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선거 기간, 투표날 신경 안 쓰고 종횡무진

부산 판세 밀리나?…부산서 벌써 30조 원 약속

이재명 사전투표까지 대통령실이 입장내며 관여

경실련, 대통령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관위 신고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부산항 신항 7부두 개장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4.4.5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부산항 신항 7부두 개장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4.4.5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10총선 공식 선거기간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해 비판받는 가운데, 사전투표 첫날인 5일에도 부산 지역을 방문해 펀드 조성, 세제혜택, 각종 토건사업 등 7조원대 약속하며 사실상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부산항 신항 7부두 개장식'에 참석했다. 부산항 신항은 부산 강서구와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걸쳐 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부산항 경쟁력을 지금보다 훨씬 더 키워야 한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항만 해운 산업을 확실하게 도약시킬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만 간 시너지를 내기 위해 광양항·인천항에 스마트 항만을 구축하는 한편, 항만 장비 산업 재건을 위해 5000억 원 규모의 스마트 펀드를 조성하고 전 세계에 우리 스마트 항만 시스템을 수출하겠다"며 "선사들이 계속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선박 톤세제를 연장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톤세제는 선사의 영업이익이 아닌 선박의 톤(t) 수와 운항 일수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제도로, 일반 법인세보다 세금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해운업계에선 연말 폐지를 앞둔 톤세제의 일몰 연장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역대급 세수 부족에 특정 업계에만 세제 혜택을 주는 게 맞느냐는 반론이 나온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공론화도 없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연장을 약속한 것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5조 5000억 원 규모의 친환경 선박 금융을 국적 선사에 제공하겠다"며 "1조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친환경 벙커링 등 항만 인프라를 구축해서 녹색 해운 항로를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부산항을 글로벌 물류 허브로 발전시켜 부산과 경남의 첨단산업을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 부산 강서구 명지근린공원에서 열린 제79회 식목일 기념행사에서도 "산지의 보전과 활용을 조화롭게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하면서 "국유림에 관광열차, 야영장을 설치하는 등 산림을 보전하면서도 국민이 즐기고 이용할 수 있도록 연내 국유림법 개정안 마련 등을 추진하겠다"며, 국가 산림 자산을 활용한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식목일인 5일 부산 강서구 명지근린공원에서 열린 제79회 식목일 기념행사에서 미선나무 묘목을 심고 있다. 2024.4.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식목일인 5일 부산 강서구 명지근린공원에서 열린 제79회 식목일 기념행사에서 미선나무 묘목을 심고 있다. 2024.4.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올해 24차례 민생토론회를 통해 1000조 원 넘는 금액을 공약한 윤 대통령은 총선 사전투표일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관권선거를 하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달 28일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됐음에도 광역급행철도 A노선(GTX-A) 개통식에서 이용요금 할인을 약속하고, 세종시에선 대통령 제2집무실 세종 설치와 국회 의사당 세종 이전 등을 공약했다. 과거에 이 정도의 관권선거, 선거개입 사례는 없었다. 야당과 언론, 국민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이날도 윤 대통령이 입으로 약속한 투자 및 예산 금액만 모두 7조 원(세제혜택은 제외)을 넘는다. 부산 선거구에서 야당 우세지역이 늘면서 추가로 '돈 공약'을 남발하며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에도 이미 부산을 방문해 23조 원 이상을 공약한 바 있다. 지금까지 부산에서 약속한 금액만 30조 원이 넘는다. 각종 정책효과와 세제 혜택 등을 따지면 금액은 이보다 크다. 앞으로 선거 기간이 남은 만큼 이같은 대통령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대통령실의 부적절한 행위도 확인됐다.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재학생과 함께 대전에서 사전투표를 마치고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입틀막 사건'을 언급하자, 대통령실은 마치 준비했다는 듯 약 25분 뒤 출입 기자들에게 'R&D 대폭 지원'이라는 자료를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올렸다고 공지했다.

대통령실이 홈페이지에 올린 자료는 'R&D 예산 역대 최고 편성, 선거용? → R&D 예산 증액은 지속적이고 일관된 정부 공식 입장으로, 지원 방식 혁신하며 예산 대폭 확대할 것'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내용을 요약하면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33년간 전례없는 R&D 예산 삭감을 단행하고도, 윤석열 정부는 예산 증액이 지속적이고 일관된 입장이라는 '유체이탈'식 항변이다.

대통령실이 이같은 앞뒤가 맞지않은 주장을 펼쳤음에도 <연합뉴스> <KBS> <SBS>등 수십개 매체는 제대로 된 부연설명도 없이 대통령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썼고, 포털에 기사를 유통했다. 이에 대한 대통령실의 해명이나 설명은 없었지만, 야당 대표의 일정과 발언에 맞춰 반박 글을 올리고 언론에 유포한 행위는 선거법 위반 여지가 있다.

 

대통령실이 5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 윤석열 정부 기조는 R&D 예산 증액이며, R&D 예산 역대 최고 편성은 선거용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2024.4.5. 대통령실 홈페이지 갈무리
대통령실이 5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 윤석열 정부 기조는 R&D 예산 증액이며, R&D 예산 역대 최고 편성은 선거용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2024.4.5. 대통령실 홈페이지 갈무리

헌법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하고 있고,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거나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이같은 선거개입 논란에 야당과 시민단체의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통해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윤 대통령에 대한 신고는 세 번째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7일 경찰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윤 대통령을 고발했고, 참여연대는 지난달 21일 중앙선관위에 신고했다.

경실련은 "민생토론회 개최 횟수가 많은 수도권-영남-충청권 등은 이번 총선의 주요 접전지로 지목되고 있다"며 "이들 지역에서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선거운동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토론회 개최지별 맞춤 개발사업 발표를 통해 선거에 개입하고자 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지금까지 민생토론회가 진행되어 온 정황으로 볼 때 해당 행사를 주재한 윤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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