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 YTN, 김건희 보도 감추고 돌발영상도 불방

박민 KBS, 정권비판 사라지고 관제방송 전락

한때 신뢰받던 KBS, 지지 추락…YTN도 같은 길?

야당, 대통령 뜻 무시 방송장악한 책임자들 불러내야

올해 초 준공영 방송에서 사영 방송으로 지배구조가 바뀐 보도전문채널 YTN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지난해 KBS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사장 한 사람 바뀌었을 뿐인데 4천여 명의 직원을 둔 공영방송 KBS는 하루아침에 어용방송, 관제방송으로 전락했다. YTN도 극우 단체 출신 사장이 취임한 지 겨우 한 달여 만에 KBS처럼 부끄러운 어용방송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최근 YTN 뉴스에서 김건희 씨 관련 보도가 축소되거나 아예 불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YTN노조 산하 공정방송추진위(공추위)가 지난 20일 낸 성명을 보면, 최근검찰에 출석한 최재영 목사가 김건희 씨를 비판한 녹취 내용이 보도국장 지시로 한번 방송된 뒤 삭제됐다고 한다. 또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장면은 방송에서 아예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앞서 4.10 총선 다음날 보도된 김건희 씨 검찰 소환 관련 기사를 데스크(간부급 기자)가 승인했다가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YTN의 인기 코너인 ‘돌발영상’은 김백 사장 취임 이후 두 번이나 방영이 취소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시장을 방문해 멍게를 보고는 “소주 한 병 딱 있으면 되겠네”라고 말한 영상(5월13일자)과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칠십 평생에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 것 같다”(4월3일자)고 말한 영상이다. 윤 대통령의 ‘소주 한 병…’ 발언은 당시 다른 종편 방송에도 보도됐으며 대통령실 공식 유튜브 영상에도 그대로 실렸던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시장에서 멍게를 보고 '소주 한 병...' 발언을 한 장면의  YTN '돌발영상'이 삭제되었다고 보도한 5월18일 MBC 뉴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시장에서 멍게를 보고 '소주 한 병...' 발언을 한 장면의  YTN '돌발영상'이 삭제되었다고 보도한 5월18일 MBC 뉴스 유튜브 화면 갈무리.

YTN 노조는 “방송된 영상을 끌어내리는 것은 방송편성규약 위반은 물론 방송법까지 위반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규약과 법 위반은 물론이고, 최고 권력자에 대한 부정적 보도를 스스로 막겠다는 ‘자기 입틀막’이다. 앞으로도 YTN에서 주가조작·명품백 수수 등의혹 투성이인 김건희 씨와 그의 ‘상남자’ 남편 윤석열 대통령 관련 부정적 뉴스는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촌철살인으로 권력을 비판해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던 ‘돌발영상’도 사라질지 모른다.

김백 사장의 YTN이 걷고 있는 어용방송의 길은 박민 사장의 KBS와 ‘데칼코마니’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민의 KBS가 사전 예고 없이 시사프로를 폐지하고 뉴스 진행자를 교체한 뒤 정부여당에 불리한 과거 뉴스에 대해 사과 방송까지 한 것도 김백의 YTN과 닮았다. 김백 사장은 더 나아가 취임 직후 노사합의 사항인 보도국장 임면동의제도 파기했다. 두 방송사의 기자들이 과거 이명박 정부 때처럼 파업 같은 방식의 격렬한 저항을 하지 않고 조용한 것도, 시청자위원회가 편향 보도, 어용 보도에 대해 우려와 비판을 제기해도 경영진과 보도국 간부들이 못 들은 척 무시하고 있는 것도 똑같다.

윤석열 정부 이전까지 공영방송 KBS와 준 공영방송이었던 YTN은 시청자들로부터 ‘신뢰받는’ 언론매체에 속했다. 2023년 6월 발표된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KBS와 YTN은 한국의 15개 신문·방송 등 주류 매체 가운데 신뢰도 55%씩을 얻어 MBC(58%)에 이어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시사주간지 시사인과 한국갤럽이 조사한 언론 신뢰도에서도 KBS는 2위, YTN은 7위였다.

 

지난 5월19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가 참석한 경기도 양주시 회암사 사리이운 기념행사를 보도한 KBS뉴스 화면. 

그러나 앞으로 박민의 KBS와 김백의 YTN이 이런 신뢰도를 계속 유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앞의 두 기관이 실시한 조사 결과나 일반적 상식으로 볼 때, 국민들이 신뢰하는 언론이란 ‘권력을 제대로 감시하고 비판하는 매체’다. 국민으로부터 불신받는 언론이란 그 반대를 말한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와 시사인-갤럽 조사 모두에는 불신 매체 1, 2위에 조선일보, TV조선이 올라 있는데,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친윤 어용매체’ 1, 2위이기도 하다. 

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이 무뎌진, 아니 정권의 옹호자로 전락한 KBS와 YTN에 대한 신뢰는 앞으로 ‘꼴찌’ 수준은 아니더라도 큰 폭의 하락 혹은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KBS가 1년 전 자체 조사한 ‘방송사 신뢰도’ 결과에서 2022년 2분기부터 2023년 1분기 동안 MBC의 신뢰도가 급상승해 KBS를 추월한 것은 ‘MBC의 날 선 권력 비판’과 ‘KBS의 상대적 권력비판 부족’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박민 사장이 취임한 뒤 KBS의 시청률과 유튜브 조회수가 크게 떨어진 것도 같은 이유다. 시청률 조사업체인 닐슨코리아의 자료를 근거로 미디어오늘이 5월4일 보도한 기사를 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박민의 KBS, TV조선, 채널A 등 이른바 ‘친윤’ 방송의 메인 뉴스 시청자수는 계속 하락했다. 반면 정권에 비판적 목소리를 낸 MBC는 크게 상승해, 총선이 열린 4월에는 KBS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뉴스 조회수에서도 지난해 MBC는 KBS를 2배 정도 앞질렀다.

관제방송, 어용방송 전락으로 인한 KBS의 몰락과 함께, ‘데칼코마니’의 다른 한쪽인 YTN의 침몰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오는 8월 현재의 이사회와 사장의 임기가 끝나는 MBC마저 제2의 박민, 제2의 김백과 같은 인물이 장악하게 된다면 한국의 공영방송은 또다시 정권에 의해 완전히 장악되는 암흑기를 맞게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언론을 장악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내용을 보도하는 4월30일 MBC 뉴스 화면.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언론을 장악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내용을 보도하는 4월30일 MBC 뉴스 화면.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 완패 이후인 지난 4월29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언론을 장악할 방법을 알지만 장악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언론장악에 관심이 없다'는 대통령의 뜻을 무시하고 KBS와 YTN을 장악해 관제·어용방송으로 만드는 것은 도대체 누구인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KBS와 YTN을 정권에 갖다 바쳐 장악하게 만든 자들을 하루라도 빨리 국회와 법정에 불러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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