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에도 신자유연대, 보수 유튜버 활개

분향소 바로 옆에서 유족·시민 얼굴 확대 촬영

"명백한 2차 가해…협박·조롱 행위 조치해야"

경찰, 야당 의원 항의에 병력 투입했다 곧 철수

가림막 설치라도 해달라는 요청에 "검토해야"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10·29 참사 시민분향소 바로 옆에서 신자유연대 관련 보수 유튜버들이 유족과 시민들을 무단으로 촬영하고 있다. 2022.1.2. 김성진 기자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10·29 참사 시민분향소 바로 옆에서 신자유연대 관련 보수 유튜버들이 유족과 시민들을 무단으로 촬영하고 있다. 2022.1.2. 김성진 기자

"시민들이 조문하고 싶어도 카메라를 '클로즈 업'하니까 부담스럽다고, 어렵다고 해요. 유족들도 계속 찍는 것 같아요. 명백한 2차 가해인데 경찰이 막아주지 않고 있어요. 시민들이 112에 신고해주실 수는 없나요."

2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언론 민들레 기자를 만난 한 유가족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분향소 바로 옆에는 극우단체 '신자유연대' 관련 보수 유튜버들이 카메라를 여러 대 설치해놓고 있었다. 이들은 유족들과 분향소를 찾아온 시민들을 허락없이 찍으며 추모를 방해했다. 명백한 '2차 가해' 행위였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49재 전인 지난달 14일부터 맞불 집회를 벌여온 신자유연대는 분향소 주변에 '국민들에게 슬픔을 강요하지 말라' 따위의 펼침막을 설치해 추모 행위를 모독하는 한편, 조직적으로 유족과 시민들의 추모를 방해하고 있다.

고 이지한 씨 아버지인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지난달 20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을 만나 신자유연대를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2차 가해를 차단하는 데 여당이 나서줄 것을 간곡히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이 대표는 "주호영 원내대표님 힘이 있으시지 않느냐. 저희 소원 들어달라. 그 사람들 그 현장에서 없애달라. 우리 지한이가 무슨 죄가 있어 죽어서도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느냐"고 애원했지만, 이후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10·29 참사 시민분향소 주변에 신자유연대 등 극우보수단체들이 내건 현수막들이 여러 개 붙어 있다. 2022.1.2. 김성진 기자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10·29 참사 시민분향소 주변에 신자유연대 등 극우보수단체들이 내건 현수막들이 여러 개 붙어 있다. 2022.1.2. 김성진 기자

이들은 지난달 25일 성탄절에 열린 희생자 추모 미사 때도 옆에서 캐럴을 틀고 확성기로 고성을 지르는 등 노골적인 방해 행위를 했다. 미사에 참석했던 한 유족은 기자에게 "지옥을 보는 것 같았다. 예수님 탄생하신 기쁜 날에 마귀들의 발광을 본 것 같다"고 전했다.

기자에게 익명을 요청한 한 유족은 "우리들끼리 위로하기 위해 스스로 분향소를 만들어서 추모하는데 왜 방해하는지 알 수 없다"면서 "유족들은 나쁘게 한 게 없는데 왜 이러는 것인지, 왜 보기 싫다고 방해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조용히 추모하고 싶은데, 부모로서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죄 하나인데, 왜 이렇게 못살게 구는지 알 수 없다"며 "아이들이 떠났을 때의 그 고통을 안다면 저렇게 할 수 없다. 왜 추모도 못하게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거듭 토로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에서 활동하는 최헌국 목사는 "(신자유연대 측이) 선(先) 집회신고 운운하다보니 방도가 없다"며 "이들은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등 집회장소 내 불법 행위를 하고 있지만 경찰이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목사는 "유족 폄훼를 일삼는 촬영을 제지해달라 했지만 경찰은 듣지 않고 있다. 저렇게 유족을 촬영하는 것은 초상권 침해에도 해당 되는 것"이라며 "오늘 유족 한 분은 홍성에서 왔는데 저런 것을 보고 왜 방치하는지 모르겠다며 속상해하고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 측은 신자유연대가 먼저 집회신고를 했고 불법행위 또한 경미해서 집회를 금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집단적인 폭행이나 협박 등이 있어야 하는데 분향소를 촬영하거나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담배를 피는 것만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5조와 8조 등에 따르면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나 시위는 신고서를 접수한 때부터 48시간이 지난 경우에도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집단 촬영이나 경범죄로는 신자유연대에 금지 통고가 어렵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10·29 참사 시민분향소 주변에 경찰 병력이 배치되어 있다. 2022.1.2. 김성진 기자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10·29 참사 시민분향소 주변에 경찰 병력이 배치되어 있다. 2022.1.2. 김성진 기자

이에 유족과 시민대책회의 측은 이날 경찰에 기동대 버스 배치, 가림막 설치 등을 요구했지만 경찰의 조치는 병력 4명이 몸으로 카메라를 막는 정도에 불과했다. 오후에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분향소를 방문해 극우단체의 2차 가해에 대해 항의하자 그제야 현장에서 가림막 설치 문제가 논의됐다.

이 의원은 경찰 측에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행위 자체가 협박이고 조롱이다. 저들이 위협할 뿐만 아니라 입에 못 담을 메시지를 전하는데 분향하는 시민들도 의식이 되지 않겠는가"라며 "가림막으로 막기라도 해야 한다. 저렇게 협박·조롱 행위를 하는 것엔 경찰이 조치를 해야 한다"고 따졌다.

경찰은 이 의원 항의에 병력을 추가로 배치했다. 다만 가림막 설치에는 난색을 표했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경찰 장구는 본래의 사용 목적이 있어서 (분향소 설치에) 적당한지 검토가 필요하다. 가림막은 계란 투척 등을 막는 것이 목적"이라며 "검토를 하고 있고, 당장 설치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 병력 10여 명이 추가로 투입돼 몸으로 가림막 역할을 했지만, 이들은 이 의원 일행이 떠난 뒤 약 1시간가량 머물다가 철수했다. 병력이 추가되는 과정에서 보수 유튜버들은 언성을 높였고 지나가는 시민들과 싸우기도 했다. 가림막은 끝내 설치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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