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동 주택가에 박 화백 작품 상설 전시
시대와 함께 호흡해온 '현실발언' 한눈에
우리시대 행동예술가 박재동 화백을 기리는 전용 전시관이 문을 연다. 서울 중랑구 망우동(양원역로 17-13) 주택가 2층 건물에 10일 개관하는 ‘박재동 갤러리’가 그것이다.
10~11일 이틀동안 펼치는 개관전은 ‘뿌리'를 주제로, 박 화백이 그림을 손에 잡게 된 유년기부터 지금까지 그려온 그림, 만화 등 원화 외에 관련 자료를 총망라하여 박 화백의 일대화업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했다. 작가의 출발과 성장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점에서 박 화백 개인한테 관심있는 시민만이 아니라 화단의 후배, 학생들에게도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 작품들 대부분은 판매를 원칙으로 한다. 개관전에 출품하는 작품 중 판매를 하지 않는 작품들은 상설전에서 계속 관객들한테 선보일 예정이다. 한겨레판에 실린 한컷 시사만화 원본을 판매할지 말지 고민 중이라고.
박재동갤러리는 그를 아끼는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제대로 알리고파 의기투합한 점에서 여느 전시관과 다르다.
갤러리를 열어 전시를 기획하는 주체는 주식회사 아트몽땅. 공간 브랜딩, 콘텐츠 IP 개발, 컨벤션 기획을 하는 지역 기반 예술연구소로 박영윤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박 다르크‘라 불리는 박 대표는 망우리에 거주하며 8년 전부터 마을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단돈 200만 원으로 마을축제를 연 것이 대박을 쳤다. 주민의 호응이 좋아 구청에서 해마다 축제를 지원하게 되고 박원순 시장의 배려로 전용공간이 마련됐다고 한다. 축제에 게스트로 초청돼 캐리커처를 그린 것을 계기로 박 화백과 박 대표의 오랜 인연으로 이어졌다. 박 대표는 박 화백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작품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걸 보고 충격을 받아 아카이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고교생 때는 강경대 사건으로 절망에 빠졌는데, 당시 한겨레신문에 연재되는 박재동 그림판을 보고 많은 위로를 받은 전사가 있다고 전한다.
아트몽땅에는 박 대표 외에 박찬우, 조을, 윤승찬 등의 작가가 조력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박 화백과 함께 촛불행동 집회에 작품으로 기여하는 공통점이 있다. 박찬우 작가는 ’기레기‘를 실명으로 비판한 캐리커처를 그려 화제를 부른 인물. 이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꾸준히 올림으로써 언론계의 실태를 까발겨 ’기레기‘ 당사자들한테 고소를 당해 현재 소송이 진행중이다. 조을 작가는 윤석열, 천공 등의 인물을 희화화한 조형물을 제작해 트럭에 싣고 시위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박 화백은 갤러리 개관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네 살 때 마당에 그림을 그려 보고 내가 화가인 줄 알았다. 한번도 다른 일을 생각해 본 적 없으며 화가를 최고의 직업으로 생각했다. 초 중고 시절 만화방을 하는 우리 집에서 실컷 만화를 보고 또 만화를 그렸다. 1980년대 초에 미술동인 '현실과발언'에 참가하여 민중미술 활동을 하고 1988년부터 한겨레신문 시사만화 '한겨레그림판'을 담당하여 그리게 된 것이 이 뿌리에서 핀 꽃이다. 이제 다시 여기 아트몽땅과 함께 새로운 꽃을 피우려 한다.”
박재동갤러리에서는 박 화백의 작품과 자료를 선보이는 상설전 외에 때때로 기획전을 열 계획이다.
“세계미술의 중심이 뉴욕이라고들 하는데, 나는 서울이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위안부를 기린 소녀상이 미국, 일본, 독일 등지에서 화제를 부르고 있다. 소녀상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노래 부르고, 눈 비 오면 씌워주고 덮어주는 등 현장에서 호흡하는 이 시대 최고의 조각이다. 촛불집회도 그렇다. ’노가바‘, 현장설치 등 작가뿐 아니라 대파머리를 한 시민들은 행위예술로 봐야 한다.”
기획전 주제는 차고 넘친다는 게 박 화백의 설명이다.
박재동갤러리는 주택을 개조한 건물로 1, 2층 합쳐 40여평이다. 경의중앙선 양원역에서 10분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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