할 또 한 가지 유망자원은 정보산업이다. 노르웨이 남부 도시 크리스티안샌드에서 북해를 거쳐 에스비에르까지 가는 대서양 횡단 해저 데이터 전송 케이블 하브프루(Havfrue)는 '100% 청정 에너지로 작동되는 세계최대의 데이터 수집 업체(campus)' 넘버원 캠퍼스의 본거지다. 이 업체 설립자 페더 나에르보는 “우리는 지속 가능한 디지털 플랫폼을 건설하려 한다”고 말했다. 북해 연안국들은 데이터 수집, 처리에 최적지라 할 수 있다. 전기료가 싸서 에너지 집약적인 대량의 계산작업을 값싸게 수행할 수 있다. 찬 기온 덕에 데이터 센터 냉각처리는 비싼 냉각장치를 가동하지 않고 바깥 공기를 순환시키기만 해도 된다. 거기에다 높은 기술과 안정적인 제도, 세계에서 가장 앞선 일부 데이터 관련 법률 등도 갖추고 있다. 유럽의 다른 지역들에서는 데이터 센터들이 여러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 아일랜드는 2021년에 데이터 센터들과 기타 디지털 용도로 나라 전체 전력의 17%를 쓰는 바람에 새로운 서버 시설에 대한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데이터 공급업체 텔레지오그래피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북해에 13개의 새로운 케이블이 깔렸는데, 이는 2010년대의 5개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데이터 센터들도 대형 클라우드 공급업체들이 공급체인을 탈탄소화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급증하고 있다. 대형 클라우드 공급업체들인 아마존 웹서비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아주르도 북유럽(Nordics)에 서버 시설들을 지었다. 메타는 에스비에르 근교에 지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폴크스바겐은 자동차 풍동 및 충돌 시뮬레이션 작업을 하는 컴퓨터 시설들을 북쪽지역인 노르웨이의 예전 광산지대로 옮겼다. 자문회사 앨트먼 솔론은 북유럽 지역의 데이터 센터들에 대한 수요가 향후 10년간 매년 평균 17%씩 늘 것으로 예상한다.
풍부한 탈탄소 무공해 전기가 산업을 끌어들인다
더 많은 유럽의 경제활동이 북으로 옮겨 갈 수 있다. “풍부한 에너지가 산업을 끌어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베를린 훔볼트대학의 경제사가 니콜라우스 볼프는 말했다. 풍부한 수력발전이 랭커셔로 면직산업을 끌어들이는 데 기여했던 19세기 초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 볼프와 워윅 대학의 니콜라스 크래프츠는 1838년에 랭커셔의 수력발전이 10% 줄었다면 그곳 주요 지역들의 면직공업의 노동자 고용도 10% 줄었을 것이라는 계산을 해 냈다. 이를 지금 시대에 걸맞게 바꿔 쓴다면, '풍부한 탈탄소 무공해 에너지가 산업을 끌어들인다'가 되지 않을까. 오늘날의 에너지 전송은 전력망과 파이프라인 덕에 산업혁명기보다 훨씬 더 쉬워졌다.
재생에너지 투자업체인 에이커 호라이즌스는 해상풍력발전 기반의 청정에너지 산업 허브를 노르웨이해 북쪽 나르비크에 건설하려 한다. H2 그린스틸이 스칸디나비아 반도 동부해안 쪽의 스웨덴 보덴에 새로운 철강회사를 짓고 있는데, 이는 유럽에서 반세기 만의 일이다. 공장은 화석연료가 아니라 해상풍력과 수력으로 작동되는 세계 최대의 전기분해공장 가운데 하나에서 생산한 청정 수소에너지로 가동된다.
청정에너지 전기를 찾아 북쪽으로 가는 기업들
이처럼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은 값싸고 청정한 에너지로 풍부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북쪽 지역으로 이동한다. 독일의 북해쪽 도시 빌헬름샤벤의 국영 에너지회사 우니퍼는 러시아산 LNG를 대체하기 위한 독일 최초의 LNG 수입 터미널을 완성했다. 이 회사는 LNG 다음에는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설비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들은 빌헬름샤벤이 청정 에너지를 육지로 들여 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전기를 소비하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들과 풍력발전기 제조업체들도 최근의 공급망 난조로 어려움을 겪은 뒤 북쪽으로 모여들고 있다. 세계최대의 풍력발전기 제조업체의 하나인 베스타스는 중국에 있는 공장을 폐쇄하고 북해의 풍력발전단지와 가까운 폴란드로 공장을 옮길 계획이다.
잠재적 장애 요소들
이런 북쪽으로의 이동 추세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요소들도 있다. 예컨대 더 싼 에너지를 구하려면 중동지역이나 스페인의 양지바른 곳들(sun-kissed places)로 가면 된다. 이런 지역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북해 쪽으로 오려는 기업들이 당국의 허가를 얻기 쉽지 않거나 공장을 짓는 데 10년이나 걸리게 하는 등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인플레 감축법(IRA) 사례에서도 보듯 미국 등 다른 경쟁국들이 막대한 보조금 등으로 공장 유치에 나서는 정책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모두에게 좋은 힘의 이동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다면 신북해경제는 유럽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본다. 그렇게 되면 유럽의 경제 중심은 북쪽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고, 정치도 그 뒤를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독일 싱크탱크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의 프랑크 페터는 전망한다. 이는 내륙과 해안, 내륙도시와 연안도시들간의 힘의 균형도 바꿔 놓을 것이다.
유럽 전체 차원에서 보면, EU의 전신인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지탱했던 산업력을 지닌 프랑스-독일이 덴마크와 네덜란드, 그리고 EU 비가맹국 영국과 노르웨이가 주도하는 새로운 블록(신북해경제권)에 영향력의 일부를 내어 줄 수도 있다. 프랑스와 바바리아 등 유럽 남부와 내륙이 유럽 북부의 바다 북해를 중심으로 한 풍력발전과 수소 공동체 구상에 발끈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유럽 전체가 갈망하던 경제적 지정학적 번영을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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