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 회담에서 "언론장악 방법 알지만 생각 없어"

진성준 의원, MBC라디오 출연해 윤 답변 내용 공개

"언론 강제수사 등에 관여한 바 없다"…언급 회피도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720일만에 처음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언론을 장악할 생각이 전혀 없고 (언론장악이나 탄압에) 관여해서도 안되며, 관여할 생각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임명한 이동관-김홍일 방통위원장,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공영방송 장악을 주도하고 비판언론에 대한 ‘법정제재’ 폭탄을 남발한 사실이 전 국민은 물론 해외에까지 알려져 있는데도 거짓말 혹은 엉뚱한 소리를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또 방심위가 MBC에 내린 법정제재가 행정법원에서 줄줄이 효력정지 결정을 받아 제동이 걸린 것과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검찰이 언론사와 기자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것에 대해서도 ‘내용을 잘 모르고 있다’거나 언급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날 이재명 대표는 15분간의 공개 발언에서 윤 대통령에게 “국민의 뜻을 전달 드리려한다”면서 “정부 비판적인 방송에 대해 중징계가 이어지고 있고, 보도를 이유로 기자와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매우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 대표는 올해 3월 발표된 스웨덴 예테보리대학의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 연례보고서가 한국을 ‘독재화가 진행 중인 나라’로 분류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은 국정을 바로잡으라는 준엄한 명령”이라고도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공개 발언에 대해 즉각 답변하지 않았으나, 이후 135분 동안 진행된 비공개 회담에서 다시 이와 관련된 발언이 나왔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30일 MBC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4월30일 오전에 방영된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전날 열린 영수회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MBC 유튜브 갈무리. 
4월30일 오전에 방영된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전날 열린 영수회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MBC 유튜브 갈무리. 

진 의장은 “윤 대통령이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방통위, 방심위)에서 하는 일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른다고 했다가, MBC에 대한 방심위 무더기 징계가 법원에서 모두 가처분신청이 인용된 상황을 참모들이 설명하자 ‘자세한 사항은 모르겠고 (내가) 관여한 바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언론을 장악할 방법을 잘 알고 있는데 그럴 생각이 전혀 없고, (언론에) 관여해서도 안 되고 관여할 생각도 없다면서, 초기에 90% 지지율을 기록한들 끝까지 갈 수도 없고 차라리 이 상태로 꾸준히 가야 마지막에도 국정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 때 여러 언론이 보도한 부산저축은행 사건 관련해 경찰·검찰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언론사·기자를 강제수사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윤 대통령은 역시 ‘잘 모르는 듯 얘기’하면서 ‘언론 장악할 생각이 없다’는 말을 했다. 이 대표가 MBC에 대한 방심위 무더기 징계와 가처분 신청 7건이 모두 인용된 사실을 언급하며, 잘 모르시는 것 같으니 한번 알아보시고 챙겨봐 달라고 부탁했고, 윤 대통령은 특별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진 의장이 전한 윤 대통령의 답변을 들어보면 어이가 없다. 지금 한국 언론계는 윤 대통령 취임 뒤 벌어지고 있는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와 비판언론에 대한 ‘입틀막’식 탄압으로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 자신이 임명한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KBS 이사진을 내쫓고 박민 씨를 사장에 앉혀 국민의 방송을 ‘땡윤 어용방송’으로 전락시켰다. MBC, EBS 이사들에 대한 강제해임을 시도하고, 이어 취임한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준공영방송이었던 YTN도 사영화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 지난 4월17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공수처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 지난 4월17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공수처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 검찰총장 시절 각별한 사이였다는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사상 유례없는 ‘청부민원’ 수법까지 악용해 정부 비판적 방송보도에 대한 역대급 징계를 남발하고 있다. MBC, 뉴스타파, 뉴스버스, 뉴탐사(예전 더탐사), 시민언론민들레 등 비판 언론사·기자에 대한 수십 차례 압수수색·고소고발로 야당과 시민단체·언론단체·언론학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측근들이 자주 볼 만한 조중동 ‘친윤 언론’들조차 방심위의 폭주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고, 해외 언론과 미 국무부 인권보고서에까지 이런 내용이 소개된 바 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 이에 대해 모르는 척하고, 오히려 ‘언론장악, 언론탄압을 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뻔뻔하다는 말 이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정말 몰랐다면 당장 참모들을 불러 ‘격노’라도 하고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알고서도 모른 척 거짓말했다면 그것은 또 얼마나 유치하고 비겁한 태도인가? 총선에서 압승한 야당 대표 앞에서 ‘언론장악, 언론탄압을 할 생각이 없다’고 한 말이 진심이라면, 즉각 김홍일 방통위원장과 류희림 방심위원장부터 해임·해촉해야 한다. 그것이 총선 참패 이후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한 자신의 약속을 지키는 최소한의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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