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없던 방식의 해괴한 기자회견 기어이 강행

녹화 뒤 방송 전까지 3일간 조율 보정 작업 하는 듯

친윤 방송 KBS의 사장과 앵커가 '연출, 조연' 맡아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아닌 녹화 대담이 기어이 4일 ‘제작’됐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이른바 ‘보수’ 언론들까지 비판 의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작전’처럼 대담 녹화를 강행한 것이다.

전에 본 적이 없었던 방식과 형식인 이 ‘녹화 대담쇼’에서 어떤 질의와 응답이 오갔는지, 녹화로부터 방송이 예정된 7일까지 어떤 작업을 거치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이 대담에서 윤 대통령은 배우자 김건희 씨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년 대담을 진행한 KBS 박장범 앵커가 2023년 11월 13일 9시 뉴스 첫 방송에서 KBS의 '불공정 보도'를 사과하고 있다. KBS 화면 갈무리 

그러나 알려진 그대로 7일 방송에 나갈지는 알 수 없다. 대통령실의 설명과 주변 얘기를 종합하면 대통령 신년 대담은 ‘편집중’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전 조율된 질의 응답을 하고, 그 결과조차 편집 보정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정한 언론사와의 단독 대담이라는 형식에서부터 일방적이었지만 녹화에다, 3일간의 편집 작업을 거쳐 방송되는 이 대담은 이전에 거의 본 적이 없던 방식이다. 신년 기자회견을 '대체'한 것이라기보다는 사전 대본과 연출, 사후 편집에 의한 '대담 드라마'나 '대담 쇼'라고 해야 맞을 듯하다.

이 대담쇼, 대담 드라마의 주인공이 윤석열 대통령이라면 조연은 KBS 사장 박민 씨와 KBS 9시 뉴스의 메인 앵커다.

박민 사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기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지내는 등 윤 대통령의 '술친구'로 불리는 인물로, 그같은 권력자와의 인연이나 문화일보에서 ‘윤석열에 보내는 찬가’를 불렀다는 이력 외에는 국가공영방송 사장으로 발탁될 만한 자격조건을 국회 청문회 등에서 전혀 제시하지 못한 인물이다. 그가 사장으로 입성한 이후 KBS는 노골적인 대통령 홍보 방송으로 전락했다.

대담을 맡은 박장범 앵커는 박민 씨가 사장을 맡자마자 KBS의 첫 ‘뉴스 9’ 앵커로 낙점된 이로, 박근혜 정부 시절 KBS의 공정성과 신뢰도 훼손을 초래했던 고대영 전 사장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그는 지난 11월 13일 자신이 앵커를 맡은 9시 뉴스 첫 방송에서 “그동안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흔들었던 정파성 논란을 극복하고 앞으로 공영성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뉴스 프로그램을 방송해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KBS의 공정성 훼손 사례를 언급하며 사과해 KBS 내부에서 거센 반발을 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문제가 된 보도 사례가 정말 공정성이 훼손된 뉴스였는지 이견이 있음에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내보냈다”며 “공정성과 정파성을 지적하는 기준을 누가 어떻게 세웠느냐”고 비판했다.

이같은 관계의 3인이 주연과 조연을 맡은 대담이 어떤 내용이 될 것인지는 대담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었다.

대통령실이 이번 KBS 대담을 마치 '국가 기밀'처럼 취급한 것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녹화 대담 사실이 알려진 당일까지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으며 4일에야 출입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은 4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KBS와 신년 대담 방송을 위한 촬영을 실시했다”고 공지했다.

'윤석열-박민-박장범 3인에 의한 쇼'가 된 이번 대담은 전국언론노조가 5일 내놓은 ‘질문을 거부하는 권력은 민주공화국을 말할 자격이 없다’는 성명에서 밝히듯이 대통령이 통제된 질문에 대해 정해진 답만 내놓는 모습에서 전두환 군사정권 때 언론에 내려보내던 '보도지침'을 보는 듯하다.

신년대담 녹화가 있던 날, 대통령은 대국민 설 인사 영상을 촬영하면서 대통령실 직원들과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라는 노래를 합창했다고 한다. 이태원 참사 유족의 절박한 요청에도 이태원 특별법을 거부함으로써 '사랑' 대신 비정함을 보인 그는 '질문'에 답변하는 대신 사실상 '질문 없는 답변'만 하기로 작정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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