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때 'YTN사태' 주역 김백 씨 사장 취임
극우·어용단체 이사장 일하다 유진그룹이 임명
정부 비판 프로 갑자기 중단, 진행자 강제 하차
'김건희 의혹보도' 편파보도로 사과…KBS와 비슷
'돌발영상'도 중단…'땡윤뉴스' YTN서도 재현되나
보도전문채널인 YTN에 새 사장으로 취임한 김백 씨는 KBS 기자 출신으로 YTN에는 1995년 개국 때 합류했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이 KBS, MBC 등 공영방송과 함께 YTN에도 친여당 성향의 낙하산 사장을 임명했을 당시 그는 이에 반대하던 노조원 대량 해직·징계 사태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날카롭게 비판해 YTN의 간판 프로로 인기를 끌었던 ‘돌발영상’이 폐지된 것도 이때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승승장구해 보도국장, 임원을 역임했다. 퇴임 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이명박·박근혜 시절 누렸던 꽃길이 그리웠는지 언론계로 돌아와, 그 때 노조탄압과 어용방송 만들기에 가담했던 극우·보수 성향 인사들과 함께 친정부 언론단체(‘공정언론국민연대’)를 만들고 거기서 이사장을 지냈다.
이 단체는 ‘공정’이란 말을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극단적이며 노골적인 편향 단체다. ‘연대’라는 이름 아래 참여하는 단체 중엔 극우·반공 이념을 전파하거나 ‘일베’ 목소리를 높였던 ‘신전대협’ ‘자유기업원’ 같은 곳도 있다. 논평이나 성명에서 ‘좌파 척결’ ‘노조 축출’을 내세우고 한편으론 ‘윤석열 정권 수호’에 앞장서 온 극우·어용 단체인 것이다.
특히 이 단체는 신문·방송의 뉴스와 시사프로를 모니터링해 홈페이지에 공개해 왔는데, 거의 대부분이 윤석열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문제 삼아 공격하는 내용이다. 이를 근거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 민원을 넣어 방심위의 정부 비판보도 ‘입틀막’을 유도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공정’과 ‘국민’의 허울을 빌린 어용·극우 편향단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 단체에 속해있는 언론인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권력 비판 보다는 권력 아부를 본업으로 해왔던 인사들이다. 그러니 언론인들이 모여 만들었다고는 하나 이 단체를 ‘언론인 단체’라고 부르기도 부끄럽다.
김백 씨는 지난해 이 단체와 국민의힘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출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괴담”이라고 했고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장악한 공영방송이 가짜뉴스를 퍼뜨린다”고도 했다. 이 단체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서도 “김건희 씨에 대한 언론비판이 스토킹 수준”이라며 김건희 씨 지키기에도 열심이었다.
이랬던 김백 씨가 YTN 사장에 취임한 것을 보면, 이는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이라는 큰 그림의 일부였던 것이다. 윤 정부는 방송통신위원회를 이용해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KBS, MBC, EBS 경영진 교체를 시도해왔다. KBS는 친여 성향 박민 사장을 취임시켜 ‘땡윤방송’으로 바꾸는 데에 성공했다. 이번에는 YTN 정부 지분을 유진그룹에 넘겨 사영 방송을 만든 뒤 김백 씨를 사장에 앉힌 것이다.
공교롭게도, YTN 김백 사장 취임과 함께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KBS 박민 사장 취임 때와 비슷한 점이 많다. 박민 사장은 취임 전부터 정부여당에 조금이라도 비판적 태도를 취했던 앵커나 시사프로 진행자를 내부 규정을 무시한채 갑자기 하차시켰다. 취임 직후에는 친정부 성향으로 대대적인 직원 인사를 단행했다. '오세훈 생태탕 보도' 등 자사의 정부여당(국힘당) 비판 보도가 오보였다며 느닷없이 시청자들 앞에서 사과 발언을 하는 퍼포먼스도 연출했다.
김백 씨 역시 사장 취임 직후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고, 보도국의 임면동의제를 무시하며 보도국장을 교체했다. YTN 라디오 진행자였던 박지훈 변호사를 갑자기 하차시키고 그 자리에 극우 유튜버를 불러 앉혔다. 방송사 내부의 방송협약과 자율·독립을 보장하는 방송법을 무시한 것도 똑같다.
박민 사장이 그랬던 것처럼 김백 사장도 “편파·불공정 보도로 국민 여러분을 불편하게 했다”며 자사 보도에 대해 사과했다. 그가 사과한 YTN 보도는 ‘김건희 씨 쥴리 의혹 보도’ ‘오세훈 생태탕 의혹 보도’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였다. 윤 정부 아래서 낙하산 사장 이후 KBS와 YTN에서 벌어지는 똑같은 일들을 보면 누군가 방송장악 시나리오를 써놓고 그대로 실행하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의혹을 떨칠 수가 없다.
공영방송 KBS가 박민 사장 취임 이후 ‘땡윤뉴스’가 되살아나고 정부 비판보도는 사라졌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지난 2월 KBS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신년대담 방송 쇼를 본 시청자들은 시청자게시판에 ‘땡윤방송’이라는 비난과 조롱 글을 가득 남겼다. 총선을 앞두고는 마치 조선일보를 연상케 하는 시대착오적 ‘색깔론 보도’가 늘어난 반면, 민심을 보여줄 ‘대파 875원’ 보도는 사라졌다. “이러고도 수신료 받을 생각을 하냐”는 시청자들이 많다.
김백 사장의 YTN에서도 조만간 박민 사장의 KBS 같은 ‘땡윤뉴스’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김백 사장은 취임 사흘만에 간판 프로인 ‘돌발영상’을 “불공정 방송”이라는 이유로 방영중단시켰다.
한 때 ‘국민의 방송’이라고 불리던 공영방송 KBS가 이제는 ‘박민의 방송’이니 ‘권력의 방송’ 이니 혹은 ‘김건희(K) 보호(B) 시스템(S)’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당신의 진실(Your Truth) 방송(Network)’이라던 보도전문채널 YTN도 ‘윤(Yoon)에게만 진실(Truth) 방송’으로 불릴 지 모르겠다. 15년 전 이명박 시대의 방송 몰락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여야를 따지지 않고 촌철살인을 보여주던 '돌발영상'을 계속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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