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상황실장 청문회 출석…“22시 59분 처음 알아”

유가족 "다 허수아비, 몰랐다는 게 자랑이냐" 항의

“다른 지역도 신고 많았고, 신고 내용 취합 못했다”

김광호 “용산서, 경력 요청·상황 보고 없었다”

"진술 바뀌고 증거 사라져…수뇌부 보호 의구심”

112상황실장 출석…“22시 59분에 처음 알았다”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시간은 112 신고가 집중되던 오후 6시부터 소방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한 10시 30분, 그리고 희생자들이 다수 생존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11시까지다. 그러나 5일 국회 이태원참사 국정조사위 청문회에 출석한 경찰 관계자들은 시종 “몰랐다”라는 답변만 반복해 위원들과 유족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이날 청문회에는 참사 당시 서울경찰청 112센터 상황실장으로서 구속 수감 중인 정대경 상황3팀장이 동행명령 발동에 의해 출석했다. 정 실장은 신고가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아무런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대부분 현장에서 종결된 상황으로 알았고,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게된 시점은 소방에서 전화로 연락한 22시 59분이었다”고 답변했다.

정 실장은 당시 상황을 밝히기 위한 핵심적인 증인이지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위원회에는 이날 처음으로 출석했다. 정 실장은 “10시 15분에 참사가 발생하고 11시까지 45분 동안 100건이 넘는 똑같은 압사 위험을 경고하는, 비명 소리가 섞인 112 신고가 접수됐는데도 왜 지휘보고를 하지 않았느냐”는 민주당 이해식 의원의 질문에 “주말에는 그 시간대에 평균적으로 많은 신고가 접수된다”고 답변했다.

 

참사 당시 112상황실장이었던 정대경 서울청 상황3실장(왼쪽)이 민주당 이해식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1.4. (국회방송 캡처)
참사 당시 112상황실장이었던 정대경 서울청 상황3실장(왼쪽)이 민주당 이해식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1.4. (국회방송 캡처)

“다른 지역도 신고 많았고, 신고 내용 취합 못했다”

이 의원은 이어 “똑같은 지역에서 똑같은 내용으로 신고가 쇄도를 하고, 소방에서는 18번이나 공동 대응을 요청했는데 어떤 조치를 취했나. 코드 제로 한두 개만 걸려도 지휘보고하게 돼있고 상황실장에게 보고해서 서울청장에게 보고해야 하지 않나”라고 질문했지만, 정 실장은 여전히 “서울경찰청은 31개 경찰서의 112신고와 상황을 담당한다”며 “당시 다른 지역에서도 신고가 많았고 코드 제로가 용산에만 집중된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발생했다”고 답변했다. 이 의원의 계속되는 추궁에 정 실장은 “신고가 폭주했지만 그 사항들을 제대로 취합하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소방이 최초로 공동 대응과 경력 출동을 요청한 것이 22시 18분이고 22시부터 23시까지 1시간 동안 들어온 신고만 120건, 소방 공동대응 요청이 20건, 코드제로가 14건”이라며 “22시 59분에야 참사를 최초로 인지했다는 것은 경찰의 허위 증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백보를 양보해 그때 처음 알았다고 해도 곧바로 지휘 보고와 협조지원 요청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처음 이루어진 것이 소방 공동대응이 있은 지 무려 72분이 지난 23시 30분으로 그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질책하며 “그러고 나서야 23시 36분에 김광호 서울청장, 23시 39분에 류미진 상황관리관에게 보고됐다”고 지적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왼쪽)이 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4. (국회방송 캡처)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왼쪽)이 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4. (국회방송 캡처)

김광호 “용산서, 경력 요청·상황 보고 없었다”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은 “22시 35분 경 무전 교신 내용을 통해 이태원에 이상 상황이 발생한 것을 알고 가용 경력 총 출동을 지시했지만 정확하게 무슨 상황인지 알지 못했고, 그 이후에도 용산서 상황실장과 계속 통화가 되지 않았고 23시 5분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할 때까지도 참사가 일어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내용을 소개하며 “서울경찰청 경비과에서는 경비기동대 투입 요청을 받았으나 사건 당일 경찰청 전체 경력이 집회에 동원됨에 따라 할로윈 대비 경력을 배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보고 계통을 거쳐 서울경찰청 참고인이 김광호에게 보고되어 승인됐다”고 적혀 있다며 김광호 서울청장과 이임재 용산서장에게 사실 여부를 물었다.

이임재 용산서장은 “그런 요청을 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다”고 답변했으나 김광호 서울청장은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고 그런 보고나 승인도 결코 없었다”고 답변했다. 김 청장은 이후 다른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서도 “미리 요청을 받고 상황을 알았다면 반드시 어떤 조치를 취했겠지만, 이임재 서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치안과 관련해 예정된 경력으로 운영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보고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4 (연합뉴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4 (연합뉴스)

“진술 바뀌고 증거 사라져…수뇌부 보호 의구심”

이와 관련해 윤건영 의원은 “당시 특수본 수사에서 용산서와 서울청 실무자들은 용산서의 요청이 있었고, 서울청에서 할로윈 대비 경력을 배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증언했으나 그 이후 이들의 진술이 바뀌고 있고, 증거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경찰 지도부를 보호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참사 이틀 전인 10월 27일 용산경찰서에서 배포한 할로윈 축제 관련 보도자료에 "경찰 기동대를 지원받아 총 200명 이상을 이태원 현장에 배치한다"고 기재된 내용을 소개하며 보도자료 작성자인 정현욱 용산경찰서 112지원팀장에게 사실 여부를 물었으나 정 팀장은 "경찰기동대가 아닌 교통기동대를 얘기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이임재 용산서장은 "지원 요청을 지시한 대상이 정현욱 팀장이 맞냐"는 윤 의원의 질문에 "맞다"고 시인한 뒤 "제가 지원 요청을 지시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흔적이 많이 있다. 간담회 보고서라든지, 용산서 관계자 인터뷰, 보도자료 등 많은 흔적이 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다 '요청한 적도, 지시받은 적도 없다' 이렇게 사라진 게 저도 이해 안 되고 답답한 게 많다"고 말했다.

반면 김광호 청장은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희 서울청에선 교통기동대 1개 제대 요청 외에는 받은 바 없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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