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리스크' 의식해 혼자 투표한 듯
윤, 투표 뒤 부산 외부일정…투표날까지 선거 개입
[기사 보강 : 오후 6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5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씨 없이 홀로 사전투표를 했다. 통상 오전 이른 시간이나 오후에 국민들의 투표 독려를 위해 대통령 부부가 동행하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번 선거가 정권심판 구도 위에 치러지는 만큼, '명품가방 뇌물 수수 의혹' '인사개입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를 선거 전면에 내세우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5분 부산 강서구 명지1동 행정복지센터 3층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투표장에 부인 김 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붉은 넥타이를 착용한 채 나타나 투표를 마친 뒤, 관계자들에게 "수고 많으십니다"라고 말하고 퇴장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직후에 열렸던 2022년 6·1지방선거에선 부인 김 씨와 함께 사전투표를 했지만, 이번엔 동행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김 씨의 투표 여부, 일정 등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나홀로 사전투표'는 지난 20대 대선을 상기시킨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시절이었던 지난 2022년 3월 4일 사전투표를 할 때도 부인을 동반하지 않고 부산에서 홀로 사전투표를 했다. 당시에도 '허위 경력' '논문 표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흥지구 특혜 의혹' 등 부인 김 씨와 그 일가 관련 의혹이 줄줄이 터지면서 김 씨가 잠행하던 시기다. 김 씨는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자택 인근 서초1동 주민센터에서 홀로 투표했다.
이번에 김 씨를 배제한 것도 비슷한 이유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총선을 앞두고 김 씨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이 선거 이슈가 되는 것을 최대한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해 김 씨가 대구 서문시장, 포항 죽도시장 등에서 어묵을 먹으며 선거운동을 방불케 한 행보를 하고, 국민의힘 여성 의원과 장관 부인까지 관저로 불러들여 오찬을 가지며 사실상 국정운영에 개입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는 정반대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이 불거진 뒤, 김 씨는 지난해 12월 15일 네덜란드 국빈방문을 끝으로 외부활동을 사실상 하지 않고 있다. 김 씨는 윤 대통령과 한남동 관저에서 넷플릭스 공동대표와 오찬을 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대통령실은 공식 브리핑과 배포 사진에서 김 씨 참석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다. 한강 투신 실종자 수색작업 중 순직한 고 유재국 경위 유가족에게 추모 편지와 선물을 보내는 정도가 전부였다.
대신 윤 대통령은 김 씨를 배제하고 관권선거 논란에도 24차례 민생토론회를 열고 1000조 원 이상(민간투자 포함)의 예산 투입과 투자를 약속하며 사실상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뒤에도 윤 대통령은 광역급행철도 A노선(GTX-A) 개통식에서 이용요금 할인을 약속하고, 세종시에 내려가선 대통령 제2집무실 세종 설치와 국회 의사당 세종 이전 등을 공약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가 아닌 부산까지 가서 사전투표를 한 것도 비슷한 목적으로 보인다. 사전투표날까지 사실상 관권선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대통령은 사전투표 뒤 부산에서 부산항 신항 7부두 개장식과 식목일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내고 "윤 대통령의 부산 사전투표는 부산·경남의 국민의힘 지지자를 결집하기 위한 관권선거"라며 "민주화 후 사라졌던 관권선거의 망령을 부활시키며 대통령의 정치중립 의무를 철저히 파괴했다"고 비판했다.
신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직접 실행한 관권선거운동은 국민께서 누구를 심판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줄 뿐"이라며 "대통령으로서의 책무, 민의와 민생을 외면하면서 관권선거에 몰두하는 대통령의 행보를 국민께서 표로 심판하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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