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틀 만에 방문진 이사 선임 뒤 병원행
과방위 증인 출석 요구에 "허리 아파서 못 간다"
용산 임명장 받을 땐 허리 굽히며 악수하고 미소
국힘 "임명장 받으면 좋아서 아픔도 무릅쓴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불출석한 데 대해 야당 의원들이 국회 검증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의 '가짜 입원'이라고 일제히 성토했다.
2일 국회 과방위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전날(1일) 저녁 건강 이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며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에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구체적인 사유로는 '추간판의 전위로 인한 요통'으로 파악됐다.
이 위원장은 지난 31일 오전 9시 방통위원장에 임명되자마자 오전 11시 취임식을 갖고, 오후 5시부터 2시간 비공개 회의를 진행해 한국방송(KBS)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후보자 선임을 의결했다. 임명 10시간 만에 군사작전처럼 밀어붙인 것이다.
이 위원장은 비공개 회의에서 KBS 52명, 방문진 31명 등 83명 후보자의 서류 심사를 면접도 생략하고 불과 1시간 만에 마쳤다. 밀실에서 1인당 43초 꼴로 초인적인 심사를 한 셈이다. 그는 퇴근길에 기자들이 하루 만에 심사한 이유를 묻자 "법과 절차에 따라서 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다음 날인 1일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웃는 표정으로 "굿모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에서 자연스럽게 나와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청사 계단을 올랐다. 야당의 탄핵안 발의에 대해 질문을 받자 "시간 한번 두고 봅시다"라며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같은 날 오후 3시엔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했다. 이 위원장은 허리를 굽히며 대통령과 악수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는 임명장을 받은 지 단 몇 시간 만에 요통을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했다.
민주당 한민수 의원은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이 위원장은 임명장 하나만 바라보며 청문회에서 거짓 답변으로 둘러대며 앉아있다가, 대통령이 임명하자마자 기다려다는 듯이 출근해 결국 하루 만에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의결했다"며 "총 83명의 후보자 지원서를 검토할 시간은 있었냐"고 지적했다.
또 한 의원은 이 후보자가 허리를 굽히며 임명장 받는 영상을 상임위에서 재생한 뒤, "어제는 어땠냐.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멀쩡하게 임명장을 받았다"면서 "용산에서 임명장 받고, 사무실로 가는 과천이나 자택으로 가는 대치동 방면에 있는 병원이 아니라 왜 영등포역 앞에 있는 병원에 입원했느냐"고 따졌다.
한 의원은 "입원한 병원에 확인해보니 별도 상급병원 진단서나 검사지 없이도 병원장의 판단에 따라 입원이 가능하다고 했다"면서 "과방위 전체회의 회피용으로 1일짜리 '가짜 입원'을 한 것 아닌지 위원회 차원에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해 법적 조치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 이정헌 의원은 "어제 윤 대통령 옆에서 웃고 있는 이 위원장은 저녁에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증인 자격으로 참석해야 할 국회 현안질의에 불참 의사를 전해왔다"면서 "권력자 옆에선 웃음이 절로 나고 국민이 지켜보는 검증대에 서려니 갑자기 몸이 아픈 것이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 위원장은 갑자기 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 마음의 두려움이 커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대통령 임명장만 받으면 끝이라고 생각했겠지만, 큰 착각이다. 검증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신상범 의원은 "이 위원장 상태에 대한 판단은 위원장이나 야당이 하는 게 아니라 의사가 내리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임명장을 받으면 얼마나 좋겠어 그러니까 아픔을 무릅쓰고 받을 수 있는 거지"라고 말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자백하시네요"라며 실소했다.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은 "꾀병이라고 도망갔다고 (야당 의원들이) 악마화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내가 보기엔 허리도 못 굽히시네요"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발언에 회의장에선 "잉?"이라며 황당하다는 듯한 반응이 나왔다.
최민희 위원장은 "어제 대통령실에 가서 보인 태도와 모습들은 오늘 입원할 사유가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라며 "그래서 불출석 사유서를 승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전중에 출석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방통위 김태규 부위원장에게도 즉시 출석을 요구했다.
한편 국회는 이날 오후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발의한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친다. 국회는 전날 오후 2시쯤 본회의를 열고 이 위원장의 탄핵 소추안을 보고했다.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한다.
민주당은 현재 진행 중인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오후 3시쯤 강제 종료하고, 표결한다는 방침이다. 탄핵안이 통과되면 이 위원장은 취임 이틀 만에 업무가 정지된다.
다만 이동관, 김홍일 등 전임 방통위원장은 탄핵안 가결 전에 사퇴했지만, 이 위원장은 "시간을 두고 한번 보자"고 말해 헌재 심판 결과를 지켜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다음달 임기가 만료되는 교육방송(EBS) 이사 선임 절차가 남아 있어 사퇴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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