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에다 태영건설 후폭풍에 돈줄도 막혀
5대 은행 대출금 상환 연체 1년 새 1750억 늘어
건설업 고정이하 비율 1.60%…제조업의 5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여파로 건설업의 건전성이 크게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의 은행 대출금 상환 연체액이 급증하고, 연체율도 다른 업종에 비해 현저히 높아졌다. 내수 부진과 건설 업황 둔화로 2분기 성장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2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9일 전국은행연합회의 경영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상반기 말 건설업 총여신은 28조 6790억 원으로, 이 중 고정이하여신은 4575억 원으로, 부실 대출 채권 비율이 1.60%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말 총여신 24조 1878억 원 중 고정이하여신 2825억 원으로 부실 비율이 1.17%에서 1년 만에 0.43%p나 올랐다.
은행 대출 채권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분류하는데, 고정이하여신은 석 달 이상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채권이다.
건설업 대출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을 은행별로 보면, NH농협은행이 지난해 상반기 말 1.96%에서 올해 상반기 말 2.35%로 올라 5대 은행 중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은 1.58%에서 1.80%로, 우리은행은 0.26%에서 1.61%로, 하나은행은 1.13%에서 1.26%로, 신한은행은 0.70%에서 0.99% 등으로 5대 은행의 건설업 부실 대출 비율이 모두 올랐다.
건설업의 대출 건전성은 다른 업종에 비해 아주 나쁜 수준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5대 은행의 전체 여신은 1008조 1002억 원으로, 이 중 고정이하여신은 3조 6878억 원(0.37%)으로 집계됐다. 이를 산업별로 보면, 건설업 총여신은 28조 6790억 원으로, 이 중 고정이하여신은 4575억 원으로 집계됐다. 부실 대출 채권 비율이 1.60%다. 제조업 대출은 285조 2391억 원 중 9212억 원(0.32%), 도소매업 대출은 132조 2964억 원 중 5659억 원(0.43%), 숙박·음식업 대출은 41조 583억 원 중 1767억 원(0.43%)이 각 고정이하여신으로 잡혔다. 부동산업 대출은 227조 3426억 원 중 8534억 원(0.38%), 서비스업·기타 대출은 293조 4848억 원 중 7131억 원(0.24%) 등이었다.
건설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의 부실 대출 비율이 모두 0.5%를 밑돌았다.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도소매업 등의 업종도 0.4%대를 보이고 있다. 건설업의 부실 대출 비율은 전체 업종 평균보다 4.3배, 제조업 평균보다는 무려 5배나 높은 수준이다.
건설업이 이런 지경에 빠져들고 있는 것은 내수 부진과 건설 업황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실제 건설업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지난 1분기 5.5%를 기록했으나 2분기 -6.0%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6.4%) 이후 무려 26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은행권에서는 부동산PF 부실 위험이 건설업의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고, 여기에는 특히 태영건설 관련 부실 채권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동산PF 사태 발생시 정부의 대응도 건설업 추락을 부추겼다는 평가도 있다. 부동산PF 부실화가 이슈가 되자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은행들에게 PF 대출 중단을 강요했고, 이는 건설업계의 돈줄을 막아 회복 가능성까지 막았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2022년 이후 부동산 경기와 건설 업황이 부진해지면서 (PF 대출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금융기관 PF 대출 건전성이 악화한 가운데 증권사, 부동산 신탁사, 건설사의 우발 채무가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다른 금융 부문으로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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