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수사 동시에 착수, 김용현 즉각 출국금지

민주 '해외 도피설' 제기에 경쟁적 화답 모양새

검경이 '죽은 권력' 물어뜯으면 더 버티기 어려워

심우정 검찰총장 적극적 지휘권 행사 나서 눈길

'찐윤' 이창수 지검장 직무 정지되자마자 '액션'

내란죄 직접수사 논란에도 중앙지검에 신속 배당

검찰 기회주의 속성, 결국 윤석열에 부메랑으로

경찰 국수본, 공수처도…상설특검까지 동시다발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 등 혐의에 대한 직접수사를 지시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MBC 중계화면 갈무리
심우정 검찰총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 등 혐의에 대한 직접수사를 지시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MBC 중계화면 갈무리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해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계엄 실행 총책'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서도 검경이 각각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김 전 장관의 해외 도피설을 강력하게 제기하며 제2의 '런종섭'이 되지 않도록 즉각 출국금지를 해달라고 요청하자 이들 수사기관이 경쟁적으로 화답한 모양새다.

이렇게 되면 "계엄 선포는 야당의 폭거 탓이고 나와 국방장관은 잘못이 없다"고 강변하는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반대한다"고 선언한 국민의힘도 더 버티기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 부부와 그 일당이 온갖 국정농단 및 부정‧비위 행각에도 불구하고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검찰과 경찰이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는 꿈쩍도 하지 않고 정권의 방패 및 돌격대 역할을 해줬기 때문인데, 이들 수사기관이 거꾸로 등에 비수를 꽂으며 강제수사에 착수하고 범죄 혐의를 밝혀내기 시작하면 더 이상 견딜 명분도, 수단도 없게 된다.

직전까지 윤 대통령의 충복 노릇을 하다 계엄 사태를 계기로 정권이 침몰하게 되자 난파선에서 먼저 뛰어내리려는 기회주의적 행태는 질타 받아 마땅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들의 태세 전환은 윤 대통령에게 실질적으로 가장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생존과 이익을 위해서는 서슴없이 돌변해 '죽은 권력'을 사납게 물어뜯는 건 정치검찰의 생리이기도 하다. 특히 심우정 검찰총장의 적극적인 지휘권 행사가 눈길을 끈다. 김주현 민정수석에 의해 발탁된 것으로 알려지긴 했으나 상대적으로 친윤 색깔이 옅었던 심 총장이 '찐윤'인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되자마자 윤 대통령에 대한 직접수사를 지시한 점은 의미심장해 보인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에게 또 하나의 시한폭탄인 '명태균 게이트'의 뇌관도 여전히 살아있는 상태다. 물론 검찰이나 경찰이 적당히 수사하는 척하다 윤 대통령 일당에게 면죄부를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서 이들 수사기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수사기관 고발과 별개로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대한 상설특검 도입을 병행할 계획이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맨 왼쪽)이 18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과 관련해 질의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 권순정 수원고검장, 김유철 수원지검장, 양석조 서울동부지검장. 2024.10.18. 연합뉴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맨 왼쪽)이 18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과 관련해 질의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 권순정 수원고검장, 김유철 수원지검장, 양석조 서울동부지검장. 2024.10.18. 연합뉴스

심우정 검찰총장은 5일 윤 대통령이 내란죄 등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서 직접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심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내란죄 고발 사건에 대해 직접수사를 지시하셨냐'는 질문을 받자 "관련된 고발장들이 접수돼서 (중앙지검) 공공1부에 배당했고, 오늘 (김용현 전 국방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도 취했다"며 "관련 법령과 절차,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 총장은 '내란죄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직접수사 권한이 (검찰에) 없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다'는 물음에도 "내란죄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여러 고발장이 접수됐다"면서 "저희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직접수사가 가능하다는 거냐'는 거듭된 질문에 심 총장은 "저희는 법령과 절차에 따라서 수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못박았다.

검찰 특별수사팀 또는 경찰과 합동수사팀을 꾸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수사가 적절하게 이뤄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지금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수사 단계에 따라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 관련 수사 방향이나 일정에 대해서는 "어제 고발장이 접수돼 오늘 배당했고 출국금지를 취한 상황"이라며 "제가 수사 진행 단계에 따라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사건에 대해서 언제나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수 있도록 제가 지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심 총장은 윤 대통령이 내란죄와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고발당한 사건을 경찰에 이송하지 않고 접수 하루 만에 곧바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찬규)에 배당했다. 공공수사1부는 법무부를 통해 김 전 장관을 출국금지했다. 전날 개혁신당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계엄사령관)을 내란죄 및 직권남용죄로 고발했다. 정의당·노동당·녹색당은 이들을 내란죄로 고소했다. 김 전 장관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직권남용, 내란, 특수공무집행방해, 국회의장 모욕 등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2024.12.3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2024.12.3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내란죄는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에 포함이 안 돼 당초 수사 개시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었고 경찰로 사건을 보낼 것이란 예상도 나왔지만, 검찰은 우회로를 통해 충분히 수사 및 기소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내란죄는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직권남용 혐의는 수사가 가능하다. '검사의 수사 개시에 대한 지침'을 보면, 직접수사 범죄와 범인·범죄사실·증거 중 하나 이상이 겹치면 그 사건도 직접수사가 가능하다.

직권남용죄의 경우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는 있지만 현직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만 기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에만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기 때문이다. 검찰은 법리적 검토를 거쳐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에 내란죄도 결부된 만큼 수사 개시 및 기소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시작한 뒤 직접 관련성이 있는 내란죄 혐의도 함께 수사해 기소하는 수순이다.

앞서 검찰은 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뉴스타파 등 언론사들을 수사할 때도 직접 수사가 가능한 김만배·신학림 씨의 배임수재 혐의가 기자들의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와 직접 관련성이 있다며 '검사의 수사 개시에 대한 지침'을 근거로 제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윤 대통령을 위해 비판 언론을 잡으려 동원했던 지침이 이번엔 윤 대통령을 치는 용도로 활용된 것이다. 검찰의 기회주의적 속성이 결국 윤 대통령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가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게 됐다.

 

5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경위와 관련 현안 질의를 위해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4.12.5. 연합뉴스
5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경위와 관련 현안 질의를 위해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4.12.5. 연합뉴스

검찰과 별도로 경찰도 이날 내란죄 혐의 고발 사건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내란죄 등으로 고발된 2건을 병합해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단에 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수본 안보수사단은 김 전 장관에 대해 긴급출국금지를 신청했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참석한 우종수 국수본부장은 "정해진 법과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할 의지가 있느냐'는 민주당 윤건영 의원 물음에는 "의지가 없으면 어떻게 (사건을) 배당하겠느냐"고 답했다.

조국혁신당은 전날 국수본에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박 총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형법상 내란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혐의로 고발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시민사회 활동가 59명도 이들을 내란죄와 반란죄, 국회법상 국회회의방해죄 등으로 고발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박 총장, 이 장관에 더해 여인형 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까지 내란죄 혐의로 국수본에 고발했다.

공수처 역시 이번 사건을 수사4부(차정현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내부적으로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이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전날 김 전 장관을 내란죄와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렇게 검찰, 경찰, 공수처가 동시다발적으로 수사를 벌이다 합동수사팀을 꾸릴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이 주철현·이언주 최고위원, 박균택·이용우·이태형 법률위원장, 이건태 당 법률대변인과 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민원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외 7명에 대한 내란죄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4.12.5 [공동취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이 주철현·이언주 최고위원, 박균택·이용우·이태형 법률위원장, 이건태 당 법률대변인과 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민원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외 7명에 대한 내란죄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4.12.5 [공동취재] 연합뉴스

한편 민주당은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대한 상설특검 추진을 공식화했다. 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 김 전 장관, 박 총장을 대상으로 한 상설특검 수사 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수사 요구안에는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 경내에 무장한 계엄군과 전투용 헬기가 투입된 것은 '내란 목적의 살인 예비 음모'이고 ▲비상계엄 선포를 심의한 국무회의 참석자들은 내란 공모 의혹으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국회 출입을 통제했다는 점에서 특검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민주당은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토론을 거친 뒤 9일 전체회의 통과, 10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 10월 김건희 씨 관련 의혹 가운데 삼부토건 주가 조작 등 세 가지 의혹을 추린 뒤 상설특검 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는데, 그보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죄로 수사하는 상설특검 요구안을 먼저 처리해 '1호 상설특검'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상설특검은 별도의 특검법 없이 수사 요구안의 국회 본회의 가결만으로 가동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피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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