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언론들, 이진숙 청문회에 검증보도 소홀
극우편향 · 법카 유용 등 부적격 자질에 '침묵'
숱한 의혹에도 이진숙 변명·주장만 중계 보도
방통위 파행, 정부 책임 눈감고 외려 야당 탓?
시비 가리기는커녕 '감싸기' 혹은 '정쟁론'만
지난주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유튜브로 시청한 국민들은 왜 전례 없이 사흘 낮밤 동안이나 계속됐는지 알 것이다. 이진숙 내정자의 자료제출 거부, 답변 회피, 횡설수설, 억지 주장으로 야당이 제기한 의혹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당 위원들은 이진숙 내정자 감싸기식 질문과 본질과 벗어난 MBC와 언론노조 관계 캐묻기로 시간을 때웠다. 청문회 기간이 끝나고 난 뒤에 야당 위원들의 대전MBC 현장검증에서 이진숙 내정자 비리가 새로 드러나기도 했다.
청문회 중에 이진숙 내정자는 툭하면 “건건이 답변하지 않겠다”며 야당 위원 질문을 계속 뭉개고 넘어갔다.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무조건 “업무용으로 사용했다”는 말을 녹음기 틀 듯 무한반복했다. “업무용 사용이라는 증거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자 “내 말이 증거”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야당 의원은 “미제출 자료가 224건”이라며 “도대체 뭘 검증하라는 것이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마디로 이진숙 내정자는 청문회와 청문회를 보고 있는 국민들을 우롱한 것이다.
이진숙 내정자의 극우 편향 사고 방식은 더 충격적이다. 5.18을 폄훼하고 세월호·이태원 참사에 음모론을 들이댔던 과거 언행이 청문회 직전에 드러났다. 좌파, 우파를 갈라치기 하고 민주노총과 언론노조를 좌파라며 적개심과 혐오를 드러냈다. 그래놓고 청문회에서는 “자연인일 때 했던 말”이라거나 “손가락 운동을 잘하겠다”라는 말로 넘어가려했다. 일베나 할 법한 패륜적 망언을 해놓고 사과나 반성은커녕 이를 다시 일베식으로 받아넘긴 것이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극우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MBC 기자 선배인 정동영 의원이 “극우의 특징은 5.18을 폭도가 일으킨 사태라고 말하는 것, 세월호를 폄하하는 것, 합리성이 부재하고 상식과 동떨어지는 것, 딱지붙이기를 하는 것”이라고 하는 말을 이진숙 내정자는 듣고만 있었다. 그는 이미 자신이 극우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만큼 극우성향에 깊숙이 빠져있는 것이다. 이렇게 극우적이며 편협한 사고에 빠져있는 인사에게 우리나라 방송통신정책과 공영방송의 미래를 맡겨도 되는 것인가?
그러나 정작 놀라운 것은 이진숙 내정자와 청문회를 보도하는 언론의 모습이다. 대부분의 주류 언론들은 이진숙 내정자의 과거 극우적 사고와 언행, 그것에서 비롯된 공영방송 파괴와 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의 문제점을 철저히 파헤쳐 드러내거나 지적하지 않았다. 마치 이진숙 내정자가 장관급 공직자에, 방통위원장에 임명되어도 큰 문제가 없다는 듯 비판에 소극적이거나 아예 이진숙 내정자의 자격미달과 의혹 자체를 덮어버리는 듯했다.
청문회 첫날 숱한 의혹과 자질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주류 언론들이 지면에 일제히 보도한 뉴스는 예컨대 “이진숙 부른 최민희, 귓속말로 ‘저와 싸우려 하면 안된다’”는 제목의 기사(조선일보, 중앙일보, 서울신문 등)였다. 과방위원장과 방통위원장 내정자의 ‘기싸움’이 이 청문회의 목적인 공직자 후보 검증보다 더 중요한 뉴스인가?
또한 주류 언론들은 야당이 제기한 의혹보다는 이진숙 내정자의 답변(그것이 회피성 답변이든 억지 주장이든 따지지 않고)을 중계하듯 보도하는 기사도 쏟아냈다. “난 치킨 안먹어요” “좋아요 연좌제라도 있냐” “박정희 존경은 극우, 김대중 존경하면 지식인인가” “후쿠시마 오염수는 ‘처리수’” “MBC편향성 시정할 것” 등이 주류 언론들이 보도한 기사 제목이다. 이런 발언들이 문제라는 것인지, 문제가 없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주류 언론들은 인사청문회에 나온 이진숙 내정자의 자질과 도덕성,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의 입장과 주장을 대변하는 역할만 하고 있는 것이다.
“청문회서 이진숙 인신공격 난무”(조선일보)나 “주말에도 이진숙 때리기”(동아일보)처럼 오히려 이진숙 내정자를 감싸주려는 기사도 자주 등장했다. 그러나 청문회 내내 이진숙 내정자의 답변이 얼마나 무성의하고 오만했는지를 생중계에서 지켜봤다면 이런 보도에 수긍할 수 없을 것이다. 이진숙 내정자의 이런 답변 태도에 화를 내지 않은 야당 청문위원의 인내심이 대단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주류 언론들은 이진숙 내정자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을 크게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야당 위원들이 집요하게 질문한 집 근처 ‘빵 구입’ ‘와인 선물’ 등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전임 방통위원장, KBS 이사장, MBC방문진 이사장, 방심위원장 등을 강제 해임(해촉)한 사유 중 하나는 바로 ‘법인카드 부당사용 혐의’였다. 야당 대표 부인을 검찰과 친윤 어용언론들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사법처리로 몰아가고 있는 혐의도 ‘법인카드 부당사용’이다. ‘공정’을 기치로 들었던 이 정권이 공정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이진숙 내정자는 방통위원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다. 장관급 방통위원장은커녕 어떤 공직에도 갈 수 없다. 수사를 받고 처벌받아야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겨레·경향을 제외한 주류 언론들은 이진숙 내정자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해서는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애완견’ 소리를 듣고 있는 여러 주류 언론들이 이 정권의 무능·비리를 덮어줄 때 가장 흔히 하는 보도가 ‘여야 정쟁론’이고 ‘양비론’이다. 옳고 그른 것, 진위 여부를 가려 묻고 따지지 않고 그저 ‘여야 정쟁’으로 몰고가는 것이다. 이진숙 청문회 보도 역시 그랬다. “여야 설전 계속, ‘국회 폭력’ ‘당장사퇴’”(조선일보), “여야 공영방송 장악 전쟁”(동아일보), “여야 극한 대치 그만해야”(국민일보), “사흘 청문회 끝나도 여야 이진숙 공방 ‘갑질’‘사퇴해야’”(한국일보) 등의 기사들이다.
“방송장악 위해 방통위 부위원장까지 탄핵 나선 거야(巨野) 횡포”(세계일보)라며 마치 문제가 야당에게 있는 것처럼 황당한 주장을 하는 언론도 있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이동관·김홍일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위원장직무대행까지 야당의 탄핵소추 대상이 되고 사퇴하게 된 이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방송장악’은 누가 하고 있는가? 공영방송 KBS를 ‘땡윤뉴스’ 매체로 전락시키고 정부비판 보도에 마구잡이 ‘심의-제재’ 폭탄을 투하하는 것은 여당인가 야당인가? 이진숙 내정자는 청문회에서 “MBC가 정상화하도록 이사진을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MBC마저 '땡윤' KBS처럼 어용방송을 만들어 방송을 장악하려는 쪽은 야당인가 여당인가?
주류 언론들은 이런 걸 따지지 않는다. 겉으로 보이는 여당-야당의 다툼과 갈등의 표피만 기사로 보여줄 뿐, 그 안에 담긴 다툼과 갈등의 원인과 책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법원이 지적한 위법적 2인 방통위 체제와 ‘땡윤’ 공영방송을 막으려는 야당에게 거꾸로 ‘방송장악’ 프레임을 덮어씌우는 정부여당의 궤변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받아쓰고 있는 것이 주류 언론들인 것이다. 이러니 국민들이 주류 언론, 즉 레거시 언론을 멀리하고 유튜브로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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