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헌재 관문 만들어 큰 혼란과 낭비

지금 제도는 우리와 맞지 않는 독일식 본따

헌법재판소는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하고 탄핵심판 절차를 시작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사건 접수 직후 곧바로
헌법재판소는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하고 탄핵심판 절차를 시작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사건 접수 직후 곧바로 "16일 오전 10시 재판관 회의를 소집했다"며 사건처리 일정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헌재 관계자는 전했다. 사진은 1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우리 제헌헌법도 국회 내에 탄핵재판소를 두었다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탄핵이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하였다. 그러나 아직 헌법재판소라는 커다란 관문이 버티고 있다.

지금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이미 하나의 공리(公理)처럼 증명이 필요 없는 불가침의 영역이 되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지금과 같은 탄핵심사 권한을 가지게 된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바로 1987년 6월 항쟁 이후 개정된 헌법에 규정된 이후부터다.

현재의 헌법재판소는 제헌헌법 제81조에 따라 설립된 헌법위원회가 그 시초다. 그러나 이 헌법위원회는 탄핵심사의 권한은 없었고, 위헌법률심판권만 보유하고 있었다. 헌법위원회의 위원장은 부통령이 겸직하며 위원들은 대법관 5명과 국회의원 5명이 겸직하도록 규정되어 있었고, 위헌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했다.

당시의 제헌헌법에서 탄핵 심사는 국회 소속 탄핵재판소에서 담당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제헌헌법 제3장 국회 편의 제47조는 “탄핵 사건을 심판하기 위하여 법률로써 탄핵재판소를 설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국회 내에 설치되는 탄핵재판소는 부통령이 재판장의 직무를 행하고 대법관 5인과 국회의원 5인이 심판관이 되며, 대통령과 부통령을 심판할 때에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의 직무를 행한다. 그리고 탄핵 판결은 심판관 3분지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이러한 규정들은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의 탄핵 방식을 그대로 도입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헌법위원회는 이렇게 헌법에 규정된 헌법기관이었지만 사실상 그 기능과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였다. 4.19 혁명으로 탄생한 제2공화국의 헌법에는 헌법재판소가 처음으로 규정되었지만 곧 이어 발생한 박정희의 5.16 쿠데타에 의해 설치되지도 못하였다. 이후 박정희 정권에서 다시 헌법위원회로 이름을 바꿔 비록 계속 유지되기는 했지만, 단 한 차례의 위헌법률심사를 한 적이 없을 정도로 사실상 유명무실한 존재였다.

그러다가 1987년 6월 항쟁 이후 새로 개정된 헌법에 헌법재판소가 규정됨으로써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대통령 탄핵의 최종 결정권한을 헌법재판소가 갖도록 하는 규정은 독일 방식을 계수(繼受), 즉 본뜬 것이다. 독일의 관련 규정은 독일 기본법 제61조 1항 “연방의회 또는 연방참사원은 고의로 기본법 또는 기타의 연방 법률을 위반한 이유로 연방대통령을 연방 헌법재판소에 탄핵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내각제 독일 대통령은 상징적 존재, 한국  적용할 수 없어

그러나 독일에서 대통령의 위상은 대통령제의 대통령의 위상과 전혀 상이하다. 독일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전형적인 국가로서 독일은 나치의 경험으로 인하여 대통령의 위상을 크게 약화시켜 단지 ‘상징적 존재’로 만들었다. 독일에서 대통령의 권한이란 총리의 요청을 그대로 승인하기 때문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외국 귀빈과의 상호 방문이나 국민들에게 덕담을 하는 역할 정도이고, 법률에 대한 서명과 공포 권한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의례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 법률 시행은 규정상으로는 연방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어 독일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권한은 거부권 행사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의회에서 통과한 그대로 승인해주는 절차적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독일 대통령은 실권은 거의 없고, 이해하기 쉽게 비교하자면 영국의 국왕의 역할로 보면 된다.

이렇듯 우리나라 대통령은 독일 대통령과 전혀 상이한 대통령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독일은 의원내각제 국가로서 대통령은 사실상 실권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헌법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제도와 관련하여 독일 헌법의 관련 조항을 그대로 도입하여 적용시켰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결과적으로 너무나 큰 차이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국회에서 종결되어져야 할 절차가 지연되면서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하고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국가적 낭비가 초래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등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은 거의 예외 없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탄핵소추 권한과 동시에 최종 결정 권한 모두 의회가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 대통령 탄핵은 하원에서 과반수의 찬성에 의해 탄핵 소추를 하고 상원에서 3분 2 이상의 의결로 결정하며, 대통령이나 부통령 탄핵의 경우 연방대법원장이 의장을 맡는다. 또 프랑스에서 대통령 탄핵은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통과되면 상원에서도 탄핵 소추가 통과해야 한다. 하원과 상원을 모두 통과하면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으로 이루어진 상하원 합동회의의 최고재판소에서 재적의원 2/3의 찬성으로써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결정된다.

그러므로 대통령제인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국회에서 결정되는 것이 올바른 방식이며 이 방식이 대통령제의 민주주의 원리에 정확히 부합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헌법재판소가 현재 '6인 체제'에서 탄핵심판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 조기에 '9인 체제'로 복귀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지난 10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개변론. 왼쪽부터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재판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김형두, 정형식 재판관. 2024.12.15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헌법재판소가 현재 '6인 체제'에서 탄핵심판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 조기에 '9인 체제'로 복귀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지난 10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개변론. 왼쪽부터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재판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김형두, 정형식 재판관. 2024.12.15 [연합뉴스 자료사진]

헌법과 법률, 글자 하나라도 민주주의에 정확하게 부합해야 

이번 윤석열의 계엄령 내란은 모든 사람들이 이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도 상당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 자행되었던 어이없는 폭거이며 참사였다. 10대 청소년들부터 20, 30대 청년 세대를 비롯하여 모든 국민들이 이번 기회에 민주주의를 지키고 좋은 나라를 만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길인가를 절실하게 체험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사회의 모든 측면에서 미비한 분야를 세심하게 보완해나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헌법과 법률 그리고 제반 제도의 측면에서도 한 조항 한 글자의 규정마다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주의의 보편적 원리에 부합해나가도록 정확하고 동시에 세심하게 적용시켜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불과 8년 사이에 두 차례에 걸쳐 대통령 탄핵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마땅히 국회에서 종결되었어야 할 탄핵 절차가 다시 헌재로 넘어가면서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너무나 엄청나다. 향후 이 문제를 민주주의의 원리에 정확하게 부합하고 올바르게 바로잡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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