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 : 윤석열 정부를 말한다] 환경 분야
'기승전원전'으로 밀어붙이기…막무가내식 퇴행
화석연료 퇴출, 원전 조기 폐쇄, 재생에너지 확대는 글로벌 상식
윤석열 정부의 기후환경 정책은 예상한 대로 가고 있다. 사실, 예상한 것보다 더 두서없고, 위태롭다. 정부의 국정목표와 과제를 보면, 지난 몇 달간 쏟아낸 대통령의 돌출 발언은 그 연속선에 있다.
지난 6월 원전산업체 간담회에서 "원전업계는 탈원전이라는 폭탄이 터져 폐허가 된 전쟁터" "전시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리라"고 한 대통령의 소신은 위험천만이다.
본심을 숨기지 못한 실수였을까. 후보 시절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국가의 ‘최우선 책무’라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는 국민 안전은 국가의 ‘무한 책임’이고, 국민들이 안심하실 때까지 ‘끝까지 챙기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원전 최강국’, ‘원전 생태계 복원’을 통해 탄소중립과 경제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윤 정부의 정책 방향은 분명하다. ‘탈원전 정책 폐기 및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는 첫 번째 국정목표인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에서 제시된 우선 과제이다. 총 120개 과제 중 3순위의 핵심 정책이다. 앞 쪽에 성장지향형 산업전략 추진과 역동적 혁신성장 과제가, 한참 뒤편인 86, 87번째에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제시되었다.
공포영화의 예고편처럼 서늘하다. 탈성장지상주의, 순환경제, 녹색전환과 지속가능한 사회 등 전환적 언설은 수사적 표현조차 찾기 어렵다. 성장과 개발주의의 낡은 길을 벗어나 다른 길을 모색하는 다양한 실험과 성공사례를 뒤로 하고, 성장이라는 고목을 올려다 보며 시간을 낭비하는 모습이다.
지난 8월 발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보면 정부가 도대체 어디로 가려는가, 어떤 희망을 줄 수 있는가, 우울한 질문을 멈출 수 없다. 원전 늘리고, 재생에너지 줄이고, 화석연료는 그대로다.
원전은 지난해 23.9%에서 32.9%로, 재생에너지는 30.2%에서 21.5%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감축하고 그 자리에 원전을 밀어 넣었고, 2036년까지 폐쇄 예정이던 원전 12개의 수명연장에 신규원전 6기가 추가된다.
대통령은 ‘원전산업을 국가핵심산업’으로 키우겠다 선언했지만, 노후 원전의 잦은 고장 등 안정성과 핵폐기물처리 대책은 분명치 않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안전을 맡기고, 총리실에 새로 전담조직을 만들어 방사성폐기물 관리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원전은 기후위기의 대안이 아니며, 오히려 기후위기에 취약한 전원이다. 게다가 한국은 최고 원전 밀집국이 아닌가. 기승전원전으로 밀어붙이기에 협치나 열린 토론은 장애일 뿐이다.
이번 국감에서 국책기관들조차 ‘탄소량 감축목표의 근거와 내용이 미흡하다’고, 실망스럽고 ‘치명적 위험’의 계획이라는 전문가 의견은 들을 수 없다.
화석연료 퇴출, 원전 조기폐쇄, 재생에너지 확대는 이미 글로벌 상식이자 기본이다. 세계적 대세에 역행하며, 위험요인을 감수할 때 가장 위험에 노출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분명하지 않은가. 안전이 국가의 무한책임이라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새로 구성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발표한 탄소중립 녹색성장추진전략에 기후시민들은 묻는다. ‘위원회가 기후위기 대응 기구인지, 핵산업 진흥을 위한 기구인지, 먼저 그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이냐고.
2025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을 20% 감축하겠다면 먼저 할 일이 1회용품 사용 규제다. 우선규제를 통해 플라스틱 사용량과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감소해가야 한다. 지난해 말 개정된 자원재활용법시행령조차 유보하며, 실행을 눈앞에 두고 1회용품 규제를 시장의 자발적 감량과 지자체의 규제책임으로 넘기려는 막무가내식 퇴행의 결과는 누구의 몫인가.
지난 924기후행동에 수만 명의 사람들, ‘기후시민’들이 모였다. 이전보다 몇 배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앞으로 더 많이 모이고, 더 크게 행동할 것이다. 동네에서, 일상에서 기후위기 속 위태로운 삶을 이야기하며, 기후정치의 실종에 걱정하고 또한 분노한다.
지난 6개월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한책임’을 지겠다 선언한 윤 정부의 무거운 책무는 시민들이 더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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