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위성락 의원 기고문 게재

“한국 민주주의 약점 강점 다 보여준 쿠데타”

약점은 정치 양극화, 군과 정보기관 정치개입

강점은 민주화운동 체험과 기억, 시민의 결의

위성락 의원.   이코노미스트 12월 11일
위성락 의원.   이코노미스트 12월 11일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는 실패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엄중한 시험대 위에 놓여 있다며 윤 씨는 ‘사퇴하든지 탄핵당해야 한다’는 제목을 단 기사를 내보냈던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11일 러시아 주재 대사를 지낸 외교관 출신 위성락 의원(민주당)의 기고문을 실었다.

한국 민주주의의 약점 2가지

‘한국의 위기,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과 회복력 양면을 다 드러냈다’는 제목의 위 의원 기고문은 취약성으로, 극도로 양극화된 정치 환경, 그리고 군과 정보 기관의 지속적인 정치개입 두 가지를 꼽았다. 위 의원은 그때까지 “정치적 경험이 전무했고, 반민주적이고 반정치적이며 독단적인 인물”인 윤 씨가 국민의힘당 대선 후보로 채택된 것은, 어떻게든 민주당의 재집권을 막으려 했던 국힘당과 민주당, 그리고 그 지지자들 간에 조성된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 가지는 군과 정보 기관의 지속적인 정치개입이다. 윤 씨가 친위 쿠데타를 모의하고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은 고교 동창 및 육사 출신 인맥을 동원해 군과 정보기관 최고위직에 그들을 미리 앉혀 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 민주주의의 강점

윤 씨의 친위 쿠테타를 막은 것은 그들 쿠데타 가담 지도부의 성급함과 작전상의 미숙 탓이 크지만, 또 한 가지 결정적인 요소는 쿠데타 군의 국회 본회의장 진입을 막았던 야당과 시민, 언론의 저항이었다. 위 의원은 이들의 용감한 저항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 1970~80년대의 처절했던 한국 민주화운동 경험과 기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한국의 경험은 어떤 민주주의도 그런 위협에 면역이 돼 있지 않다”는 걸 보여 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이번 사태는 “민주주의가 제도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시민 참여, 끊임없는 경계, 시민과 지도자의 집단적 결의에도 의존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며, 그것이 이번 사태가 세계인에게 주는 귀중한 교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위 의원은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최종 승패를 가르는 것 역시 시민들의 민주주의 수호 결의라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이런 내용의 기고문을 실은 것은 다시 한번 윤 씨의 친위 쿠데타에 대한 비판과 혐오,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한 한국 시민들의 저항에 대한 지지를 공개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위성락 의원 기고문 전문을 번역해서 싣는다.

"윤석열 사퇴하거나 탄핵당해야-그의 쿠데타는 실패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엄중한 시험을 받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12월 4일 
"윤석열 사퇴하거나 탄핵당해야-그의 쿠데타는 실패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엄중한 시험을 받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12월 4일 

 

한국의 위기,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과 회복력 양면을 다 드러냈다

한국은 심각하게 양극화돼 있지만, 군사 통치에 대한 생생한 기억이 민주주의에 더욱 헌신하게 만든다

2024년 12월 11일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많은 한국인에게 1970년대와 1980년대의 군사 쿠데타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면서 깊은 기시감(데자뷔)을 안겨 주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인들은 그런 사건들은 과거의 일이 됐다고 믿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그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과 회복력을 모두 드러냈다. 즉각적인 위협은 피했지만,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위기는 한국 민주주의의 두 가지 중요한 약점을 드러냈다.

첫 번째는 정치적 경험이 전무한 반민주적이고 반정치적이며 독단적인 인물인 윤 씨가 대통령직에 오를 수 있게 해 준 극도로 양극화된 정치 환경이다. 그는 정계에 입문했을 때 검사로서의 정신적 습관을 전혀 버리지 못했다. 윤 씨는 정치적 대화나 타협 능력이 결여돼 있다. 사람을 무죄 아니면 유죄 식으로 보는 그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정치적 반대자들을 제거해야 할 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극우적 편향, 독선, 충동성을 지닌 윤 씨는 역사상의 독재자들을 떠올리게 하는 특성들을 보여 준다.

윤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충돌하면서 유명해졌고, 독립적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한국의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보수파는 그의 권위주의적 성향을 파악하지 못한 채, 진보 정권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그를 대통령 후보로 채택했다. 대통령 윤 씨는 정치적 반대자들을 겨냥해 권력을 휘둘렀으며, 커져 가는 법적인 곤란으로부터 자신과 아내를 보호했다. 그의 행정부는 검찰 권력 남용으로 악명을 떨쳤다. 링컨의 유명한 말을 비틀어서 말한다면 검찰의,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정부가 됐다.

두 번째 취약성은 한국의 군과 정보 기관이 정치에 지속적으로 간섭(그리고 반대로 그들 기관에 대한 정치적 조작)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관의 비정치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야망을 가진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그 속에 견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군-학교 인연에 기반한 개인적 네트워크를 오용하고 있다. 윤 씨는 이러한 네트워크를 조종해 고등학교 동창들을 군과 정보 기관의 최고 자리에 임명했다.

대통령은 이 두 가지 한국적 취약성을 이용하여 자신의 권력을 강화했다. 그의 행정부가 4월 총선에서 참패한 뒤 늘어나는 스캔들에 휩싸이게 되자, 그는 타협을 모색하는 대신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윤 씨와 군 및 정보 기관 내의 윤 씨 추종자들은 정치적 생존이 위태로워지자 계엄령을 선포하고 언론을 폐쇄하려 했으며, 국회 내 다수파 야당을 해체하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려 했다.

야당 의원들이 계엄령을 해제하기 위해 재빨리 국회에 소집되면서 쿠데타 시도는 실패했다. 300명의 의원 중 윤 씨의 소속 정당 의원 18명까지 포함한 190명이 모여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것은 한국의 민주적 회복력을 분명하게 보여준 순간이었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쿠데타 지도자들은 의원들을 체포하거나 의회를 해산함으로써 그러한 결의들을 진압했다. 이번에는 시민, 야당, 언론이 저항의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야당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국회로 가는 차 안에서 온라인 생방송으로 시민들에게 국회를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시민들은 추위 속에 모여 국회 의사당을 에워싸고 시위를 벌였고, 시민들의 그런 행동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전선이 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과거 한국 민주화 운동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민주주의 수호 정신을 바탕으로 경찰의 봉쇄를 피해 국회 담장을 넘어서 국회에 들어갔다. 특수부대는 내가 다른 의원들과 함께 계엄령 해제 투표를 하기 위해 모여 있던 본회의장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까지 진군했다. 긴장된 대치 속에서도 결의에 찬 야당과 국회 직원들은 그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바리케이드를 쌓았다. 현장 미디어 보도도 군사행동을 제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저항 행위는 투표를 위한 소중한 시간을 벌어주었다.

쿠데타가 실패한 것은 또한 군과 경찰의 몇몇 지도자들의 성급하고 미숙한 작전 탓이기도 하다. 일반 군인과 중간급 지휘관들은 민간인이나 의원을 공격하기를 꺼렸는데, 이는 아마도 계엄령에 저항한 민주화운동 시위자들 수백명을 죽인 광주 학살과 같은 과거 군사적 잔혹 행위에 대한 역사적 반성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이런 요소들은 최근 위기에서 성공적인 저항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실패한 쿠데타 이후 사태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압도적인 국민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는 그와 그의 보수적 동맹자들에 의해 차단돼, 그가 계속 집권하면서 반격을 꾀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대중의 감정은 끓어오르고 있다. 한국의 취약성이나 회복력 중 어느 쪽이 이기게 될지 알 수 없다.

회복력을 강화하려면 쿠데타를 조직한 대통령의 사임 또는 탄핵, 그리고 관련자들의 책임을 묻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이는 추가적인 역사적 반성을 의미하며, 민주주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이러한 권력남용이 절대 반복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걸 의미할 것이다. 링컨의 명구를 패러디한 검찰의,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정부는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한다. 나아가 권위주의적 인물의 부상을 막기 위해 정치적, 사회적 양극화를 해결하고, 군과 정보 기관을 비정치화하며, 지속적인 정치적 대화를 북돋아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강화해야 한다. 더 큰 군사적 투명성과 보장된 시민 감독, 그리고 민주주의적 가치와 권리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증진해야 한다.

정치적 양극화가 전 세계적으로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경험은 어떤 민주주의도 그러한 위협에 면역이 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한국의 계엄령은 민주주의가 제도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시민 참여, 끊임없는 경계, 시민과 지도자의 집단적 결의에도 의존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한국의 투쟁은 모든 사람에게 귀중한 교훈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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