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려고 재판 열었나…이재명 "검찰 원했던 결과"

재판 열린 오전 윤석열 세종서 '국회 세종 이전' 언급

한동훈도 세종 내려가서 '세종 이전하겠다' 재공약

지난달 29일 재판일에도 나란히 서울-경기 투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4.4.2.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4.4.2. 연합뉴스

“천금같이 귀한 시간이고 국가의 운명이 달린 선거에 제1야당 대표로서 선거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및 성남FC 사건’ 19차 공판에 참석하며 남긴 말이다. 이 대표는 “검찰이 수사 기소권을 남용해 가면서 원했던 결과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면서 “참으로 억울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운명이 걸린 이 중요한 순간에 제1야당의 대표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심정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지지자들은 “재판 중단하라”라고 외쳤다.

앞서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공식선거운동 기간 중인 3월 29일, 4월 2일, 4월 9일을 이 대표의 재판 기일로 잡았다. 이번 총선 공식선거운동 기간은 3월 28일부터 4월 9일까지 13일이다. 이 대표는 선거기간 13일 중 3일(23%)를 법원에 발목 잡히게 됐다. 선거 하루 전까지도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재판부는 출석하지 않을 경우 구인장을 발부해 강제소환한다고 밝혀 불출석할 권리도 막았다.

재판부가 선거를 앞두고 재판을 강행한 사례도 찾기 힘들 뿐 아니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서울 동작을)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국회법 위반 혐의 재판은 법원이 일정을 조율했고, 국민의힘 정진석 후보(충남 공주·부여·청양)의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2심 재판도 다음 공판일을 5월로 미뤘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재판도 선거 뒤로 밀렸다.

이재명 재판갈 때 윤석열·한동훈 세종 내려가

“세종 대통령 제2집무실, 국회 의사당 건립”

이 대표가 재판에 출석한 직후인 이날 오전 11시, 윤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이 아닌 정부세종청사에 내려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4·10총선 공약으로 내건 국회의사당 세종 이전과 세종 제2집무실 설치를 거론했다. 여당 대표가 내세운 공약을 대통령이 직접 세종까지 내려가서 실천을 약속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4.4.2.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4.4.2.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생중계를 통해 “세종시는 우리 정부의 핵심 국정 목표인 지방시대를 실현하고, 국가 균형발전의 거점이 될 중요한 지역”이라며 “그 핵심으로 대통령 제2 집무실 설치와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지원을 국정과제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정부는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해 저와 참모가 늘 상시 가깝게 소통하고 있고, 이제 세종에 만들어질 제2집무실은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사이의 벽을 허물고, 국민께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공식선거 운동 기간에 서울에서도 가능한 국무회의를 세종까지 가서 주재하고, 여당 대표의 공약 지원을 약속한 것은 다분히 의도를 갖고 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이 방문한 세종은 여론조사상 여당이 박빙이거나 열세인 지역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영선 후보가 제명된 세종갑 지역은 한때 혼돈세를 보이기도 했다.

여론조사꽃이 지난달 25~26일 세종갑 거주 만 18세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ARS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새로운미래 김종민 후보 26.1%, 국민의힘 류제화 후보 19.8%였으며, ‘지지할 후보가 없다’는 응답은 44.6%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세종을 방문해 국회 의사당 이전을 약속하는 것은 여당 후보를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보는 게 합당하다. 국민의힘 세종을에 출마한 이준배 후보는 마치 기다렸다는듯 이날 세종청사 인근 유세 현장에서 “여러분 오늘 이곳 세종에서 국무회의가 있었다. 대통령이 오셨다”며 “대통령께서 반드시 대통령 제2집무실을 세종에다가 반드시 만들겠다는 약속의 말씀을 생중계로 국민들께 약속했다”고 홍보했다.

지원 유세를 온 한동훈 위원장도 “(세종 이전은) 국회의사당이 있어서 서울이 개발 못한 부분도 해소하고 여의도 구태 정치를 완전해소하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며 “세종을 대한민국 중심으로 바꿀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또 한 위원장은 미리 준비해온 세종 국회의사당 모형을 세종시 청년이라고 소개한 두 남녀에게 전달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지자들은 박수를 치며 한동훈을 연호했다.

한 위원장의 유세 현장과 대통령이 오후까지 머물렀던 정부세종청사 거리는 직선으로 불과 2㎞가 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일 세종시 한누리대로 일대에서 세종시 청년들에게 세종국회의사당 모형을 전달하고 있다. 2024.4.2.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일 세종시 한누리대로 일대에서 세종시 청년들에게 세종국회의사당 모형을 전달하고 있다. 2024.4.2. 연합뉴스

지난주 재판날에도 나란히 서울~경기 투어

이 대표 재판 출석일에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나란히 지방을 순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표가 ‘대장동 및 성남FC 사건’ 18차 공판에 참석했던 지난달 29일 오전, 윤 대통령은 서울 강남 수서역에서 열린 광역급행철도 A노선(GTX-A) 수서~동탄 구간 개통 기념식에 참석해 “국민 여러분께서 걱정하시는 GTX 요금 부담도 확실히 낮추겠다”며 수백만 명의 주민과 연관이 있는 GTX 이용 요금 할인을 약속했다. 사실상 총선용 공약을 던진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 직접 GTX 열차를 타고 오후에 경기 화성시를 갔다. 이곳에서 동탄2신도시에 있는 아인초등학교를 방문해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일일 특별강사’로 참여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교장과 교사, 늘봄 강사 등과 만난 자리에서 “아이들에게 쓰는 돈은 우리나라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예산을 쓰더라도 아깝지 않다”며 “늘봄학교를 운영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이 강남 수서에서 동탄까지 종단하던 날, 공교롭게 한 위원장은 서울 영등포·동작구, 경기 의왕·안양·군포·안산시를 거쳐 오후 대통령이 방문한 화성시에서 지원 유세를 펼쳤다. 대통령이 GTX를 타고 화성에 방문한 이날, 향남읍 유세 현장에선 경기 화성병 최영근 후보가 신분당선 연장과 GTX-C 노선 등을 언급하며, “한동훈 비대위원장님 입에서 ‘밀어드리겠습니다, 지키겠습니다’ 하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재판으로 온종일 묶여있었던 지난달 29일 한 위원장이 다닌 선거구는 총 10개였다. 인접 선거구를 제외하고 한 위원장이 다닌 동선에 사는 유권자 수만 합산해도 216만 9000여 명(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인명부 기준)에 이른다. 한 위원장은 대통령이 세종을 방문한 이날도 세종을 비롯해 충남 당진·아산·천안, 대전, 충북 청주·음성 등 총 12개 선구의 지원 유세를 저녁까지 다녔다.

한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이 대표도 오전부터 오후까지 종일 지지 유세를 다닐 때 10개 정도의 선거구를 방문하고 있다. 공식선거운동 개시 이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달 30일 이 대표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서울 송파·강동·광잔·중·성동·용산·영등포·마포·서대문 등 10개 선거구 지지유세를 다녔다.

재판부 입장에선 하루 재판일 뿐이지만, 제1야당 대표가 하루 재판에 묶여 있을 때, 통상 200만 명 이상의 유권자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열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개통 기념식에 참석해 김문수 경제노동사회위원회 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2024.3.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열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개통 기념식에 참석해 김문수 경제노동사회위원회 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2024.3.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민생토론회 후속조치라면서 또 공약 광고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를 주재한 데 이어, 오후에도 정부세종청사에서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점검 회의를 열었다. 사회분야 정책 점검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동안 24차례의 민생토론회에서 밝힌 ‘총선용 공약’을 재강조하는 자리로 봐도 무방했다.

윤 대통령은 24차례 민생토론회를 통해 정부가 후속 조치를 결정한 과제가 총 240개라고 했다. 또 “민생토론회에서 의료 개혁 4대 패키지를 내놓았고 2월 6일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계획을 발표했다”며 “일부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지만 국민을 위한 의료 개혁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단말기 유통법 폐지와 관련해서 “국회의 단말기유통법 폐지를 기다리지 않고 시행령 개정을 비롯해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즉시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본인이 단통법 폐지를 추진한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발표 당시 민생토론회에 대통령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단통법 폐지를 발표했던 당일 민생토론회 생중계 30여 분을 남기고 갑자기 불참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감기 기운을 이유로 들었지만, 김건희 씨 ‘디올백 뇌물 수수’ 문제를 두고 한 위원장과 갈등을 빚은 탓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른바 ‘윤-한 갈등’이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다음 날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한 위원장을 만나 ‘화해 쇼’를 연출했다. 하지만 정작 피해를 입은 상인들을 만나지 않아서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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