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노조 "반전 시위 대학생에 연대" 성명

"2011년 오큐파이 운동에서 본 반란의 결과"

서비스 노동자, 미국 전체 노동자의 80% 차지

새세대 노동운동가, 풀뿌리 전략으로 현장 밀착

컬럼비아대 출신 24세 여성, 가사노동자들 조직

지난해 미국 파업 354건에 49만2000명 참가

"스타벅스 노조(SBWU)는 전국의 학생들을 지지하며 자유롭게 말하고 정치적으로 항의할 그들의 권리를 억압하는 야만적 시도들을 규탄한다. 메이데이(노동절)를 맞아 노동자는 학생들의 편에 선다."

스타벅스 노조가 미국 전역 대학으로 확산하는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 규탄과 전쟁 반대 시위 및 점거 농성, 그리고 경찰의 폭격 진압 사태와 관련해 노동절인 1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성명서 내용이다. 얼마 전에도 인스타그램에 "스타벅스 노조는 팔레스타인과 함께 한다"는 글을 올렸다. 임금 인상과 근로 조건 개선에 집중했던 과거의 미국 노조들과는 달리 논쟁적인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2일 현재 미 전역에서 체포된 인원은 2200명에 이른다. 

 

    스타벅스 노동조합(SBWU) 인스타그램 캡처.  2024. 05. 03. 
    스타벅스 노동조합(SBWU) 인스타그램 캡처.  2024. 05. 03. 

스타벅스 노조 "반전 시위 대학생에 연대" 성명

임금·근로 조건에 집중한 옛 미국 노조들과 달라

알자지라는 '형태 전환 경제에 대응하는 젊은 노동자들, 새 걱정거리들'이란 2일 자 기사를 통해 최근 부활하는 미국 노동운동을 조망하면서 미국의 조직된 노동자 규모도 크게 늘었고, '노동자의 전투성'(worker militancy)도 획기적으로 강화됐다고 진단했다. 알자지라는 "전투성 증가는 침체된 임금에 대한 노동자들(특히 학생·유색인·여성·동성애·성전환 그룹)의 대응을 반영할 뿐 아니라, 약 3만5000명의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를 낳은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을 포함한 더 광범위한 사회적 이슈들과도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커피하우스 체인인 스타벅스는 공격적인 노조 깨부수기 전술로 악명이 높다. 그러나 스타벅스 경영진은 지난 2월 SBWU와 급여 인상과 근로 조건 개선 협상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SBWU는 스타벅스의 미국 내 1만7000개 점포 중 400개 이상에서 일하는 바리스타 중 1만 명을 대표하고 있다. 이를 두고 노동운동가들은 미국 전역의 노동관계에서 역사적 전환을 알리는 '천둥소리'라고 묘사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1일 노동절을 맞아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4. 05. 01 [AF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1일 노동절을 맞아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4. 05. 01 [AFP=연합뉴스]

작년 미국 파업 354건, 49만2000명 참가

자동차, 병원, 항공, 접객업, 문화계 다양

코넬대의 '노동행동추적자'(LAT)에 따르면, 2023년 미국에서 파업은 2021년보다 70% 증가한 354건이었고, 참가한 노동자는 49만2000명이었다. 올해에는 첫 4개월간 48만1500명이 파업에 참가함으로써 작년의 약 2배에 이르고 있다.

지난 16개월간 8만4000명의 간호사, 의사, 다른 의료 전문가들이 사흘간 파업을 벌여 미국 최대 비영리의료기관 카이저 퍼머넌트로부터 20%의 급여 인상을 따냈고, UPS 소속 운전기사 3만4000명과 유나이티드항공 조종사들, 할리우드 소속 작가와 연기자들도 파업 등의 노동쟁의를 통해 급여 인상 등을 이뤄냈다. 이런 직군 외에도 접객업 노동자, 요리 노동자, 가사노동자 등으로 조직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UAW)도 관행을 깨고 3대 자동차 기업인 포드, 스텔란티스, GM과 동시 교섭에 착수하고 전략 공장들에서 사전 통보 없이 파업에 돌입하고 6주 파업 끝에 자동차 노동자의 초봉 68% 인상, 현 노동자 급여 25% 인상 및 생활비 보전, 공장 폐쇄 시 노조의 협상권 등을 확보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 지부 노조원 862명이 12일 미국 루이스빌에 있는 포드의 켄터키 트럭 공장 바깥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 2023 10.12 [AP=연합뉴스]
전미자동차노조(UAW) 지부 노조원 862명이 12일 미국 루이스빌에 있는 포드의 켄터키 트럭 공장 바깥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 2023 10.12 [AP=연합뉴스]

서비스 노동자, 미국 전체 노동자의 80% 차지

'형태 전환 경제'…스타벅스·아마존 노조 주목

일부 역사가는 미국 노동운동의 전투성이 강했던 마지막을 꼭 50년 전 미국의 제조업 독점이 약화하고 일본과 유럽의 산업이 성숙하며, 고유가와 고인플레 탓에 이윤과 임금이 모두 줄어들던 시대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는 오늘날 노조 운동의 부활은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인 1935년 와그너법 제정을 계기로 절정기를 구가했던 노동투쟁과의 비교가 더 적절하다고 본다.

와그너법은 노조 가입권을 비롯한 노동 현장에서의 노동자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를 설치했다. 그 결과, 그 후 40년 동안 노조 조직률은 40%에 육박했고, 소비자 구매력 증가와 함께 1973년에 노동자 임금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약간 웃돌았다. 그러나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대규모 굴뚝 산업들을 해외로 보내면서 오늘날의 민간 기업 노조 조직률은 6%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대공황이 막 시작된 1929년보다 약 1%포인트 높은 수치다.

대다수 노동운동가와 전문가는 스타벅스 노조와 아마존 노조(ALU)를 특히 주목하고 있다. 조립라인 노동자보다 더 많은 요리사, 호텔 청소부, 바리스타들을 고용하는 지금의 '형태 전환 경제'(shape-shifting economy)에서 노동자 조직 작업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서비스 부문은 오늘날 미국 노동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50년전 미국 산업의 최전성기 공장 노동자 집중도의 약 2배에 이르고 있다.

 

미국 오레곤주 포틀랜드에서 경찰들이 포틀랜드 주립대 도서관 건물을 다시 점거한 학생들을 진압하고 있다. 2024. 05. 02.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오레곤주 포틀랜드에서 경찰들이 포틀랜드 주립대 도서관 건물을 다시 점거한 학생들을 진압하고 있다. 2024. 05. 02. [로이터=연합뉴스]

"2011년 오큐파이 운동에서 본 반란의 결과"

임금 넘어선 '사회정의 노동조합주의' 요청

스타벅스 노조 등 조직된 노동자들이 보여준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는 뉴욕시 건설 노동자들이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를 하는 학생들을 공격했던 미국 산업 전성기 때의 노조와는 완전히 대조적이다. 노동운동가 겸 작가인 빌 플레처는 알자지라에 지금 세대의 노동운동가들에게 영향을 끼친 사회적 배경을 설명했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 때 시작된 급격한 경기침체, 그로 인한 부의 불평등 확대, 조지 플루이드 사건과 같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겨냥한 경찰 폭력에 대한 항의 시위, 팬데믹 기간에 기업들의 근로자 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의 사회적 분열 심화 등을 꼽았다.

플레처는 "이는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다"라며 "지금 목도하는 건 2011년 오큐파이(점령) 운동에서 본 일종의 반란 결과다...지금 근저에서 뭔가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수십 년에 걸쳐 좌절이 쌓였고 노조들을 그걸 활용하고 있다"며 "노조 지도자들은 임금과 급여를 넘어선 '사회정의 노동조합주의'(social justice unionism)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으며, 더 폭넓은 이슈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코넬대의 정책연구소의 흑인노동자 구상 책임자인 마크 베이야드도 전통적으로 톱다운 방식을 선호했던 노조 지도자들과는 달리 평범한 노동자들, 특히 유색인과 여성의 '슬픔'에 더 다가가는 풀뿌리 전략을 펴는 젊은 새세대 노동운동가들에게 감명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1일 노동절을 맞아 베를린에서 독일노조연맹(DGB) 주최 시위가 열리고 있다. 한 참석자가 "계급전쟁을 제외한 어떤 전쟁도 안 된다"는 글귀가 씌인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2024. 05. 01. [AFP=연합뉴스]
1일 노동절을 맞아 베를린에서 독일노조연맹(DGB) 주최 시위가 열리고 있다. 한 참석자가 "계급전쟁을 제외한 어떤 전쟁도 안 된다"는 글귀가 씌인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2024. 05. 01. [AFP=연합뉴스]

새세대 노동운동가, 풀뿌리 전략으로 현장 밀착

컬럼비아대 출신 24세 여성, 가사노동자들 조직

전국가사노동자연합(NDWA)는 그 대표적 사례다. 엄밀한 의미에서 노동조합은 아니지만 40만 명의 조직원을 대표하고 있다. 이 중 90%가 여성이고 그 중 3분의 1이 이민자다. NDWA는 2010년 뉴욕주에서 처음으로 '가사노동자 권리장전' 제정에 성공해 연장근로수당, 3일 유급휴가, 성추행과 차별로부터 법적 보호를 얻어냈다. 하와이와 캘리포니아도 뒤를 따랐다. 여기에는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2000년부터 아시아, 아프리카-카리브, 중남미, 아프리카 가사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시작한 아이-젠 푸란 여성이 있었다. 그로부터 7년 후 NDWA가 탄생했다.

성공 비결에 대해 푸는 대부분 산별노조의 톱다운 방식이 아닌 풀뿌리 접근을 취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푸는 "그 당시 나는 조합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하나도 모르는 24살이었다"며 "우리는 노동자들의 말을 경청했고 무엇이 바뀌어야만 하는지를 알아차렸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다른 나라 출신의 가사노동자 200명이 있었고, 7개 언어로 동시통역을 했다"며 그 과정을 통해 47가지의 개선 사항을 찾아냈고, 특히 의료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과 사전 통보 없는 해고를 가장 먼저 개선되기를 바랬다고 덧붙였다.

한편, 투자은행가인 숀 모랜튼은 "대학 행정, 병원..레스토랑, 패스트푸드, 언론 등 고등교육을 받은 분야에서 조직 작업들을 보고 있다"라면서 "사람들은 안정과 임시직 선호 경제(gig economy)에서 탈출할 길을 원하고 있다. 우리는 사회 운동의 강화를 목도하고 있다. 그것은 모든 것을 해체하는 데 대한 반작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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