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오-홍 회동 '책임총리제하의 개헌' 합의
윤 씨의 임기 일임 발언, 한-한 논의도 같은 맥락
이재명 대표 차기 대선경쟁에서 배제 위한 전술
탄핵 거부로 한국 더 깊은 격동과 불확실성 속에
이번 탄핵소추 표결 “싸움의 제1탄일 뿐”
7일 밤 윤석열 씨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는 것을 지켜본 해외 뉴스매체들은 일제히 이를 전하면서 논평과 전망을 쏟어냈다. 여러 가지 분석과 함께 외신들은 대체로 윤 씨가 탄핵 부결로 일단 살아남았지만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은 대폭 제한될 수밖에 없고 집권당은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총리 중심으로 정권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일본언론, “한-한 합의, 대선용 ‘시간 벌기’ 내부합의”
특히 일본언론들은 이를 위해 한덕수를 책임총리로 하는 비상관리내각을 설치해 윤 씨의 권한을 정지시키거나 그것을 대폭 위임받아 4년 임기, 2연임 대통령제로 개헌을 실시해 차기 대통령선거에 대비하기 위한 ‘시간 벌기’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씨는 이번 단임으로 임기를 마감하는 대신 그들 부부의 안전을 보장하는 쪽으로 국힘당과 정부 쪽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내부합의를 본 것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이는 집권세력의 권력 연장책일 뿐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야당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여서, 8일 현재까지 외신들은 “본격적인 싸움은 이제부터”라고 보고 있다.
이번 탄핵소추 표결 “싸움의 제1탄일 뿐”
“분노에 찬 약 15만 명의 시위자들”이 국회 바깥을 에워싸고 있는 가운데, 윤 씨의 여당 의원들이 탄핵 표결 직전에 극적으로 집단 퇴장한 것을 두고 <가디언>은 “윤 씨의 운명이 불확실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썼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은 공직자 중 한 명인 윤석열”이 7일의 탄핵안 부결 덕에 “적어도 아직까지는 대통령”이라면서, 라이벌 당인 민주당에 정권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국힘당이 탄핵에 반대했지만, “이번 탄핵 표결은 앞으로 윤 씨의 운명을 두고 계속될 것이 분명한 싸움의 제1탄이었을 뿐”이라고 했다.
국회를 에워싼 “수만 내지 수십만 명” 가운데 한 명이었던 대학생 정찬호 씨는 “(윤 씨의 쿠데타 시도가) 우리의 민주주의를 뿌리부터 뒤흔들었다”며 “시민으로서 우리는 우리의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사업가 박진식 씨는 <이코노미스트> 취재에 이렇게 대답했다. “군대를 보내 시민들에게 총구를 겨누게 한 대통령을 어떻게 그냥 둘 수 있나. 그건 우리 한국이 아니다.”
탄핵 거부로 한국 더 깊은 격동과 불확실성 속에
<뉴욕타임스>도 “여당이 탄핵 표결 직전에 반대 쪽으로 입장을 바꿔 윤 씨의 퇴출을 거부함으로써 한국은 더 깊은 격동과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었다”고 썼다. 그리고 항의 시위자들은 그를 권좌에서 쫓아낼 때까지 압박을 계속하기로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윤 씨가 바이든 미국 대통령한테서 선물받아 늘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 놓고 있다고 자랑한,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는 문구가 씌어진 명판을 상기시킨 뒤, 짧은 사과문에서 사임이나 탄핵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음으로써 윤 씨는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거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비난받은 비상계엄 통치에 실패한 윤 씨(Mr. Yoon)가 중요한 국정을 수행하거나 나라를 대표할 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하여 한국은 이제 심각한 지정학적 불안정이 예상되는 시기에 리더십을 둘러싼 긴 싸움에 돌입하게 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한국 장래에 비관적 전망 내놓은 일본언론
8일 서울발 기사로 7일의 탄핵 표결 소식을 머리기사로 전한 <아사히신문>은 여당이 투표를 보이콧함으로써 소추안이 폐기된 사실을 전하면서 한국의 장래에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윤 씨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실추했고, 정권이 레임덕화할 공산이 크다. 한일과 한미일 협력에도 타격을 줄 것 같다.”
<일본경제신문>(닛케이)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이미 윤 씨의 권위는 추락했고, 정권은 레임덕에 빠졌다. 여야당은 제2차 탄핵안 의결을 둘러싸고 격렬하게 대립할 것이다. 혼란이 길어지면, 북한의 군사도발 등 유사사태 대응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런 유사사태에 대해 일본 보수매체들은 습관적으로 북한을 정세분석 소재의 하나로 끌어들이면서 안보문제를 거론한다. 그런 면에서 미국 등 서방도 다를 바 없지만, 때로는 그러한 분석 자체가 사태를 더 꼬이게 만들기도 한다.
이날 닛케이에 관련 논평을 기고한 다나카 미치아키 릿쿄대 비즈니스스쿨 교수의 지적은 그런 면에서 섬뜩하지만 경철할 만하다.
“야당의 탄핵공세와 정국 혼란의 장기화, 윤 정권의 약체화와 여당의 분열, 국민의 항의운동의 격화와 사회 불안 증대 등이 앞으로 예상되는 시나리오라 생각한다. 여당의 분열과 야당의 탄핵공세는 한국정치의 혼미를 심화시켜 경제적 외교적 과제가 뒤순으로 밀릴 우려가 있다. 한편 북한의 러시아 접근과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배경으로 지역 안전보장에 대한 대응이 요구되지만, 한국의 내정 불안정으로 일본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
이 대책 부분에서 일본인 교수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일본인들 다수가 거부감을 갖고 있는 한국 야당의 집권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음이 분명하다. 일본 보수우익세력은 대체로 한국의 진보세력, 민주화 주도세력을 ‘반일 좌파’로 보는 스테레오 타입화한 편견을 갖고 있으며, 그 점은 한국 우익과 매우 닮았다.
다나카 교수는 계속한다. “트럼프 정권 탄생 뒤 한국에서도 지금 야당(민주당) 정권이 탄생하게 되면 양국(한미)관계는 곤란한 국면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치는 역사적인 기로에 서게 될 것이고, 북한, 중국, 러시아까지 포함한 리스크(위험) 시나리오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일본과 미국의 역할 강화 촉구
이와 관련해 닛케이는 일본과 미국의 역할 강화를 촉구한다.
“한국의 정치적인 혼재는 외교와 안전보장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권력 공백기에 트럼프 정권이 발족한다. 윤 씨가 가장 중시해 온 한미일 3국 제후(공조)가 제대로 기능하게 하려면 트럼프 씨와 이시바 총리가 빈번하게 얼굴을 맞대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다 북한이라는 위협요소가 가미되고 한국과는(정변으로 인한 권력 공백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정체되면, “일본의 유사사태 대응에 지장을 줄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일본 자위대 강화와 주일 미군과의 지휘체제 통합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권력 공백기 또는 정권의 대응 미숙으로 한반도 안보와 경제가 다시 미일 동맹의 의도대로 재편될 가능성을 이런 면에서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이니치신문>도 이번 사태로 윤 씨의 구심력이 급격히 약해지고, 야당은 다시 탄핵소추안 채택을 재발의할 것이라면서, 여론 추이에 따라서는 윤 씨가 퇴진할 수밖에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오세훈 홍준표 등의 회동, 책임총리제하에 개헌 합의
일본 언론들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 여당 소속 시장과 도지사 8명이 6일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안에 반대하면서 내놓은 제안에 주목했다. 임기 4년, 2기 연임 가능한 대통령제로 개헌하고, 윤 씨는 단임으로 끝나는 사태수습안인데, 그럴 경우 윤 씨는 2026년 5월까지 대통령직에 있게 된다. 다만 그 권한은 한덕수 총리를 ‘책임 총리’로 한 ‘비상관리내각’을 설치해 위임한다는 것이다.
윤 씨의 임기 일임 발언, 한-한 논의도 같은 맥락
이 방안은 이번 사태 전부터 여당 내에서 논의돼 온 것으로, 윤 씨가 7일 이른바 사과 담화에서 자신의 임기에 대해서 여당에 일임하겠다고 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보고 있다. 한동훈 국힘당 대표와 한덕수 총리가 7일 오후 만나 논의한 것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본다.(마이니치 12월 7일)
윤 씨는 자신의 임기 단축과 직무 집행정지를 수용하더라도 탄핵으로 대통령직을 잃고 이후 대통령선거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처벌받게 되는 것은 어떻게든 피하려고 할 것이다. 한동훈 대표는 그런 점에서, 윤 씨가 다시 권한을 회복하려 할 경우 탄핵 카드를 다시 빼들 수 있게 되는 당내 지반을 이번 내부합의에서 일단 보장받은 것으로 보인다.
차기 대선에 대비하는 집권세력의 ‘시간 벌기’
이것은 윤 씨 정부와 집권 국힘당의 ‘시간 벌기’ 전술이라고 일본언론은 본다. 정권교체로 연결될 수 있는 요소들을 조금이라도 배제하면서 여론이 진정되기를 기다려 차기 대통령선거 후보자를 만들어내겠다(선정)는 구도로, 국힘당으로서는 선택지의 폭을 넓히는 것이기도 하다.(닛케이 12월 7일) 그들의 의도대로 개헌을 하려 해도 임기단축을 위한 개헌에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108석밖에 없는 여당이 개헌을 하려면 민주당의 찬성을 얻어내야 한다. 이런 점에서도 정부 여당의 내부합의는 내부 이견을 좁혀 정권을 유지하면서 여론의 진정을 기다려 차기 대선에 대비하려는 ‘시간 벌기’일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대표 차기 대선경쟁에서 배제 위한 전술
마이니치는 이 내부합의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차기 대선경쟁에서 배제하기 위한 전술일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지난 달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죄로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은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6개월 안에 판결을 내릴 것이고, 100만 원 벌금형 이상의 죄가 확정되면 이 대표는 피선거권을 잃게돼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어느 여당 의원 비서는 ‘탄핵안을 지금 가결하는 것보다, 부결시킨 뒤 다시 민의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얘기했다. 여당으로서는 시간을 벌면서 야당에게 여론의 비판이 향하도록 기다리는 쪽이 득책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마이니치)
집권세력의 의도대로 될까?
그러나 설사 그렇게 집권세력 의도대로 된다 하더라도 윤 씨 정권은 레임덕화할 수밖에 없고, 그들간의 권력 균점을 위한 내부합의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 사태가 진정될 경우 윤 씨가 약속을 지킬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야당이 다시 탄핵안을 제출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국민여론이 야당을 지지하며 집권당 해산을 요구할 경우, 윤 씨의 앞날은 가시밭길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으로 일본언론들은 보고 있다. 야당이 생존 위기를 느낄 경우 윤 씨와의 약속은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민의가 폭발할 경우 모든 건 허사가 될 수 있다.
‘허무감’에 잠긴 서울 시민들
국힘당 의원들과 일부 우파 인사들은 “오죽했으면 대통령이 그러겠나”라며 윤 씨가 친위 쿠데타를 감행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야당의 지나친 ‘정치공세’ 탓으로 돌리지만, 야당 입장에선 이는 적반하장이다. 야딩이 그렇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소통불능과 부패, 무능, 편파적 정적 수사 등으로 원인들 먼저 제공한 쪽이 윤 씨 정권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마이니치신문의 서울 취재기자는 “지금 한국에서 느끼는 것은, 지금까지 민주화를 향해 여기까지 걸어 왔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시민들의 ‘허무감’”이라고 기사 말미에 썼다. 그러면서 “지금의 윤 씨와 여당의 대응으로는 이런 ‘허무감’이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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